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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절(3-1) - " 빌라도 앞에서 하신 예수님의 세 가지 선언 " / 이태영 목사 > 사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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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해] 사순절(3-1) - " 빌라도 앞에서 하신 예수님의 세 가지 선언 " / 이태영 목사

관리자 2020-03-14 (토) 12:22 4년전 1595  

본문) 사 60:9~14, 빌 3:17~4:1, 요 18:28~40


  요한복음 18장은 빌라도 앞에서 예수님께서 하신 선언을 통해서 매우 중요한 주제를 언급하고 있습니다. 빌라도는 예수님께서 세상의 왕인지에 대해 조롱섞인 질문을 합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빌라도의 질문 그 자체가 예수님과 아무런 관계가 없음을 분명하게 말씀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유대인의 왕인가를 묻는 빌라도의 질문은 당시 유대인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빌라도의 질문을 계기로 예수님의 자기 정체성에 대해, 그리고 제자들과 그리스도인들의 정체성에 대해 분명한 말씀을 재확인하셨을 뿐 아니라, 세상을 이기는 힘이 어디에서 오는지를 분명하게 말씀하셨습니다.

오늘 요한복음 18장의 본문에서 예수님께서는 빌라도 앞에서 다음 세 가지의 분명한 선언을 하시고 있습니다. 대화의 형식으로 보면 빌라도의 질문에 대답하는 모습을 갖지만, 세상 권세와 성도들에 대한 예수님의 분명한 말씀을 전하고 있습니다.


  1. 내 나라는 이 세상에 속한 것이 아니다(요 18:36).

 

  “내 나라는 이 세상에 속한 것이 아니라”는 예수님의 말씀은 빌라도가 예수님께 대해 “네가 유대인의 왕이냐”라는 질문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빌라도가 예수님께 “네가 왕이냐”라고 물은 것은 당시 유대인들의 관심사를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요한복음서에는 예수님의 제자들을 포함해서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을 이스라엘을 다스리실 왕으로 이해한 정황들이 많이 나타납니다. 가나 출신의 나다나엘은 예수님께 “당신은 하나님의 아들이시요, 당신은 이스라엘의 왕이십니다.”(요 1:49)라고 말했습니다. 예수님께서 오병이어의 이적을 일으키시자 사람들은 예수님을 왕으로 삼으려 했습니다(요 6:15).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입성하실 때, 많은 백성들은 종려나무 가지를 들고 “찬송하리로다. 주의 이름으로 오시는 이, 곧 이스라엘의 왕이시여”라고 외쳤습니다(요 12:13). 제자들을 비롯해서 일반 백성들은 예수님께서 다윗의 뒤를 잇는 왕이 되어줄 것을 기대했습니다. 왕이 되어 로마의 압제로부터 벗어나 이스라엘을 부강하게 해주기를 바란 것입니다.

  한편, 바리새인들이나 제사장 등 유대 권력자들은 백성들과 생각이 달랐습니다. 무엇보다 예수님께서 왕이 되기를 바라지 않았습니다. 이들은 예수님을 죽이려고 했는데, 그 이유는 예수님께서 자신들의 성전을 모독하고(요 2:13-21), 안식일을 부정하며(요 5:16, 9:16), 하나님의 거룩하심을 부정했다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요 5:18). 그러나 이들은 예수님을 죽이기 위해서 예수님이 왕이 되려고 한다고 모함을 합니다. 그리고는 빌라도에게 예수님을 죽이라고 강요합니다. 

  유대 총독이었던 빌라도는 사람들이 예수님을 왕이라고 부른 것에 대해 관심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로마 황제에게 위협이 된다고 생각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빌라도는 이 문제를 조롱섞인 관점으로 본 듯합니다. “네가 유대인의 왕이냐”(요 18:35)고 묻기도 하고, “네가 왕이 아니냐”(요 18:37)라고 묻기도 했지만, 실제로는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유대인들에게 예수님을 넘겨 주려고 했기 때문입니다(요 18:31, 38). 비록 빌라도가 예수님께서 달리신 십자가 위에 “나사렛 예수, 유대인의 왕”이라는 명패를 써 붙이기는 했지만(요 19:19), 빌라도는 당시 세간의 풍문과는 달리 예수님께서 유대인의 왕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별 혐의가 없다고 보았다는 것이 요한복음의 증언입니다.

  이처럼 예수님께서 왕이시라는 말은 매우 예민한 문제였지만, 제자들과 백성들, 유대 권력자들, 그리고 빌라도가 보는 관점은 서로 달랐습니다. 제자들과 백성들은 예수님께서 왕이 되시기를 원했고, 유대 권력자들은 예수께서 왕이 되려고 한다는 모함을 통해 예수님을 죽이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빌라도는 예수께서 왕이라는 말 자체를 우습게 생각했습니다.

 

 그렇다면 예수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셨을까요? 예수님은 백성들의 생각을 정면으로 거부하셨습니다. 오병이어의 이적 직후, 백성들이 예수님을 왕으로 삼으려 하자 이를 단호하게 물리치시고 산으로 혼자 올라가셨습니다(요 6:15).

