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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행 기 (4) - 양무리 천국을 찾은 양무리 목사

관리자 2019-01-12 (토) 21:14 5년전 1243  

제 8 일째(11.4)을 맞이했다. 퀸즈타운에서의 2일째 날로서, 먼 곳 투어를 떠나게 된 날이다.

 

특히 이 날은 마침 여행 중 맞이한 주일(主日)이어서, 묘한 긴장감이 있었다. 내 생애 이런 류(類)의 주일 맞이는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교회에서 성도들과 함께 보내야 되는 때에 여행하는 일 자체가 낯설었다. 처음엔 일행 중에 있는 신도들을 찾아서 함께 약식 주일예배도 드릴까를 생각도 해보았다. 하지만, 이미 촘촘히 짜인 일정을 손대지 않고서는 불가능함을 알았기에, 우리 부부는 아쉬움과 죄송한 심정으로 둘 만의 주일예배를 기도 중심으로 마쳤다. 

 

준비된 도시락으로 조식을 대신한 우리 일행은 약 4시간이 소요되는 거리에 위치한 밀포드 사운드 투어를 위하여 서둘러야 했다. 왕복 8시간이 소요되는 대단한 장거리 여행길이었다. 밀포드 사운드는 피요르드(어름섬) 랜드로 불리는 곳으로서, 뉴질랜드 남섬의 국립공원이었다. 그곳은 ‘사우스 알프스’라고도 불리우는 곳인데, 저 멀리 해발 3,754m의 마운트 쿡이란 고산이 펼쳐진 곳이기도 하며, 남부 태평양쪽에 위치한 비경(秘境)의 만(灣-Bay)으로서, 주변의 웅장한 산들과 절벽들이 빙하(氷河)로 덮였고, 깎아지른 절벽의 빙하에서 흐르는 폭포들로도 장관(壯觀)을 이루는 곳이었다. 그 주변의 동식물과 자연현상 역시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곳이어서, <쥬라기 공원> 같은 촬영장소가 될 정도이기도 했다.

 

하지만 출발 일정부터는 제대로 갈 수 있을 지가 매우 불안했다. 어제 새벽에 쏟아진 폭우, 폭설로 인하여 밀포드로 가는 길에 산사태가 있었고, 그로 인하여 도로가 통제되었으며, 밤샘으로 복구 작업이 계속되고 있지만, 우리가 가는 그 아침 시간대에 과연 정상화되어 통행이 가능해질지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었다. 그 바람에, 가이드는 제2의 대처 방안을 마련했다고는 하지만, 그 무엇으로도 밀포드 여행을 대체할만한 높은 가치가 있는 것이 없었기에, 우리 일행은 행운을 기원하면서, 그곳을 향한 일정을 강행하였다. 글쎄, ‘믿고 간다’는 말이 여기에 적합한 듯싶었다. 

 

하지만 가는 길목에는 정말 지루할만한 곳이 없었다. 주변의 짙푸른 호수와 눈 덮인 산세(山勢)들, 펼쳐지는 푸른 초원으로 된 들판의 다양한 풍경들이, 흐리지만 바람에 흩뿌리는 눈비 속에도 한 폭의 산수화(山水畵)를 보는 듯해서, 무척 감동적이고 흥미로웠다. 다음 휴게소까지 가는 길목에는 다양한 볼거리들이 많아서, 종종 포토 촬영을 위하여 쉬엄쉬엄 가야만 했다. 

 

그 중에서 길가에 어구적 거리며 사람들 주변을 맴돌던 어느 새가 눈에 띠였다. 잉꼬 중류의 ‘케어’(kea)새라고 불리는 그곳의 토종(土鐘) 새인데, 이 새는 덩치는 제법인데도, 날지 못하는 것이 특징이었다. 원인을 잘 모르지만, 그곳 한적한 곳에 살면서 사람이나 어떤 짐승들의 공격이 없어서 날 필요를 못 느끼면서 살다가 그렇게 퇴화(?)된 듯싶었다. 나에게도 기능은 있으나 안 쓰고 사는 부분은 없는지 성찰해보게 하는 새였다. 

