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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해] 주현절(5-2) - " 얽힌 사슬을 끊고 " / 송종근 목사

관리자 2020-02-07 (금) 12:58 4년전 1645  

본문) 아모스 9:7~15, 로마서 8:12~17, 마가복음 3:20~35


전통적으로 이스라엘은 혈연을 강조하는 민족주의 국가였습니다. 이는 하나님께서 그들의 조상 아브라함을 택하사 그를 통하여 열국의 아비로 삼고, 큰 복을 주겠다는 약속 때문입니다. 이 약속은 출애굽 사건을 겪으면서 거룩한 백성으로, 제사장 나라로 삼겠다는 약속으로 이어집니다. 하나님은 이스라엘을 인류구원의 거룩한 통로로 삼으시고, 그들을 통하여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하나님을 의지하는 자들의 모습을 세상에 드러내기를 원하셨습니다. 그래서 그들에게 약속을 주셨고, 그 말씀을 지키면 들어가도 복을 받고 나가도 복을 받을 것이다 약속하셨던 것입니다. 그러나 출애굽의 은혜를 입고, 가나안의 복을 입은 이스라엘은 그 약속을 오래도록 간직하지 못하고, 결국 이방신들에게 눈을 돌리고, 하나님을 등지는 죄를 짓고 말았습니다. 그런 이스라엘의 죄악을 하나님은 앗수르, 바벨론과 같은 이방민족을 통하여 심판하셨던 것이죠. 

오늘 우리가 읽은 구약의 말씀은 아모스 선지자를 통하여 하나님이 주시는 이스라엘 회복의 약속입니다. 하나님이 이스라엘의 죄악으로 인해 그들을 심판하시고 그들을 벌하셨지만, 다시 그들을 회복시켜 원래의 자리였던 은혜와 축복의 자리로 세우겠다는 약속이 오늘 말씀에 담겨 있습니다. 주목할 것은 그 회복의 주인공, 그 은혜의 주인공은 오직 하나님께 선택받은 족속 뿐이라는 점입니다. 이 점을 오늘 성경은 체로 걸러내었다 표현합니다. 체로 원하는 민족만, 원하는 백성만 택하여 그들에게만 회복과 은혜를 허락하고, 나머지 백성들은 택함받지 못할 것이라는 약속이 오늘 아모스의 말씀입니다. 이는 하나님이 택하신 족속에 대한 거룩한 책임감의 표현이기도 하고,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구원 계획이 중단되지 않고 지속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이런 하나님의 약속을 이스라엘 백성들은 철저한 민족주의로 받아들였고, 오직 이스라엘 족속만 선택받았다는 유일한 선민사상을 강화하는 근거로 삼았다는 점입니다. 결국 이런 배타적 민족주의, 배타적 선민사상은 예수님 때에 이르러서는 더 심화되고, 더 강화되었음을 우리는 목격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오늘 마가복음에 등장하는 예수님을 향한 당시 지도층의 반응은 이런 현상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되기도 합니다. 당시 신앙 가르침의 중심에 있던 서기관들이 하나님 나라의 복음을 선포하며 이적을 행하시는 예수님을 향해 바알세불의 하수인이라 칭한 것은 자신들이 인정하지 않고 허락하지 않은 사람들은 결코 선민이 될 수 없다는 배타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택한 백성을 통하여 세상을 구원하는 통로로 세우고자 하셨지만, 정작 그 거룩한 택함을 받은 족속들은 그 하나님의 뜻은 외면한 채 그것을 자신들만의 특권으로 삼는 한계를 보여주었던 것입니다. 이는 교회지도자들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지도자들이 성도들을 바른 가르침으로 이끌어 올바른 생각을 갖게 만들어야 하나님의 뜻을 바르게 이해하고, 이어갈 수 있는데, 오늘 마가복음에 등장하는 서기관과 같은 지도자들의 현실은 자신들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 무고한 사람을 이단으로 몰고, 귀신 들렸다 몰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별히 오늘은 우리 교단이 정한 신학교육주일입니다. 교단의 신앙지도자들을 양성하는 학교를 기억하고, 그 학교와 학생들을 위해 기도하는 주일인 것이죠. 오늘 말씀에 비추어 볼 때 학교가 바로서고, 지도자들의 생각이 바로 서야 교회도 바로서고, 민족이 바로 설 수 있음을 봅니다. 우리 교단의 미래를 책임질 인재를 양성하는 교단 신학교가 거룩한 하나님의 뜻을 온전히 대변하는 지도자를 양성하는 거룩한 도구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하며, 우리는 그를 위해 늘 기억하며, 함께 기도하고, 지원해야 하겠습니다. 

