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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절 여행기(5) - "역사의 흔적을 찾아서 "

관리자 2019-05-22 (수) 16:35 2개월전 87  

제 7일째(4.13/주일)은 제주시 동부지역에 위치한 종달교회를 찾아 예배하는 일로 시작했습니다. 제주시 동부지역 구좌읍에 위치한 종달교회는 김기승 목사가 시무하는 교회입니다. 오늘 주일예배에는 그가 섬기는 교회를 찾아 그의 세 본문 설교를 듣고 싶었습니다. 특히 오늘은 주님의 예루살렘의 입성을 기념하는 종려주일이며, 동시에 한 주간 고난주간으로 이어지는 때였습니다. 게다가 그곳의 오후 집회에서는 저의 초청 설교가 예정되기도 했습니다. 

 

내가 휴가 중, 그곳을 새삼스럽게 찾게 된 까닭은 그곳 김기승 목사가 나를 깜짝 놀라게 한 일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한두 달 전, 익산(益山)에서 세 본문 절기세미나를 진행하는 중, 우리는 그의 내방을 받았습니다. 그가 세 본문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하여, 제주에서 익산까지 찾아 온 것입니다. 오되, 혼자가 아니라 광주의 칠석교회를 찾아서 친구 최성안 목사를 데리고 함께 참석한 것입니다. 그도 역시 세 분문 설교를 시작한 동역자여서, 광주에 와서 하룻밤 자고 다음날 익산의 모임에까지 함께 온 것입니다. 정말 그들의 열정과 사모하는 마음을 읽을 수 있어서,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러기에, 제주에 가면 주일에 함께 예배하고 싶었습니다. 

 

서부 한림읍에서 동부 구좌읍에 이르는 길은 아침인데도, 무려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되었습니다. 제주시 외곽 길만 곧장 따라 갔습니다. 근처에는 저 유명한 우도(牛島)와 성산 일출봉이 가까운 관광지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46년 된 교회는 한적한 마을에 넉넉하고 고즈넉한 분위기를 주는 곳에 아름답게 위치하고 있었습니다. 교회는 예배를 위해 찬양과 기도에 열중하고 있었습니다. 젊고 어린아이들도 많아서, 매우 희망과 활기를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김 목사님의 설교는 그날의 주어진 세 본문을 따라, <순복(順服)>이란 주제로 전하였는데, 하늘 아버지의 뜻을 받들어 세상 죄를 지시기 위해, 십자가에 죽임을 당하시기까지 순복하심으로 그의 사명을 수행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선포하며, 그를 좇는 우리의 순복하는 삶이 되어야 됨을 호소하는데, 큰 은혜가 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그가 하나님의 말씀을 제대로 소화하여 전하려는데 감동이 컸습니다. 

 

김 목사는 이곳 종달교회에 담임목사로 부임해 온 지, 이제 갓 1년여 되었습니다. 그 이전에는 여러 규모 있는 곳에서 부목사로 사역하다가, 이곳에서 첫 담임목사로 출발한 것입니다. 그러면서 그는 그의 단독 목회를, 본 교단이 제시한 삼위일체 교회력에 따른 세 본문을 좇는 말씀 목회를 하기로 작정하고, 지금 세 본문 설교를 매주일 말씀을 소화시키고 선포하는 데에 전력하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그가 말씀을 준비하려고 시도하는 모습을 청취하면서, 예전에 내가 이 세 분문을 소화시키려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매달렸던 그 때가 연상되어 얼마나 반갑고 기뻤는지 모릅니다. 게다가 그는 자신의 세 본문 설교를 통한 기쁨과 가치를 공유하기 위하여, 신학교 동기생들에게고 권하기 시작하면서, 벌써 친구들 두 명이 이 세 본문 사역에 동참하게 되게 되었다고 전했습니다. 훌륭했습니다. ‘그는 나보다 훨씬 낫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좋은 목회적 동지를 얻어서, 그 기쁨과 반가움은 말할 수 없었습니다. 

 

점심 후에는 찬양과 합심기도로 준비하고 있었는데, 거기에는 방언기도 등의 은사활동도 있어서,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나는 특별설교를 했습니다. <가인 신앙에서 아벨 신앙으로> 나아가자는 내용을 전했습니다. 요점은 잘못된 신앙이 삶에 가져다주는 위험성을 일깨우면서, 올바른 신앙으로 주어진 삶을 풍요롭고 건강하게 살자는 취지의 증언을 했습니다. 종달교회는 목사님의 말씀목회가 좋은 반응과 소문을 얻으면서, 발전의 길에 들어섰음을 보았습니다. 

