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합 2:1~4, 시 85:1~2;8~13, 롬 13:8~14, 마 25:1~13
새벽이 밝으려면 더욱 어두워진다고 합니다.
어둡습니다. 밤이 어둡고, 시대가 어둡습니다. 그 어둠의 시간에 대한민국이 뒤집혔다 뒤엎어졌다 했습니다. 어찌 할 수 없어 마음만 동동거리며 밤을 새운 사람들이 수없이 많았습니다. 총을 들고도 쏘지 않았던 군인들과, 총을 든 군인들을 다독이던 시민들이 승리한 밤이었습니다.
하나님의 사자, 메시야가 오시기를 간절히 기다리던 그 때에도, 오직 여호와 하나님을 사랑하므로 이웃을 제 몸처럼 사랑하는 사람들의 생활은 고통에 시달렸습니다.
그래서 파수꾼을 자처한 하박국선지자는 성루에 오릅니다. 파수꾼에게 맡겨진 일은 적이 침입해 오는 동태를 살피는 일 일테지만, 성루에 오른 파수꾼은 적의 동태를 살피지 않고 하나님의 말씀을 기다립니다. 파수꾼은 하나님에게 질문을 하고 그 대답을 기다립니다. 질문하지 않으면 들을 수 없습니다. 하나님이 말씀하시고 그의 이름을 애타게 불러도, 질문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북이스라엘을 점령한 강력한 국가 앗수르는, 신흥국가 바벨론과 그 뒤를 잇는 메대에 의해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예루살렘의 지도자는 그동안 추종하던 애굽과 신흥강대국 바벨론 사이에서 우왕좌왕하며 풍전등화의 상황을 맞이합니다.
파수꾼이 하나님의 말씀을 들으려고 성루에 올라 귀를 열고 주님의 대답을 기다리는 데, 하나님의 말씀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하는 왕궁과 성전을 차지한 자들은 강대국에게 지원을 요청하며 자신들의 안위에만 집중합니다.
그러기에 성루에 오른 파수꾼은 하나님을 향해 애끊는 심정으로 성루에 올라가 고난 당하는 백성들을 대신하여 주의 대답을 기다리고 기다립니다.
자기 안위에만 관심이 있는 왕, 적의 세력에 의해 왕위에 오른 유다의 왕 여호야김은 백성들에게 세금을 과하게 거둬 자기의 자리를 공고히 하려고 합니다. 국제정세가 뒤흔들리는 시대를 사는 백성들의 고난은 평시보다 더 혹독해집니다. 불의가 하나님의 말씀이 가리키는 선함을 짓밟고 득세합니다.
파수꾼은 어둠이 짙은 시대, 나라의 존망이 위태로운 시대에 하나님의 일하심을 기다립니다. 성루에 오른 파수꾼은 의로우신 하나님, 선하신 하나님이 이루시는 역사의 진행 방향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성루에 선 채로 주의 말씀을 듣습니다. ‘너는 이 묵시를 기억하여 누구라도 확실하게 읽을 수 있도록 기록하라. 정한 때가 있으니 종말이 속히 이를 것이다. 결코 거짓되지 않다. 비록 더딜지라도 기다리라. 지체되지 않고 반드시 응하리라. 시대의 상황, 군대와 권력을 추종하는 자들은 교만하며 그 속에서 정직하지 못하나, 믿음을 잃지 않는 의인은 그 믿음으로 살 것이다.’
왕들만, 권력자들만, 작심하고 하나님에게 등을 돌린 사람들만 하나님 앞에서 교만하고 불의를 저지를까요?
오늘 주님의 말씀을 듣는 우리들도 “주님, 나는 이웃을 사랑하고 있습니까?” 질문을 하고 그 대답을 들어야 합니다. 성루에 올라설 수 없다면, 생활 깊은 곳으로 찾아가서 내 신념과 생각과 행위의 근본이 어디에서 비롯되고 있는지 살펴보고, 그 곳에서 하나님의 대답을 들어야 할 것입니다. 진정으로 하나님의 사랑과 선함과 공의로우심을 나는 믿는가? 자신의 믿음에 대해 스스로 질문하고, 답이 없다면 주님의 말씀을 기다려야 합니다. 그 대답을 당장 들을 수 없을 지라도 기다리고 기다려야 합니다. 밤이 길어도 새벽은 오듯이 그리스도로 옷을 입고 단정하게 주님의 말씀을 따를 준비를 해야 합니다.
주님의 말씀을 기다리는 데엔 오직 믿음이 필요합니다. 눈앞에 번쩍이는 현란한 것들, 그럴싸하게 들리는 나팔소리에 현혹되어서는 주께서 비추시는 신새벽의 빛을 놓치기 쉽습니다.