오늘 우리가 함께 읽은 신약의 말씀에는 이런 불의한 지도자들을 향한 예수님의 지적이 등장합니다. 오늘 예수님은 그들을 성령의 일을 거스르는 자들이라 표현합니다. 곧 지금 예수님이 하는 모든 사역은 하나님의 뜻이요, 성령의 인도하심을 통해 이루는 역사인데, 그것에 대해 바알세불의 힘을 빌어하는 일이라 폄하하고 왜곡하는 서기관과 그 무리들을 향해 예수님은 성령의 일을 거스른다 지적한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사람이 지은 모든 죄와 모독은 용서받을 수 있으나 성령을 거스르는 그들의 행동은 결코 용서받지 못할 일이라는 점을 분명히 지적합니다. 주목할 것은 교회지도층인 그들의 잘못된 생각과 영향이 예수님의 가족들에게까지 미쳤다는 것입니다. 오늘 말씀은 예수님의 친족들이 찾아와 예수를 붙잡아가려 했음을 보여줍니다. 그 이유인즉슨 그가 미쳤다는 것입니다. 미쳤다는 평가는 예수님의 은혜를 입은 민중의 평가가 아니라 그를 시기하고, 질투하며, 죽이려했던 기득권, 교회 지도자들의 평가였음을 생각할 때 예수님의 친족들조차도 불의한 지도자들의 영향을 받아 예수님에 대해 오해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주목할 것은 바로 이 시점에 예수께서 가족의 개념, 혈연의 개념, 선민의 개념을 바꾸는 중요한 말씀을 주셨다는 것이죠.

지금까지 선민은, 이스라엘은 하나님께 선택받은 백성이었습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독보적인 존재요, 유일하신 하나님의 선택을 받은 거룩한 족속이었죠. 이는 지금까지 이스라엘의 주류를 형성한 배타적 민족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것이요, 지금껏 숱한 위기와 고난을 이겨내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그 선민사상이 교회지도자들에 의해 왜곡되고, 오히려 민중을 탄압하고 수탈하는 수단으로 전락하자 오늘 예수님은 새로운 가족 개념, 새로운 민족 개념을 선포하십니다. 

“하나님 뜻대로 행하는 자라야 내 어머니요 형제이니라”

지금까지 민족의 개념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혈통이었습니다. 아브라함의 후손인가? 아닌가? 하는 것이 구원자격을 논할 때 첫 번째 조건이었죠. 그런데 오늘의 선언은 그 조건을 무너뜨립니다. 중요한 것은 피가 아니라 하나님의 뜻이라는 것이죠.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고, 그 뜻대로 행하는 자라면 설사 그가 이방민족일지라도, 그가 설사 흉악한 범죄자였다 할지라도 회개하고 거듭났다면, 회개하고 하나님 뜻대로 행한다면 그들 모두 예수님의 가족이 되고, 하나님의 자녀가 될 수 있음을 오늘 마가복음의 말씀을 통해 예수님은 선언하시는 것입니다. 

이는 구원의 역사에서 혁명적인 선언입니다. 우리들의 상식을 깨고, 우리들의 근본을 뒤흔드는 말씀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쩌면 당시 교회 기득권층이었던 바리새인들, 서기관들, 제사장 무리들이 예수를 죽이려는데 혈안이 되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오늘의 선언을 통해 지금껏 자신들이 구축해 놓은 견고한 카르텔이 무너질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예수님의 선언은 오늘 로마서 말씀에서는 양자의 영을 허락받은 존재라는 표현으로 드러납니다. 

