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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해] 사순절(2-1) - " 잃어버린 것을 찾아서 " / 3.1절기념주일 / 김거성 목사

관리자 2021-02-24 (수) 23:03 3년전 701  

본문) 렘 31:10-14 ; 벧전 2:18-25 ; 눅 15:1-10

 

1. 실마리

 

교우 여러분, 안녕하셨습니까? 오늘은 사순절기 둘째 주일이며, 총회가 정한 3.1절 기념주일로 지킵니다.

교우 여러분, 사순절기에 교회의 성례전에 사용되는 색깔(liturgical color)은 어떤 색인지 아시는가요? 맞습니다. 보라색입니다. 우리 교단, 한국기독교장로회의 상징색이기도 합니다. 사순절기 뿐만 아니라 대림절기에도 참회와 준비를 의미하는 보라색을 씁니다. 오늘 우리 교회들은 사순절기 둘째 주일을 맞이하여 온라인 등 여러 가지 형태로 나나님 앞에 예배를 드리고 있습니다. 우리가 어디에서 예배를 드리더라도 이 사순절기를 하나님 앞에서 나 자신과 우리 사회의 잘못과 부족함을 회개하고 반성하는 절기로 삼아야 하겠습니다. 

 

2. 피부 건선과 누가복음서의 잃어버린 것들

 

오늘 말씀은 조금 지저분할 수도 있는 ‘건선’이라고 하는 질병 이야기로부터 시작하고자 합니다. 얼마 전, 주변 어떤 분이 지난 해 후반기에 피부 건선에 걸려 되게 고생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건선은 특별한 원인을 찾기 어려워 그저 면역력이 저하되어 생긴다고 합니다만, 어쨌거나 이 질병은 가려움으로 말미암아 사람이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처음에는 왼쪽 장단지에 조그맣게 동전 모양으로 시작된 그 증상이 양쪽 다리와 무릎 위로 올라와 사타구니 근처까지, 또 아래로 내려가 발톱 위까지 벌겋게 변했습니다. 나중에는 상체로 손목 위부터 목 아래까지 옷으로 가린 피부 거의 모든 곳에 가려움증을 겪게 되었습니다. 낮에 활동할 때에는 잠시 잊어버릴 수 있지만, 저녁이 되면 매우 심각한 가려움에 시달렸다고 합니다. 특히 밤에 자리에 들 때에는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로 힘들어 하고 자다가도 깨어나 피부를 긁다가 잠을 설치기 일쑤였습니다. 그래서 이곳, 저곳, 피부과에 가서 건선 약은 물론 우울증 약이나 수면제까지 처방을 받아야 했습니다. 바르는 약, 먹는 약, 자외선 치료 등등 다 써 보았지만 이거다 할 만한 특효약은 없었고, 몇 달이 지나서야 스르르 사라져서 지금은 그분 피부가 정상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분이 매우 특별한 고백을 했습니다. 건선이 사라지면서 가려움증이 지나간 곳은 피부가 검게 변하다가 새 피부가 올라오고, 옛 피부는 비늘처럼 떨어져 나가기 시작했는데, 하루는 그분의 배 한 쪽에 원래부터 있었던 새끼 손톱만한 혹에서도 피부가 벗겨져 나가더라는 것입니다. ‘언젠가는 이 혹을 떼어 버려야지’ 마음을 먹고 차일피일 미루어 왔었는데, 그 혹에 비늘이 생기며 새 피부가 돋는 것을 본 순간, ‘아, 너도 건선 때문에 나와 함께 고생을 했던 것이로구나’ 하는 뜻밖의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자기는 죽을 때까지 자기 배에 있는 혹을 떼어내지 않고 자기 몸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껴안고 가기로 마음먹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제게 “목사님, 제가 이주노동자를 비롯한 여러 형태의 우리 사회의 소수자들에 대해서 우리 공동체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그들과 더불어 살아가야 함을, 제 몸의 건선 덕분에 깨달았습니다.”고 말씀했습니다. 