선하신 주님, 온전한 사랑이신 주 하나님은 깊은 밤에도 애태우며 잠들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당신의 아들을 보내주셨습니다. 하나님의 아들은 세상의 생명이며 빛이십니다. 그 빛은 고단함을 무릅쓰고 신새벽에 깨어나 주님께 질문하는 사람들에게 응답이 되어서, 어둠에서 길을 보게 하시고, 고난과 역경의 시간을 지내는 동안 생명의 거룩함을 만나게 합니다. 생명의 빛이신 아기 예수는 성루에 올라 하나님의 말씀을 기다리는 파수꾼에게 주시는 평화의 소식입니다.
하나님은 이미 가지고 있거나 누릴 것을 누리고 있는,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자기의 권력을 나눠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을 메시야로 보내시지 않았습니다.
암울한 시대, 어둠과 빛의 경계에서 지극히 갈등하며 사는 사람들에게 하나님은 아주 여리고 연약한 아기로, 실낱같은 생명을 이어갈 희망을 보내셨습니다.
결혼식입니다. 깊은 밤처럼 어두운 날을 보내지만 희망이 다가오는 길이를 가늠해 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신랑이 오기까지 등불을 밝혀 놓아야만 합니다. 그 등을 밝히는 기름은 나눌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믿음이 불을 밝힐 등입니다. 소망이 불을 밝히는 기름입니다. 믿음과 소망을 어찌 나눌 수 있겠습니까? 나누려 해도 나눠지지 않는 것입니다.
어둠이 걷힐 때까지 깨어 있으면서 믿음에 따른 소망을 잃어버리지 않는 사람들은, 정의와 평화의 신랑으로 오시는, 여리고 어린 생명이 밝히는 빛의 온기만으로도 온 삶을 이어갈 힘을 얻습니다. 절망의 순간에 어린 생명의 따스한 숨결로부터 희망을 향해 나아갈 방향을 찾습니다.
해가 지고 어두워지면 잠자리에 듭니다. 다시 날이 밝아올 때까지 편한 쉼을 얻습니다.
그렇지만 시대적으로 어둠이 오면 더욱 더 잠들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어둠과 폭력의 시간을 이어가려는 권력자들의 불의를 이길 힘이 없어 숨죽여 소망의 기름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아무리 어렵고 험한 세상을 살더라도 불을 밝힐 등잔인 믿음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따뜻해져야 하고, 스스로 단정해 져야합니다.
자다가 깰 때입니다. 평화의 시간을 맞이할 믿음으로 잠에서 깨어 귀를 열고 기다리는 소망이 필요합니다.
하박국은 유대민족이 받은 징계에 대하여 회복하게 하는 하나님의 능력이 무엇인가를 묻고 있습니다. 성경에서 질문이라고 번역된 단어는 ‘처벌, 체별, 교정, 탄핵, 비난, 꾸짖음’ 등 고난당하는 자가 몸으로 겪는 일입니다. 하박국선지자는 유대민족이 겪는 고난 위에 서서 하나님의 분명한 대답을 원했던 것입니다.
이런 하박국에게 하나님은 모든 유대인들이 달려가면서도 읽을 수 있는 분명한 이유가 있음을 알려주라고 합니다. “종말이 속히 이를 것이다.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다. 마음이 교만하며 정직하지 못한 자도 있으나 의인은 그의 믿음으로 살 것이다.”
지금 외세가 휘몰아쳐 국가의 존망이 위태롭고, 왕과 종교지도자는 자신들의 안위에 관심이 있을 뿐이지만 하나님은 당신의 일을 하실 것이라고 대답하십니다.
우리들도 이 말씀을 받아서 희망을 잃지 말고 미래를 향해 달려갈 힘을 얻읍시다.
지난 한 주간 우리나라가 겪은 혼란은 뭐라 말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우리들에게 새로운 내일을 향해 나아갈 희망을 품도록 일하시는 것을 보았습니다.
우리가 어둠 속에서도 등불을 밝히고, 비록 그 등불이 다 해가는 그 순간일지라도 주 하나님의 일하심에 기대하며 기다립시다. 오직 의로운 내일을 기다리며 믿음으로 주의 오심을 기다립시다.
우리나라 대한민국에 하나님의 아들, 구원자를 보내주시기를 기대합니다.
2024년에 맞이하는 성탄절에는 참된 생명의 빛을 환하게 밝히기에 부끄럽지 않은 나라에서 살게 되기를 위해 마음을 모아 기도합시다.
주께서 말씀하십니다.
낮에와 같이 단정히 행하라. 정욕을 위하여 육신의 일을 도모하지 말라. 종말이 속히 이를 것이라. 정한 때가 이를 것이니 반드시 응하리라.
주께서 이루시는 정의로 평화를 누리는 성탄절이 되기를 소망하며 믿음으로 기대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