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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서신(17) - 주주배당금을 가족들에게

관리자 2020-07-15 (수) 10:36 3년전 794  

교회 목회자인 나에게도 주식이 있다. 매우 특별한 주식이다. 무려 600주나 된다. 대체 무슨 주식인가?  

 

30년이나 묵은 주식들이다. 바로 한겨레신문(新聞)의 국민주 성격의 주식이다. 이 주식에 대한 첫 배당금(配當金)이 이번에 내 손에 들어온 것이다. 얼마인줄 아는가? 총 126,900원이었다. 그것도 본래는 150,000원이었는데-, 정작 주주들에게 돌아올 때에는 지급액의 세금를 떼야 된다기에, 최총적으로 받은 금액이 바로 그 돈이었다. 신문사도 창간 이래, 첫 주주배당을 실시한 것이었다. 

 

어쨌든 감개가 무량했다. 마치 죽은 듯 없는 듯 묵혀 두었던 주식이 아직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무려 30년 만이 받은 주주로서의 첫 배당금이었기에 더욱 그랬다. 종종 매년 봄의 주주정기총회는 참석하곤 했으나, 그 때에도 배당금을 기대하고 간 적은 거의 없었다. 그저 내 주식이 들어 있고, 내 마음이 가 있는 그곳 언론사가 어느 상태에 있는 지를 엿보기 위함이었을 뿐이다. 

 

사실 지난 30년의 역사는 내 개인으로서는 물론이고, 우리 한국현대사에게서 파란만장한 시기였다. 그때의 나는 40대 초기의 시골교회 목사로서, 군목 제대 후 일반목회의 열정을 불태우며 지내던 시기였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그 때는 5.18광주민주화운동을 겪으면서, 군부독재와 억압정치를 벗어나고자 몸부림하던 시기였다. 무엇보다도 민주주의의 실현이 절실했고, 국민들의 각성과 저항, 인권의 회복과 정의사회 실현, 그리고 우리 조국의 평화통일을 향한 염원 등이 국가적 큰 과제들이 있었던 시기였다. 

 

한겨레신문의 창간은 바로 그 때, 그 시대적 과제 해결을 목표로 해서 시작되었다. 시골교회 목사인 나는 살아 있는 민주자유언론 하나는 분명히 있어야 한다는 당위성 때문에, 주식참여로서 내 마음과 의지를 담아보자는 마음으로, 그 창간을 위한 국민주 모금에 그런 거금(巨金?)을 투척하였다. 다행히 당시에 수많은 민주 국민들의 뜻이 집결되어, 관의 통제나 재벌의 간섭에서 자유로운 자유언론사 한겨레신문이 출범하였고, 지난 숱한 풍상을 겪으면서, 오늘에 이르게 된 것이다. 

 

회고해보면, 그런 국민주의 힘을 받아 창간된 한겨레신문은 오늘에 이르기까지 지대한 역할을 해왔다. 종종 독자들 중에는 그 논조에 불만을 갖는 이들도 많았지만, 그래도 정론(正論)을 택하고 곡필(曲筆)을 지양하면서, 한겨레는 오늘의 대한민국, 민주주의 실현과 정의사회구현과 통일한국 실현을 위한 하나의 대한민국을 세워가는 데, 큰 기여를 해왔다고 평가된다. 

 

그 사이에 나는 이미 목회를 은퇴하였고, 남매들은 40대 중반을 넘어서서 나름대로 사회와 교회에서 제자리하고 살고 있으며, 손주들 3명도 어느 덧 고등학교와 초등학교 고학년을 수학하면서 잘 자라고 있으니-, 이 얼마나 귀한 축복이며 은혜인가-! 

 

이런 중에 이번 예상지 않은 첫 배당금을 받았다. 감회가 어찌 없을 수 있겠는가? 그 주식보유에는 역사와 그에 담긴 의미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그 때의 주식대금 300만원의 가치를 종종 생각할 때가 있다. 당시는 나라 사랑의 의분과 공분의 한 마음으로 과부의 엽전 두 닢을 주께 드리는 마음으로 호주머니를 털었다. 신앙고백적인 표현을 한다면,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 하여 주리라’(마6:33)라는 예수의 말씀을 좇는 심정으로 참여한 것이었다. 

