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삼하 1:17-27, 계 14:13-15:4 , 요 15:1-17
셋째해 창조절 열번째주일을 맞이하며 오늘 세 본문은 서로 다른 시대와 상황 속에서 한 가지 공통된 진리를 전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사람은 사랑으로 살고, 믿음으로 끝까지 견디며, 그 삶이 하나님 앞에 기억된다는 것입니다. 지금도 살아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기억하면서 오늘을 살아가는 저와 여러분은 이 말씀을 통해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믿음은 무엇인지 함께 묵상하는 시간이 되기를 원합니다.
◈(구약)삼하 1:17-27
본문은 사울과 요나단의 죽음을 들은 다윗이 부른 조가, 곧 “활의 노래”입니다. 이 노래를 통해 다윗은 사울의 용맹을 칭송하면서 그의 죽음에 대한 자신의 슬픔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또 자신을 사랑했던 요나단에게 감사하면서, 그의 죽음으로 인해 얼마나 마음 아픈지 보여 주고 있습니다. 다윗은 자신을 죽이려 했던 사울조차 애도하며, 그의 죽음을 진심으로 슬퍼합니다. 다윗의 노래에는 원수에 대한 복수나 미움이 아닌 하나님의 기름부음 받은 자에 대한 존중과 사랑의 기억이 담겨 있습니다.
다윗은 관계의 아픔 속에서도 신실함을 지켰습니다. 사울은 다윗을 끊임없이 쫓아 죽이려 했지만, 다윗은 그를 하나님께서 세우신 왕으로 인정했습니다. 원수를 향한 다윗의 애도는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하나님의 질서를 존중하는 믿음의 자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요나단과의 우정은 하나님의 사랑을 닮은 관계였습니다. 다윗은 요나단을 “내 형제요, 내 사랑이 심히 기이하도다”라 부르며, 그 사랑이 “여인의 사랑보다 아름다웠다”고 고백합니다. 이는 서로의 이익을 위한 동맹이 아니라, 하나님 안에서 맺어진 언약적 사랑이었습니다. 다윗은 사울과 요나단을 잊지 않으려 노래로 기록했습니다. 신앙인은 상처받은 관계도 하나님의 섭리 안에서 기억하며, 그 안에서 화해와 감사의 의미를 새롭게 발견해야 합니다.
오늘 우리는 미움보다 사랑을, 복수보다 기억을 선택해야 합니다. 다윗처럼 하나님의 시선으로 사람을 보고, 아픔 속에서도 하나님의 뜻을 노래할 때, 우리도 진정한 믿음의 사람으로 세워질 것입니다.
◈(서신서)계 14:13-15:4
본문은 환난과 심판의 한가운데서도 하나님께 충성한 성도들의 복됨과 승리의 찬양을 보여줍니다. 세상은 짐승의 표를 받은 자들로 가득하지만, 하나님을 믿고 끝까지 인내한 자들은 죽음조차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믿음으로 죽는 자가 복이 있습니다. 14장 13절은 “지금 이후로 주 안에서 죽는 자들은 복이 있도다”라고 선포합니다. 세상의 눈에는 패배 같지만, 하나님께서는 그들의 수고를 기억하시고 안식을 주십니다. 믿음의 길은 고난을 피하는 길이 아니라, 고난 속에서도 주님을 붙드는 길입니다. 심판은 하나님의 공의의 완성입니다. 14장 14–20절에서 흰 구름 위의 인자 같은 이가 낫을 휘둘러 추수하십니다. 의인의 추수와 악인의 포도즙 틀은 두려운 장면이지만, 이는 하나님께서 세상의 불의를 끝내시고 공의를 회복하시는 구원의 역사입니다. 심판은 파멸이 아니라, 새 하늘과 새 땅을 향한 성화의 과정입니다. 승리한 자들은 하나님의 영광을 노래합니다. 15장 2–4절에서 성도들은 “모세의 노래와 어린 양의 노래”를 부릅니다. 그들은 고난을 통과했으나 패배하지 않았습니다. 불과 같은 유리 바다 곁에서 하나님의 크고 놀라운 일을 찬양하며, 모든 민족이 주의 이름을 경배할 날을 선포합니다.
결국 본문은 우리에게 끝까지 믿음을 지키는 삶의 가치를 일깨웁니다. 세상은 흔들려도, 하나님은 반드시 승리하십니다. 믿음으로 인내하며 주님 안에서 죽는 자, 그가 진정 복된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들의 입술에는 오직 한 노래—“하나님께 영광!”—이 울려 퍼질 것입니다.
◈(복음서)요 15:1-17
예수님께서는 자신을 “참포도나무”로, 제자들을 “가지”로 비유하십니다. 이 말씀은 신앙의 본질이 주님과의 관계적 연합에 있음을 가르칩니다.
열매 맺는 삶은 주님께 붙어 있을 때 가능하다.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니, 그가 내 안에, 내가 그 안에 거하면 사람이 열매를 많이 맺나니”(5절). 신앙은 인간의 노력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예수님과의 끊임없는 연결과 교제 속에서 생명이 흐르고, 그때에만 사랑과 순종, 성령의 열매가 맺힙니다. 주님과의 관계가 끊기면 가지는 말라버립니다. 열매는 사랑으로 드러난다. 예수님은 “내 계명은 곧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12절)고 명하십니다. 주님께 붙어 있는 자는 사랑을 선택합니다.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희생과 순종으로 표현되는 믿음의 열매입니다. 우리가 이웃을 사랑할 때 세상은 그 사랑 안에서 하나님을 봅니다. 주님은 우리를 친구로 부르신다. 예수님은 “이제부터는 너희를 종이라 하지 아니하고 친구라 하리니”(15절)라 하십니다. 친구란 신뢰와 친밀함의 관계입니다. 주님은 우리를 단순히 명령을 수행하는 종으로 두지 않으시고, 그분의 마음과 뜻을 나누는 동역자로 부르십니다. 결국 예수님과의 관계는 붙어 있음(연합), 사랑(열매), 친교(친구)으로 요약됩니다. 진정한 신앙은 행위나 성취가 아니라, 매일의 삶 속에서 주님께 붙어 있고 그분의 사랑을 흘려보내는 것입니다. 오늘도 주님께 붙어 있기를 선택할 때, 우리의 삶은 마르지 않는 포도나무처럼 풍성한 열매를 맺게 될 것입니다.
마무리하며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고 명령하십니다. 참된 제자는 주님의 사랑 안에 거하며, 그 사랑을 삶으로 드러냅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을 “종”이 아니라 “친구”라 부르셨습니다. 주님은 우리를 단순한 수행자가 아닌 사랑의 동역자로 부르십니다. 사랑은 신앙의 가장 분명한 열매이며, 그 사랑을 통해 세상은 하나님을 알게 됩니다.
다윗의 사랑, 계시록의 믿음, 요한복음의 순종은 모두 같은 방향을 가리킵니다. 사랑으로 하나님을 닮고, 믿음으로 끝까지 견디며, 주님의 친구로 살아가는 인생—그것이 성도의 길입니다. 우리의 이름이 세상에서는 잊혀질 수 있지만, 사랑과 믿음으로 산 사람의 삶은 하나님께 기억됩니다. 그 어떠한 고난 속에서도 사랑을 선택하고, 끝까지 믿음을 지켜, 마침내 승리의 노래를 부르는 저와 여러분이 되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