 

잠시 들린 휴게소에서 반가운 소식 두 가지를 접했다. 하나는 멋지고 큰 무지게를 또 만난 것이다. 왠지 반가운 신호를 받는 느낌이었다. 또 하나는 그곳에서 밀포드사운드로 가는 장애물 제거 공사가 막 끝나서, 이제 통행이 허가되었다는 소식을 인터넷으로 확인한 일이었다. 관리소에서도 이곳에 오는 관광객들이 많아서, 어떻게 하든 최선을 다해 관광이 장애가 없도록 수고한 것이 분명했다. 믿고 온 것이 큰 도움이 된 셈이다. 발걸음이 가벼웠다. 

 

얼마 후, 그곳의 더런 산맥을 통과하는 길이 1,219m의 1차선 호머 터널을 통과하였다. 그 터널은 1954년에 개통된 것으로서, 순수하게 사람의 손작업으로 뚫었던 터널로 유명하며, 1차선이어서 일방통행만 되는 곳이었다. 현재는 퀸즈타운과 남부의 밀포드사운드를 연결해주는 94번 국도 역할을 하고 있었다. 

 

밀포드 사운드의 부두 방문자 센터인 프레시워터 베이슨에 도착했다. 이곳의 특징은 해수보다도 담수의 비중이 높아 프레시워터(Freshwater)란 이름을 갖는 곳이었다. 일기는 고르지 못했으나, 우리 일행은 설래는 마음으로 쿠르즈 유람선에 승선했다. 하늘은 금방이라도 뭔가 쏟아질 듯한 어둔 구름대가 우리가 통과할 계곡을 막고 있는 듯했으나, 전혀 두렵지 않았다. 점심도 선상에서 뷔페로 제공되어, 맛있게 먹고 난 후, 우리는 수심 평균 300m까지 되는 피오르  앞바다를 향하여 떠나는 유람선 옥상으로 올라가 주변 풍경을 즐기기 시작했다. 비바람도 계속 치곤 했으나, 아내와 나는 마치 어린아이처럼 기쁘게 천연자연을 즐겼다. 

 

좌우에 펼쳐진 산과 계곡과 폭포들-, 해발 1,000m-2,000m대의 높이를 자랑하고 있으며, 그 위에는 만년설이 덮여 있었고, 거기에서 녹아 흘러내리던 계곡의 다양한 폭포들이 장관이었다. 보엔 폭포-신바드협곡-마이티피크-사자산-코끼리산-요정폭포를 거쳐 밀포드사운드의 앞바다 입구인 데일곶을 뒤로 하고, 우리는 회항하기 시작했다. 물개바위-스털링폭포 등을 거쳐서 수중전망대가 있는 디스커버리 센터를 잠시 입구에서만 머물다가, 돌아왔다. 바로 그 부분, 즉 수중 10m로 내려가서 경이로운 바다 세계를 360도 회전하며 볼 수 있었던 그 곳을 관람하지 못하고 돌아온 일은 그곳 여행에서 가장 아쉬움이 남았던 순간이었다. 아마도 경비에 포함되지 못한 까닭이었지 않았나 싶었다. 센터에 입항한 후에도 뒤편 산에도 만년설의 쌓여있는 팸브로크 산-시어다운 산맥 등이 또 다른 울타리 모양으로 우리를 맞이해 주었다. 

 

돌아오는 코스에서도 주변의 자연환경은 정말 가슴 뛰는 현장이었다. 호머 터널을 역으로 빠져 나오려고 잠시 대기하는 순간에도, 우리는 그곳 자연의 아름다움을 숨 쉴 수 있어서, 좋았다. 주변 산은 눈으로 덮여 있지만, 발을 딛는 땅에는 각종 다양한 숲과 풀들과 꽃들이 얼마나 풍성하게 펼쳐져 있는지-, 그곳이 지상 천국이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래서 그곳엔 주라기 공원 같은 촬영도 가능했던 모양이었다. 공기도 너무나 신선하여, 마치 우리 몸의 숨쉬는 기관들이 쾌적한 공기와 산소로 세탁했다는 느낌을 가질 정도였기 때문이다. 

