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창 11:1~9, 고후 4:1~6, 막 13:14~27
언제 폭염이 끝나나 싶었는데, 아침저녁으로 선선해지는 것이 이제 가을이구나 싶습니다. 깊어가는 가을의 길목에서, 오늘 우리는 창조주 하나님의 섭리를 느끼며, 교회연합의 의미를 되새기는 주일을 맞이합니다. 오늘 창세기, 마가복음, 고린도후서 세 본문을 통해 창조주 하나님의 원대한 계획, 그 약속과 성취, 그리고 우리 삶의 적용점을 함께 상고하고자 합니다. 우리의 예배와 삶이 오직 창조주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빛나는 연합'이 되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말씀을 나눕니다.
1. 약속의 본문: 창조 질서를 거스른 인간의 연합 – 창세기 11장 1-9절 (바벨탑 사건)
오늘 우리가 가장 먼저 나눌 말씀은 창세기 11장, 바벨탑 사건입니다. 본문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온 땅의 언어가 하나요 말이 하나였더라." 사람들은 동방으로 옮겨가다 시날 평지에서 "서로 말하되 자, 벽돌을 만들어 견고히 굽자 하고... 자, 성읍과 탑을 건설하여 그 탑 꼭대기를 하늘에 닿게 하여 우리 이름을 내고 온 지면에 흩어짐을 면하자"라고 합니다.
여기서 우리는 인간의 강렬한 연합의 욕구를 봅니다. 하나의 언어, 하나의 목적 아래 거대한 성읍과 탑을 쌓는 일은 대단한 통일성과 효율성을 보여주는 듯합니다. 그러나 그들의 목적은 단순히 '연합'이 아니었습니다. "우리 이름을 내고 온 지면에 흩어짐을 면하자"는 인간 중심적인 야망을 담고 있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고 명령하셨음에도 불구하고(창 1:28, 9:1), 그들은 한곳에 모여 자신들의 안위와 영광을 위해 거대한 탑을 쌓았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인간의 교만을 넘어, 창조주 하나님의 질서와 명령, 즉 온 땅에 퍼져 충만하게 하려는 그분의 창조 계획을 거스르는 행위였습니다.
결국 하나님께서는 이들의 교만한 연합을 흩으셨습니다. 언어를 혼잡하게 하시고, 그들을 온 지면에 흩으셨습니다. 이는 인간의 힘과 의지로 쌓아 올리는 연합이 하나님의 창조 질서와 뜻을 거스르며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음을 보여줍니다. 참된 연합은 인간의 자아와 욕망이 아니라, 창조주 하나님의 주권과 그분이 만드신 창조 질서 안에서만 온전히 이루어질 수 있다는 역설적인 '약속'을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하나님은 혼란을 조성하신 것이 아니라, 창조 질서를 재정립하고 당신의 원대한 계획을 이루기 위한 주권적인 행위를 하신 것입니다.
2. 성취의 본문: 창조의 회복과 택하신 자의 연합 – 마가복음 13장 14-27절 (예수 그리스도의 다시 오심)
두 번째로 마가복음 13장 14-27절 말씀을 봅니다. 이 본문은 예수님께서 종말의 징조와 인자의 오심에 대해 말씀하신 부분입니다. 예수님은 마지막 때의 큰 환난과 징조들을 말씀하시면서, 결국에는 "그 때에 인자가 구름을 타고 큰 권능과 영광으로 오는 것을 보리라 그가 천사들을 보내어 자기 택하신 자들을 땅 끝으로부터 하늘 끝까지 사방에서 모으리라"고 선포하십니다.
이 말씀은 바벨탑 사건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룹니다. 바벨탑에서 흩어진 인류는 죄와 타락으로 인해 고통받는 피조세계와 함께 마지막 날, 예수 그리스도의 다시 오심을 통해 비로소 온전한 회복과 연합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인자의 오심은 단순히 인간을 구원하여 모으시는 것을 넘어, 피조세계 전체를 새롭게 창조하시고 회복하시는 하나님의 구원 계획의 궁극적인 성취입니다. 사도 바울은 로마서 8장에서 "피조물이 다 이제까지 함께 탄식하며 함께 고통을 겪고 있다가 이제는 하나님의 아들들이 나타나 피조물이 썩어짐의 종노릇 한 데서 해방되어 하나님의 자녀들의 영광의 자유에 이르게 될 것을 고대한다"고 말씀합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죽음과 부활은 죄로 인해 흩어지고 단절되었던 하나님과 인간, 그리고 인간과 인간, 나아가 인간과 피조세계 사이의 관계를 회복하는 결정적인 성취입니다. 그리고 그의 다시 오심은 이 회복된 관계 속에서 모든 택하신 자들을 완전하게 모으실 뿐 아니라, 온 창조세계를 하나님의 영광으로 가득 채우실 궁극적인 성취입니다. 교회 연합은 바로 이러한 종말론적인 약속과 성취를 미리 맛보며 세상 가운데 보여주는 모형입니다. 우리는 지금 흩어진 시대를 살고 있지만, 장차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창조와 구속의 완전한 연합을 이룰 것이며, 이 소망이 바로 오늘 우리의 연합의 가장 큰 동기가 됩니다.
