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차법>에 대한 답글이 준 파장
지난 해 9월14일에 <포괄적차별금지범>(일명-포차법)에 관하여 공개적으로 올린 김영한 박사(나비 행동대표)를 향한 나의 답(答)글에 대한 파장과 여운이 적지 않았습니다. 벌써 해가 바뀌어 4개월여가 지났음에도 그 여진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나도 이토록 파장이 클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만, 그만큼 이 주제가 우리 기독교인들에게는 갈등의 파장이 컸음을 말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나도 많이 배우고 생각하는 기회였습니다. 비록 김 박사의 우리 교단에 대한 비판적 접근에 대한 논박의 글이었으나, 그 일로 인하여 성령께서 이끄신 행보는 매우 놀라웠기 때문입니다. 본 교단의 식구들은 물론, 기타 독자들께서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보면서, 잠시 그 일에 얽힌 전후 사정을 보고(報告)차 올리고자 합니다.
나의 답글은 김 박사께서 올렸던 크리스쳔투데이 신문에 기고문 형태로 올려졌습니다. 그러자 몇 가지 반응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첫째는 기독교중앙방송국(CBS-TV)에서 인터뷰 요청이 왔습니다(9/22). 요청 이유는 내 글이 지금의 한국기독교의 동성애 문제에 매우 합리적인 대응책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고 합니다. 찬반 양쪽 모두가 함께 숙고할 좋은 대안으로 판단한 듯했습니다. 그 바람에 인터뷰는 양무리교회 목양실에서 담당 이대웅기자의 질의 응답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이 인터뷰는 다음 날인 9월 23일(수) 21:50의 뉴스 시간에 1차 방송되었다가, 10월 4일(금) 21:50에는 보다 다른 보완된 내용으로 2차 방송까지 되었습니다. 시청한 이들에게서도 몇몇 개인적 반응들도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둘째는 본 교단의 홈페이지 커뮤니티란의 <알림과 제안>란에 김 박사의 글과 함께 나의 대응 기고문 전문을 올리면서, 우리 교단 가족들의 이해와 조언을 청취하고자 했습니다. 후에는 말씀목회연구원의 원장코너 <목회서신>란에도 잇달아 게시하면서, 목회자와 성도들의 동성애 문제 및 포차법 대응에 대한 소신을 표명했습니다. 그 바람에 대략 1,000명이 훨씬 넘는 이들이 방문하면서, 내용에 높은 관심을 드러냈습니다.
대체로 후배 목회자들의 반응이 매우 긍정적이었는데, 그들은 나의 글을 통하여 동성애 문제와 그와 관련된 포차법 대응에 대한 입장을 이해하는데, 마치 모범답안을 대한 듯한 반응들을 보여주었습니다. 포차법 반대자들에게도 생각할 여지를 전달한 듯했고, 찬성자들에게도 논리적 입장을 정리하는 데에 도움이 된 듯하였습니다. 다행히 적극적인 비판자는 보지 못했습니다. 하나님의 은혜로 알고 감사드립니다.
셋째는 비판의 글을 올린 당사자 김영한 박사와의 회동(會同)을 한 일입니다. 내 글을 접한 김 박사는 나에게 직접 만남을 요청하는 메일을 보내주었습니다. 나도 서로 만나 대화하면, 피차에 유익이 될 것이라고 믿고 요청에 응한 것입니다. 혹 논쟁이 있어도 유익은 있으리라고 판단했습니다. 회동은 11월 4일(수) 오후2시에서 약 2시간 정도로 서울 양재동 횃불회관에 있는 그의 사무실에서 이루어졌습니다.
김 박사의 영접은 정중했고 따뜻했습니다. 공격적이거나 비판적이지 아니하고,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궁금한 부분은 알아보고자 하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무엇보다도 내가 제시한 4가지 포인트에 대하여서는 당신도 전적인 동의를 표했습니다.