 

멋진 소풍(消風)이었다. 귀가 길의 풍경도 훌륭했다. 가이드의 상품 구매현장 안내도 잠시 진행되었다가, 저녁식사를 프라임 워터프론트 레스토랑에서 현지식인 스테이크 중심으로 취한 후, 우리 일행은 내일 진행될 일정을 위해 일찍 숙소에 들었다. 하지만 우리 부부는 주일 저녁인데다, 숙소 건너편에 있는 어느 개신교회당의 저녁 집회가 있어서, 잠시 들리기도 했는데-,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행사를 그 지역교회들이 함께 한 후에 폐회한 직후였다. 한인교회도 멤버로 참여했던 모양이었는데, 아무도 만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제 9일째(11.5/월)는 크라이스트처치(Christchurch)를 향하여 약 8시간의 자동차 이동으로 시작되었다. 

 

퀸즈타운에서 크라이스트처지로 가는 길목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무려 8시간이나 되는 찻길이어서 지루할 줄 알았는데, 가면서 만나고 경험하는 자연이나 관광지의 모습은 매우 훌륭했다. 도중에 데카포 호수를 향하여 가는 길은 완만하면서도 계속 아래 지형으로 내려가는 길이었다. 그만큼 퀸즈타운의 지리적 위치가 높았음을 말한다. 가는 길목인 켄터베리 대평원의 왼쪽으로는 적절한 설산(雪山)으로 된 산악지역이 마치 병풍처럼 펼쳐 있었는데, 가이드의 말에 의하면 한국의 영화나 광고 모델들이 종종 그곳에 와서 촬영하곤 한다고 했다. 

 

중간 경유지인 푸카키 및 데카포 호수에서 우리는 휴식과 관광을 즐겼다. 호수 넘어 저 멀리보이는 뉴질랜드 남부 알프스의 최고봉인 해발 3,754m의 마운트 쿡의 위용은 대단했다. 어제 들렸던 밀포드사운드에서 보지 못했던 바로 그 산을 모습을 그곳 호수가에서 한껏 즐길 수 있어서 즐거웠다. 그런데, 그곳 호수가에는 또 다른 두 곳의 유명한 관광 명소(名所)들이 있었다. 

 

하나는 <양몰이 개의 동상>이었다. 처음엔 그곳 개들 중에 어떤 감동적인 사연을 담은 개의 동상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일종의 뉴질랜드의 대 산업을 견인하는 양모(羊毛)산업의 핵심적 주역으로서의 개의 업적을 기리는 상징을 담아 세운 동상이었기 때문이다. 앞에서도 언급한 바대로, 실재 그 나라의 목양(牧羊)은 인간 목동들의 헌신과 함께, 그를 곁에서 돕는 개들의 수고 때문인 것이 사실이었다. 잘 훈련된 개가 수많은 양떼를 주인의 뜻에 따라 몰이하는 일은 그곳에서는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 동상의 의미가 매우 컸다. 

 