3. 적용의 본문: 창조주 하나님의 영광의 빛을 비추는 연합 – 고린도후서 4장 1-6절
이제 마지막으로 고린도후서 4장 1-6절, 사도 바울의 고백을 통해 우리가 어떻게 이 연합을 이 땅에서 살아가야 할지 적용점을 찾아봅니다. 바울은 말합니다. "우리가 이 직분을 받아 긍휼하심을 입은 대로 낙심하지 아니하고...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얼굴에 있는 하나님의 영광을 아는 빛을 우리 마음에 비추셨느니라."
사도 바울은 자신들이 "더러운 것을 숨기지 아니하고" "하나님의 말씀을 혼잡하게 하지 아니하고" 오직 진리를 나타냄으로 하나님 앞에서 모든 사람의 양심에 자기를 추천한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이 "빛나는 복음의 광채"를 지닌 자들입니다. 바울은 "어두운 데에 빛이 비치라 말씀하셨던 그 하나님께서 예수 그리스도의 얼굴에 있는 하나님의 영광을 아는 빛을 우리 마음에 비추셨다"고 고백합니다. 이 빛은 단순히 우리의 영혼을 구원하는 빛을 넘어, 태초에 "빛이 있으라" 말씀하시며 창조를 시작하신 창조주 하나님의 영광스러운 빛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추구해야 할 교회 연합은 인간적인 편리함이나 힘의 결집이 아닙니다. 우리의 연합은 "예수 그리스도의 얼굴에 있는 하나님의 영광을 아는 빛"으로 하나 되는 연합입니다. 교회 안에서 성도간의 연합이고, 교회 밖에서 교회간 성도들의 연합입니다. 이 빛을 받은 우리는 창조주 하나님의 지혜와 사랑을 아는 자들로서, 세상 속에서 그분의 창조 사역에 동참하고 피조세계를 돌보는 청지기적 사명을 감당해야 합니다. 각자의 감춰진 부끄러운 일들을 버리고, 속임수로 행하지 않고, 하나님의 말씀을 혼탁하게 하지 않으며, 오직 진리를 따라 서로를 섬기고 격려하며, 이 땅의 아픈 곳을 치유하고 정의를 세우며, 나아가 이 땅에 주님의 창조 질서를 회복하는 데 헌신하는 것이 우리의 사명입니다.
우리 각 교회와 지체들은 복음의 빛을 담고 있는 질그릇과 같습니다. 이 질그릇 안에 담긴 예수 그리스도의 빛, 즉 창조주 하나님의 영광을 함께 비출 때, 세상은 비로소 주님의 영광을 보게 될 것입니다. 오늘 교회연합주일과 창조절 둘째 주일을 맞아, 우리가 모인 이유와 목적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바벨탑의 교만한 연합을 넘어, 그리스도 안에서 택하심을 받아 성취될 창조의 회복과 영원한 연합을 미리 맛보며, 우리의 삶과 사역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의 영광, 곧 창조주 하나님의 영광을 비추는 것입니다.
결론: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창조절 둘째 주일이자 교회연합주일인 오늘, 우리는 창세기에서 인간이 창조 질서를 거스른 연합의 한계를 보았습니다. 마가복음에서는 창조의 회복과 택하신 자의 완전한 연합을 이루실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의 영광을 미리 보았습니다. 그리고 고린도후서에서는 이 창조주 하나님의 영광의 빛을 받은 우리가 어떻게 이 땅에서 연합하여 살아가야 할지를 배웠습니다.
이 연합은 단순한 조직적 연합을 넘어, 창조주 하나님의 아름다운 질서를 회복하고, 고통받는 피조세계를 돌보며, 주님의 다시 오심을 고대하는 영적인 연합입니다. 우리 각 교회가 서로 다른 모양과 색깔을 가졌을지라도, 예수 그리스도의 피로 구원받은 동일한 성도들이며, 빛 되신 주님을 증거하고 그분의 창조 사역에 동참하는 사명을 받은 지체들입니다.
오늘 이 예배를 통해 우리의 마음속에 창조주 하나님의 섭리와 주님의 영광이 더욱 분명히 새겨지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이 빛이 우리의 연합을 통해 세상에 더욱 분명하게 드러나기를 간절히 소원합니다. 우리가 주님 안에서 진정으로 연합하여 이 땅에 하나님의 창조 질서를 회복하고 그 나라를 확장해 나갈 때, 주님께서는 우리를 통해 놀라운 일들을 행하실 것입니다. 그 기적의 주인공, 간증의 주인공들이 되시기를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