 

그러면서 30년 세월을 지나고 보면, 나는 신문사의 빈곤한 사정에 의해 금전의 배당은 받지 못했으나, 그러나 생활의 역사를 통하여서는 개인적으로나 가정적으로나 받은 배상은 너무나 컸다고 판단하고 있다. 

 

기독교장로회 목사로서 지금의 교회를 개척하고 46년간의 목회를 무사히 마치고 건강하게 은퇴한 일 자체가 큰 복이었고, 교단의 제100회 총회장 사역은 덤으로 받은 선물이었다. 은퇴 후, 이렇게 말씀목회연구원을 개설하여 말씀연구로 동역자들을 섬기게 된 일은 더욱 큰 보상이 아닌가 싶다. 아이들도 잘 장성하여서 학위들도 받아 학계와 교계의 인사들이 되고, 주의 종들인 교회 장로와 집사들로서 열심히 섬기며 살고 있어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 

 

특히 아들 최영준은 영국에서 사회정책으로 학위를 받은 이래, 고려대학교와 연세대학교에서 행정학과 교수가 되어, 그 연구 분야에서 많은 활동을 하고 있어서 감사하다. 게다가 요즈음에는 정부가 크게 관심하는 국민기본소득 분야의 자문과 연구 활동으로 분주한 때를 보내고 있다. 그것도 한겨레신문과의 복지정책 연대가 탄탄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본다. 주주의 자녀로서 소속 언론사와 긴밀히 연대하여 일하는 모습도 의미가 크다. 좋은 결실을 기대해 본다. 

 

더욱 감사한 것은 손주들의 성장이다. 키가 180cm를 넘어선 손자는 이번에 서울국제고등학교에 입학하여 가진 꿈을 향한 도전을 시작했다. 힘겨운 여정이겠지만, 잘 극복해내리라 믿는다. 초등학교 고학년 생활을 보내는 손녀딸 둘도 건강하고 활발하게 자라고 있어서 행복하다. 

 

이런 환경 중에 받은 이번의 한겨레주주 배당금이어서-, 나는 이 배당금 처리를 두고 이렇게 정리하고자 했다. 비록 돈으로만은 얼마 되지 않고, 한 끼 가족식사 정도를 나누고 끝날 수 있는 것이지만, 나는 그 의미와 뜻을 우리 가족들과 특히 후손들과 공유하고 싶었다. 그래서 가족 전체를 모아서, 그 배당금을 8명 전체에게 균등하게 분배하고자 했다. 간단한 경위와 역사의 소개와 함께, 그 돈이 갖고 있는 가치와 의미를 후손들에게 전하고 싶어서였다. 

 

지난 토요일(7.11), 우리 가족들은 함께 모여 식사하였고, 한겨레주주 배당금을 각각 전달받았다. 1인당 15,870원씩 담긴 봉투가 8명 각자에게 전달된 것이다. 돈이 아니라 마음과 가치와 역사를 받아달라는 취지의 간단한 메시지와 함께 말이다. 아내 오생근의 감회가 큰 듯했다. 한때는 그 돈이면 지금의 잠실에 있는 시영 아파트 한 체 이상을 살 수도 있었다면서 함께 웃기도 했다. 과정을 알고 있는 딸과 아들, 그리고 시댁으로부터 새로운 차원의 역사를 전달받은 며느리의 마음도 즐거워했다. 알고보니, 주식의 진짜 배당금 수여자는 하나님이셨지 아니한가 싶다.

 

지금까지 우리 가족을 복되게 인도하신 하나님께 감사 올린다. 일어나면서, 기도하자고 했다. ‘내년에는 한겨레 주주 배당금을 훨씬 더 많이 받게 해달라고~~~!’ 매우 즐거운 오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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