요한복음서에는 예수님께서 스스로를 가리켜 왕이라고 하신 구절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단, 오늘 본분에 “네 말과 같이 내가 왕이니라”(요 18:37)는 구절은 오해의 여지가 있습니다. 이 말씀은 예수님께서 왕이심을 밝히신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원문을 잘 보면 “내가 왕이라는 것은 네가 말한 것이다”의 뜻입니다. 

  오히려 예수님은 섬김을 받는 왕으로서의 모습이 아니라 섬기는 종으로서의 모습을 보여 주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실 때 수건을 허리에 두르셨는데(요 13:4), 이러한 일은 당시 종들이 하는 행동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처럼 평소의 삶과 말씀을 통해서 이 세상의 왕이 되는 것은 예수님과 아무런 관계가 없음을 분명하게 보여 주셨습니다. 


  2. 나는 진리를 증언하기 위하여 이 세상에 왔다(요 18:37 상).


  오늘 본문에서 예수님께서는 빌라도와 전혀 다른 말씀을 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태어나신 이유와 이 세상에 오신 이유는 진리에 대해 증언하시기 위함이라는 것입니다. 세상의 왕으로 오신 것이 아니라, 진리의 증언자로 오셨다는 것입니다. 이 말씀은 “내 나라는 이 세상에 속한 것이 아니라”(요 18:36)는 예수님의 선언과도 같습니다. 예수님의 나라는 이 세상의 나라가 아니라 진리의 나라라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세상에 속한”(요 18:36) 것과 “진리에 속한”(요 18:37) 것을 의도적으로 비교하시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바리새인들에게 “너희는 아래에서 났고, 나는 위에서 났으며, 너희는 이 세상에 속하였고, 나는 이 세상에 속하지 아니하였다”(요 8:23)는 말씀을 하심으로써, 세상에 속해 있다는 것은 아래에 속해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하셨습니다. 예수님의 말씀에 의하면 세상에 속한 것은 땅에 속한 것이며, 진리에 속한 것은 하늘에 속한 것입니다. 


  사도 바울이 빌립보서에서 “우리의 시민권은 하늘에 있다”(빌 3:20)고 선언한 것도 예수님의 말씀과 맥을 함께 합니다. 바울이 말한 “시민권”(폴리튜마)에는 “국가”라는 뜻도 있습니다. 바울은 성도들이 이 세상 속에 살기는 하지만, 그 근본은 하늘에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밝힌 것입니다.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원수”(빌 3:18)로 행하는 자들은 땅의 일을 생각하며 마침내 멸망한 사람들이지만, 성도들의 시민권은 하늘에 있으므로 예수 그리스도의 영광에 참여하게 된다는 것입니다(빌 3:20).

  이사야 예언자는 예루살렘에 대하여 “여호와의 성읍”이며 “이스라엘의 거룩한 이의 시온”이라고 합니다(사 60:14). 지금의 예루살렘은 “어둠이 땅을 가리며 캄캄함이 만민을 가리는”(사 60:2) 성읍이지만, 장차 하나님의 은혜가 임하게 될 때의 예루살렘은 “여호와의 성읍”이 될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이사야 예언자는 지금의 때와 미래의 때를 구분합니다. 지금의 예루살렘과 미래의 예루살렘을 분명하게 구분합니다. 지금의 예루살렘은 어둠과 죽음에 속해 있지만, 미래의 예루살렘은 영광과 거룩함에 속해 있다는 것입니다. 이사야 예언자의 선언도 세상에 속한 것과 진리에 속한 것을 분명하게 나누시는 예수님의 말씀과 그 맥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3. 진리에 속한 자는 내 음성을 듣는다(요 18:37 하).


  예수님께서는 빌라도의 심문을 받으시면서 세상에 속해 있음과 진리에 속해 있음에 대한 구분을 분명하게 하셨습니다. 동시에 예수님께서는 “진리에 속한 자는 내 음성을 듣는다”(요 18:37)고 말씀하심으로써, 예수님을 따르는 제자들이 진리에 속해 살아가기를 원하셨습니다. 또한 참된 목자의 음성을 듣고 따르는 양처럼, 예수님의 음성을 듣고 따라가기를 원하셨습니다.

  “듣는다”는 말 속에는 “따른다”는 내용도 들어 있습니다. 진리에 속한 자는 예수님의 음성을 들을 뿐 아니라, 예수님의 삶을 따른다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지신 십자가의 길을 걷고, 예수님께서 당하신 죽음의 길로 나아간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마침내 승리하신 예수님의 부활과 영광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오늘 요한복음의 말씀에서 예수님께서는 성도들의 정체성을 분명하게 강조하시고 있습니다. 예수님의 뒤를 따르는 제자들의 정체성은 하늘에 있다는 것입니다. 이 세상에서 살아가지만, 세상에 속하지 않는 믿음을 강조하시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 세상에 살면서 모든 불의와 거짓을 거절하는 힘은 바로 “진리에 속해 있음”의 정체성에서 나옵니다. 이 세상에 살아가면서 세상을 이기는 힘은 “하늘에 속해 있음”의 정체성에서 나옵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들려오는 예수님의 음성, 진리의 음성에 귀를 기울이면서 “진리에 속해 있음”의 정체성, “하늘에 속해 있음”의 정체성을 잃지 말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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