 

오늘 함께 읽은 누가복음서 본문은 교우 여러분께서 잘 아시는 ‘잃었던 양의 비유’입니다. 그런데 이 15장에는 이 비유뿐만 아니라 ‘잃었던 드라크마의 비유’, 그리고 ‘탕자의 비유’가 나옵니다. 우리가 흔히 탕자의 비유라고 부르지만, 이 비유의 제목도 실은 ‘잃었던 아들의 비유’라고 해야 맞습니다. 잃었던 양, 잃었던 동전, 잃었던 아들... 그래서 누가복음서 15장은 잃었던 것들에 대한 비유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잃었던 양 한 마리’는 지금 여러 가지 형태로 우리 주위에 있습니다. 비단 앞서 말씀드린 이주노동자들이나 다문화가정 뿐만 아니라 신념이나 취향, 피부색, 출신 지역, 또는 성별, 직업, 지위 등으로 인간으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존엄성을 유린당하고, 차별당하는 사람들이 바로 잃어버린 양 한 마리요, 또 잃어버린 동전, 잃어버린 아들이라 하겠습니다.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차별과 멸시를 선동하고 조장하는 것은, 이름을 어떻게 달았던 간에 결코 교회도 아니요, 또 기독교라 할 수도 없을 것입니다. 오히려 아흔아홉 마리 양들을 두고 잃은 양 한 마리를 찾아 나서는 목자와 같이, 잃어버린 것들을 찾아 나서는 하나님의 간절한 사랑을,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을 통해 우리에게 가르쳐주신 그 절절한 사랑을 실천해 나가는 것이 진정한 교회요 참다운 신앙인이 보여주어야 할 모습입니다.

 

3. 예레미야와 3.1혁명

 

예언자 예레미야는 이렇게 선포합니다: “이스라엘을 흩으신 분께서 그들을 다시 모으시고, 목자가 자기 양 떼를 지키듯이 그들을 지켜 주신다.”(표준새번역) 주전 586년 예루살렘이 바빌론에 의해 함락당하는 위기에서 예언자 예레미야는 나라를 위해 울며 기도했습니다. 그래서 예레미야는 ‘눈물의 예언자’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이 말씀은 오늘 누가복음서 본문과도 상통합니다. ‘그저 아흔아홉 마리 양이 있으면 된 거지, 그까짓 한 마리 찾아 뭐하냐...’, ‘동전 열 닢 중 한 닢 잃어버린 것이 뭐 대수냐’, ‘집 나간 작은 아들이야 죽었던 살았던 제 탓이지...’ 이런 생각은 결코 하나님의 마음이 아닙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보여주신 하나님의 마음, 주님의 사랑은 “상한 갈대를 꺾지 않으며, 꺼져 가는 등불을 끄지 않으며, 진리로 공의를 베푸는”(사 42:3) 사랑입니다. 

 

우리는 오늘 3.1절 기념주일을 지키고 있습니다. 1919년 3월 1일, 터져 나온 “대한독립만세”의 외침 앞에 일제 헌병들은 총칼로 무차별 살상으로 대응하지 않았습니까? 특별하게, 당시 많은 교회와 성도들이 앞장서서 그러한 일제의 폭압에도 굴하지 아니하고 ‘잃어버린’(!) 나라의 회복을 외쳤습니다. 그렇지만 그 외침은 단순히 옛날 조선시대로의 회귀를 바라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미 19세기 말, 동학농민운동으로 임금이나 양반이 아니라 남녀빈부귀천 따지지 않고 ‘인내천’(人乃天), ‘사람이 곧 한울, 하늘’이라는 선포가 있었습니다. 그 가르침을 기독교, 즉 ‘서학’에 대비하여 ‘동학’이라 이름하였습니다만, 아이러니하게도 실은 그 가르침이 기독교의 본질이었습니다. 이런 바탕이 바로 성도들이 3.1운동에 앞장서 나서게 하였던 것입니다.