곧 포차법 저지가 기독교의 랜드마크인 사랑을 훼손하는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는 것, 성소수자를 향한 삼위일체 하나님의 포용(包容)에 대한 성서의 기록들을 주목해야 한다는 점, 교회의 포차법 저지로 인하여 한시라도 빨리 해결 받아야할 더 많은 사회적 제반 차별들까지도 발이 묶여서, 세상의 비난들을 자초하게 된 교회의 현실을 외면할 수 없다는 점, 그리고 예수께서 각별하게 챙겨주신 사마리아 선교를 외면할 기독교 선교를 생각할 수 없다는 나의 문제 제기에 김 박사께서도 공감을 표시하였습니다.
그러면서 김 박사의 입장은 현 정부 정책이 너무 친북내지 종북 편향이 아니냐는 쪽의 문제 제기였습니다. 그의 입장을 들으면서 지금의 한국교회 보수진영의 지도자들의 입장이 매우 그 점에서 일치된 시각을 갖고 있어서, 퍽 우려스러웠습니다. 전광훈같은 자들의 등장이 왜 그리 힘을 받고 있는 지를 엿볼 수도 있었고요. 여러 측면에서 기우(杞憂)임을 대변하고자 나는 성서적 시각으로 현 정부의 모습을 설명하였으나, 그는 우파적 정치편향적인 입장에서 주장하여 피차의 입장차가 확인되기는 했습니다.
대화의 종반에는 나의 사역인 말씀목회연구원의 교회력에 따른 삼위일체론적 세 본문 연구에 관련된 부분을 나누면서, 대화를 마감할 수 있었습니다. 서로의 입장 차는 인정하면서도 상대를 통하여 이견들을 좁힐 수도 있음도 화인되었다고 봅니다.
헤어지면서 김 박사는 그의 나비 행동에서 오랜 세월 연구활동을 해왔던 연구물들을 가득 담아서 건 내 주었습니다. 그 중에 가장 두꺼운 책, 차영배교수의 미수기념논문집인 <성령론과 삼위일체론>(기독교학술원편.킹덤북스)도 있었는데, 그 속에 오른 논문들을 숙지하면서, 지금도 많은 도움을 받고 있는 중입니다.
특히 제2부에서 김 박사가 직접 쓴 논문, <창조주와 새 창조주 되신 그리스도>의 글을 읽으면서, 우리 연구원이 창조절기에 설교해 온 세 본문의 내용과도 너무 흡사하여, 우리 목회자들이 삼위일체력에 따른 세 본문 설교를 지속하는 일이 얼마나 소중하고 신학적인 무게를 확보할 수 있는 작업인지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권호덕 박사의 <에드와드 뵐의 삼위일체론>이나, 제1부에 있는 김동수교수의 <누가가 말하는 성령 충만>도 우리의 삼위일체론과 그리스도론과 성령론을 이해하는 데 많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전반적으로 이 신학자들의 논문들이 성경 본문에 근거한 내용들이어서, 우리같이 세 본문 설교 연구에 힘쓰는 목회자들에게는 매우 유익할 것으로 보였습니다. 동시에 본문에 충실한 세 본문 설교를 하면, 누구나 신학자도 되고 성서적 설교자가 될 수 있음도 확인되었습니다.
이상은 지난 번 포차법에 관련된 김영한 박사와의 발표와 그에 대한 나의 답글에서 파생된 일련의 행보들과 과정들을 소개하였습니다. 본 교단 총회(제105회)에서는 아직도 포차법에 대한 교사위원회의 발표를 놓고 대립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모양이어서 안타깝기도 합니다. 그들은 아마도 나의 글을 읽지 못한 것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어제도 시골의 어느 후배 목회자로부터 그 글을 읽고 너무 크게 도움을 받았다는 인사를 듣기도 했습니다. 주변의 동성애 극렬 반대자들의 공세에 답할 입장을 찾았다는 이유에서 였습니다. 부디 긴 호흡으로 진지한 연구와 토론을 통하여 우리 한국교회가 하나 된 동성애 대책을 수립할 그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거기에 나의 이 조그만 발표문이 긍정적 문제해결을 위한 디딤돌이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하나님께서도 우리 모두에게 은혜를 주시기 바랍니다.
원장 최 부 옥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