또 하나는 <선한 양치기의 교회>였다. 사람들은 그 교회를 세계에서 가장 작은 교회이자 가장 아름다운 교회라고 부른다고 했다. 우리는 그 교회를 잠시 방문하며 기도도 올리고 휴식도 취하였다. 정말 돌로 건축한 미니 교회당이었다. 그런데 그 교회 설립의 유래(由來)를 들어보니, 더욱 훌륭하였다. 사연은 이러했다. 그곳 남부지역의 개척이 시작되면서, 외부 사람들이 몰려오기 시작했을 때, 여러 종파의 교회 교파들이 함께 몰려왔었다. 그러면서 예배당 처소 때문에 다소 불편해지게 되자, 그들은 서로 지혜를 모았다. 교회 문제로 서로 분열되고 다투는 일은 없도록 하자고 다짐한 것이다. 그래서 중지를 모은 것이 현재의 하나의 교회당을 건축하게 된 것이다. 단, 다양한 교파들이 시간을 조절하여 예배당을 사용하자는 다짐한 것이다. 장로교, 루터교, 성공회, 기타 몇 종파들이 그 때부터 뜻을 합하여 교회를 관리하고 예배도 드리면서 지금껏 공동소유. 관리, 예배 등으로 진정한 에큐메니칼적 공동체를 유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가 찾은 그 날도, 그 때 담당한 교단의 가족들 몇이 방문객을 친절히 안내하고 있었다. 정말 너무도 아름답고 자랑스러웠다! 서로의 특색은 살리되, 예배는 한 곳에서 드리면서, 지역적 갈등을 예방하고 평화로운 지역공동체를 이룬 것은 그들의 성숙한 모습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지금도 산산조각난 한국교회의 실상을 생각하니-, 더욱 부끄럽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였다. 진정 ‘작은 큰 교회’를 그곳 관광지에서 찾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후도 온화하여 우리를 한껏 축복하는 교회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아, 우리는 언제 그런 차원의 교회를 이룰까----!

 

크라이스트처지에 들어섰다. 아본 강을 끼고 있는 이 도시는 뉴질랜드 남섬 동쪽의 켄터베리 지방의 가장 큰 도시이다. 인구만도 대략 40여만 명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시간 상, 많은 지역을 돌아볼 수는 없었으나, 그곳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인 켄터베리 박물관과 식물원과 아트센터 등을 돌아보았다. 도시는 전반적으로 공원들이 많아서, ‘정원도시’란 별명을 갖고 있을 정도였다. 우리 한인들도 상당히 정착하여 살고 있다고 듣기도 했다. 

 

도시 이름이 특이했다. 그리스도와 교회가 합쳐진 크리이스트처지란 이름이었기 때문이다. 사연인즉 1850년대에 영국의 옥스퍼드대 엘리트 출신들이 이민해 와서 신앙적인 꿈을 그곳에 펼치려는 의도를 갖고 접근하면서, 도시 전체도 그렇게 이름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성공회가 주류로 굳게 자리하고 있는데, 지금은 뉴질랜드에서 가장 오랜 도시였다. 

 

한 가지, 도시가 안고 있는 큰 고민이 있었다. 지난 2010년대에 들어서 진도 6-7도의 강진(强震)이 연달아 와서, 유적지를 비롯하여 도시 중앙의 다수의 건물들도 많이 파괴되고 무너져 내리는 참사를 겪었다는 점이다. 우리가 방문했을 때에도 도시의 유수한 건물들이 지진 피해의 흔적을 때운 모습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그 바람에, 그곳에서 자란 세대들이 다른 지방으로 떠나면, 다시 돌아오려고 하지 않는다는 경향이 생겨나고 있다고 했다. 그곳이 불의 고리에도 들어가 있는 모양인데-, 아무튼 그 좋은 도시에 깊은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었다. 

 

저녁은 한인이 경영하는 상점을 방문하여 쇼핑하는 시간과 함께 공항근처에 있는 가든 호텔에 투숙하였다. 이 도시에서의 관광 일정은 짧았는데, 그것은 이곳을 경유하면서 내일 아침 일찍에 큰 대륙의 땅이자 우리 여행의 마지막 경유지인 호주(濠洲)로 떠나야 하였기 때문이다. 호텔 주변은 그날따라 여기저기서의 폭죽이 터지고 있었다. 아마도 우리의 여행 일정의 무사한 마무리를 축하하는 듯한 기분을 주었다. 동행중인 멤버가 내일 아침에 배달될 한식에 먹으라고 된장 팩까지 넘겨주어 감사했다. 아름답고 풍성한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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