 

잘 아시는 바와 같이, 지난 해 우리가 그 100주년을 함께 기억하고 기념하며 또 계승하기로 다짐했던 3.1만세운동은 곧 이어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수립으로 이어졌습니다. 우리 헌법의 연원이 되는 “대한민국임시헌장”이 1919년 4월 11일 공포된 것입니다. 그 제1조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제로 한다.”이며, 제3조가 “대한민국의 인민은 남녀의 귀천 및 빈부의 계급이 없고, 일체 평등하다.”입니다. 이는 현행 대한민국헌법 제1조와 제11조에 그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임시정부 헌법을 통해 우리는 3.1운동이 단순히 잃었던 나라의 회복을 넘어서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되찾아야 한다는 위대한 흐름의 전기를 마련했음을 깨닫게 되는 것입니다. 

 

일각에서는,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역사는 독립운동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고 특히 3.1운동은 대한민국이 출범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기 때문에 3.1운동은 이제부터는 ‘3.1혁명’으로 바꿔 불러야한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이준식, 독립기념관 (전)관장, http://www.ginnews.kr/sub_read.html?uid=41771.  

 

 3.1혁명을 비롯한 조선의 독립운동은 세계평화를 지향한 운동이었고, 또한, 이 세상의 모든 인간이 동포라는 사해동포주의에 입각한 운동이었으며 모든 인종과 민족의 평등을 지향한 운동이었다는 말입니다.

3.1운동, 아니 3.1혁명 과정에서 많은 신앙 선조들이 일제 헌병의 총칼에 희생당하며, 또 고문당하며 지켜내고자 했던 것이 무엇이었습니까? 자신의 무사안위를 포기하고 눈물과 피로 옷을 적시고 싸웠습니다. 교회에 신자들을 모이게 하고, 문을 닫아걸고 불을 지르며, 무차별 난사하여 29명이 학살당했던 제암리교회 참사, 기억하시지요? 뿐만 아니라 자신의 목숨을 내걸고 거리로 나서 외치며 쓰러져 갔던 지난 해 기장 회보에 실렸던 우리 교회들 속의 많은 신앙 선열들의 이야기들을 우리는 잊을 수 없습니다. 또 잊어서도 안 될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보여주신 하나님의 사랑은 “상한 갈대를 꺾지 않으며, 꺼져 가는 등불을 끄지 않으며, 진리로 공의를 베푸는”(사 42:3) 사랑입니다. 

 

4. 매듭: 그리스도인의 다짐

 

오늘 사도서간문 본문인 베드로전서는 이렇게 기록합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죄를 지으신 일이 없고, 그의 입에서는 아무런 거짓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벧전 2:22). 우리 신앙 선열들이 3.1운동, 아니 3.1혁명 과정에서, 또 군부독재 시절 민주화운동에 나섰던 선배들이 억울하게, 선을 행하다가 고난을 당하면서 이를 참고 이겨낸 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모범을 따른 것이라 하겠습니다. 

 

잃었던 양 한 마리, 잃었던 동전 한 닢, 잃었던 아들을 찾아 나서는 하나님의 사랑, 또한 이를 이어받아 자신의 몸을 십자가에 내어놓으신 예수 그리스도의 모범을 배우는 오늘, 사순절기 둘째주일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울며 나라를 위해 기도했던 예레미야를 기억합니다. 그리고 잃었던 나라를 되찾기 위해. 나아가 사람이 사람으로 대접받는 진정한 인권이 실현되는 사회를 이룩하기 위해 일제의 폭압에 맞서 만세를 외쳤던 선열들을 기억하기를 바랍니다. 이 나라, 우리 사회에 민주주의가 더욱 발전하게 되기를 소망하며, 함께 행진해 나가야 하겠습니다. 아울러 그전까지는 이 세계, 우리 사회에서 몸에 난 혹덩어리처럼 쓸모없다 여겼었지만, 이제 그 잘못을 회개하며 그조차 내 몸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그 ‘잃어버린 자들’, 소수자들을 껴안고, 그들과 더불어 살아갈 사람다운 세상을 만들어 나가기로 다짐하는 성도들, 교회들 되기를 간절히 소원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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