바울은 새롭게 구원의 은혜를 입은 우리를 향해 양자의 영을 받은 존재이며, 보혜사 성령의 보증으로 택함 받은 존재다 선언합니다. 곧 우리들의 구원은 그 누구도 흔들 수 없는 확고부동한 약속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죠. 양자가 누구입니까? 혈연적으로는 아무런 관계가 없던 이가 아버지의 뜻으로 자녀가 된 존재입니다. 곧 아버지 하나님의 결정으로 오늘 우리는 거룩한 하나님의 백성이 되고, 하나님 자녀가 되었음을 오늘 바울은 보여주는 것이죠. 이는 구원의 관심 밖에 있던 우리들이 거룩한 백성이 되고, 구원의 대상으로 선택받을 수 있었던 중심에 하나님이 계셨음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그래서 오늘 서신서는 예수 그리스도의 소식을 듣고 믿은 우리들을 성령께서 친히 살피시고 보호하시며 거룩한 하나님의 자녀로서 보증하고 인도하신다는 점을 강조했던 것입니다. 그러면서 오늘 바울은 양자가 되었으면 아버지 하나님과 영광만 누리는 존재가 아니라 그가 주시는 고난도 함께 받아야 함을 분명히 지적합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아버지 하나님의 뜻대로 십자가 길을 걷고, 세상에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냈던 것처럼 택함 받은 우리도 우리 십자가를 지고 그 길을 따라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제 다시 처음 살폈던 구약의 말씀으로 돌아갑니다. 우리는 처음 구약의 말씀을 살피면서 이 말씀이야말로 투철한 선민의식으로 무장한 이스라엘 백성들만을 위한 구원의 선포요, 약속이라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마가복음을 통해 예수님은 그 선민의 개념을 “하나님 뜻대로 행하는 자”라로 바꾸었습니다. 하나님 뜻대로 행하는 자가 하나님의 백성이고, 예수님의 형제라는 선언을 통해, 선민도, 거룩한 백성도, 제사장 나라도 그 기준이 혈연에서, 아브라함의 후손에서 하나님 뜻대로 행하는 자로 바뀌게 된 것이죠. 이는 오늘 아모스의 예언에서 부각되었던 체로 걸러낸 자의 본질도 달라져야 함을 의미합니다. 곧 하나님께서 체질을 통해 걸러내 선택한 백성은 하나님 뜻대로 행하는 자들이라는 것이죠. 하나님 뜻대로 행하면 그가 어떤 민족이든지, 그의 피부색이 어떠하든지, 그의 과거가 어떠하든지 문제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회개한 자는, 거룩한 하나님의 뜻대로 살겠다 결단하며 예수를 주라 고백한 자는 모두 예수님의 형제고 자매고, 가족이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하나님이 택하신 백성이요, 민족이 되는 것이죠. 오늘 아모스의 약속은 그 백성들을 위한 약속이 되는 것이고, 그 백성들을 위해 보여주신 희망이 되는 것입니다. 다시 뽑히지 않으리라는 하나님의 굳센 의지는 더 이상  편협한 민족주의와 선민의식에 젖은 유대인들을 향한 약속이 아니라 하나님 뜻대로 행하는 자, 양자의 영을 허락받은 자, 성령께서 친히 증언하시는 모든 사람들을 향한 굳은 약속인 것이죠.

예수께서 마지막 승천하시면서 우리에게 주셨던 ‘땅 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고, 내가 너희에게 분부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라’는 당부는 그래서 더욱 중요합니다. 아직도 민족적 한계, 혈연적 한계에 갇혀 잘못된 생각을 품고 살아가는 자들을 깨우치고, 아직도 버림받은 족속이라, 죄인이라는 굴레 속에 살아가는 백성들을 가르쳐 주의 자녀로 세우는 것이 택함 받은 우리들의 책무요, 먼저 양자의 영을 받은 우리들의 사명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뜻을 외면하고 자기 집단의 이익만을 대변했던 오늘 복음서의 서기관들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그들을 향해 용서받지 못할 자들이라 선언하셨던 예수님의 외침에 귀 기울이시기 바랍니다. 우리를 둘러싼 혈연, 지연, 학연의 사슬을 끊고 오직 하나님 뜻대로 행하여 온 땅에 하나님의 뜻을 드러내는 거룩한 백성들 되시기를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간절히 축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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