 

돌아오는 길은 마침 내비가 우리를 중산간 쪽으로 인도하는 바람에, 제주의 산간 중심지역을 관통하여 올 수가 있었습니다. 매우 신선하고 아름다우며 장중한 느낌을 주는 긴 거리였습니다. 중간에 유채꽃이 만발한 꽃밭을 만나서, 사진도 많이 찍은 일은 덤으로 얻은 선물이었습니다. 저녁 후, 우리는 동네 산책이 나섰는데-, 야간의 리조트 해변가는 거의 만조가 되어서 바다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

 

제8일째(4/15.월)는 매력의 섬이자 아직도 청(靑)보리축제가 한창인 가파도(加坡島)를 찾는 일정으로 시작했습니다. 지난 토요일에 마라도를 찾을 때에 ‘별로’로 여겼던 그 섬을 이제는 꼭 들려보고 가야하겠다는 마음이 들어서, 특별시간을 할애한 것입니다. 왠지 안 가면, 계속 숙제가 될 것 같은 마음에서 였습니다. 운진항을 다시 찾았는데, 지난 토요일보다는 훨씬 한산해서 다행이었습니다. 그곳에의 항해 시간은 약 10여분 안팎에 불과했으나 짙푸른 제주 바닷길은 역시 무게감이 대단했습니다. 

 

가파도는 제주의 옛 모습을 간직한 가오리 형태의 섬으로, 우리나라 유인도 중에서 가장 낮아 마치 수평선과 하나인 듯 나지막한 평지로 이루어져 있는 섬입니다. 그 바람에 그곳 전망대에서는 제주 본섬과 한라산 마라도 그리고 푸른 바다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섬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이틀 전의 마라도 여행과 비교될 수밖에 없었는데-, 섬의 크기만큼 이곳에 방문시간도 여유 있게 주어져서, 섬을 두루 돌아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거주자들과 편의 시설 및 주변의 다양한 환경들이 2-3시간 관광을 즐기기에는 매우 흡족했습니다. 나지막한 동산 벌판을 점령하고 있는 청보리들은 이제 가파도의 렌드마크가 되어, 제주 바람과 함께 한들거리는 모습으로 축제의 주역으로, 전국의 관광객들을 강렬하게 유혹하고 있었습니다. 

 

일기도 얼마나 맑과 쾌청한 지-, 그곳에서는 마라도의 아쉬움까지 씻어낼 수 있었습니다. 원조 해물 짜장과 짬뽕은 여전히 그곳에서도 인기절정이었습니다. 그곳 둘레길에서 본 본섬의 모습 또한 장관이었습니다. 본섬에는 오름이나 봉이 아닌 산들이 7개가 있는데, 가파도에서는 영주산을 제외한 나머지 6개의 산들, 즉 한라산,산방산,송악산,군산,고산,단산 모두를 볼 수 있는 멋지고 훌륭한 곳이었습니다. 마침 그곳 10-1 지점에는 포토 존이 있어서, 그곳에서 그런 본섬의 산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다음 여행 때부터는 그곳들을 찾아보아야 할 듯합니다. 진정 가파도는 그들이 내세우는 ‘친환경 명품 섬’이었습니다. 매우 행복했습니다. 

 

숙소를 향한 길에는 먼저 한림읍시장도 찾아보면서, 지역 상황도 살펴보았습니다. 그리고 비양도가 앞에 보이는 협재(挾才)해수욕장에도 들렸습니다. 그곳은 2년 전, 내가 퇴임을 앞두고 있을 때, 우리 여신도회원들이 우리 부부 위로 차 제주도 나들이를 하였을 때, 찾아와 즐기던 곳이기도 했던 추억의 장소였습니다. 아직 씨즌이 아니었으나 그곳의 아름다움은 여전했고, 많은 이들이 해변 자체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모래 관리 차 남부 입구 쪽에는 큰 담요 같은 덮개를 한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해수면 상승의 문제나 해안 모래관리는 큰 문제였습니다. 

 

저녁 후에는 마지막 저녁 나들이를 했습니다. 특히 그곳 길가의 천년초 열매를 채취하기로 했습니다. 용기를 낸 것은 그 지역 아줌마가 ‘맘대로 따 가시라’는 권면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천년초의 날카로운 가시였습니다. 장갑은 끼었으나, 얼마나 예리하게 가시가 파고 들어오는지, 채취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몸에 좋고, 특히 관절에 좋다는 정보가 있어서-, 더욱 용기를 냈습니다. 마침 내 승용차를 가져갔기에 더 용기를 낼 수 있었습니다. 어두워 보기 어려울 때까지 제법 열매들을 땄습니다. 그 덕에 지금도 매일 그 맛을 보고 지냅니다. 

 

아홉째 날(4/16. 화)은 그곳 제주도를 떠나 본토(本土)로 돌아오는 일정으로 시작했습니다. 올 때의 경험이 있어서, 수속의 시간은 좀 소요되었으나 잘 돌아왔습니다. 블루나래호가 우리를 약 1시간 반 만에 무사히 완도에 데려 주었습니다. 일기도 좋아서, 페리호의 쾌적함을 만끽하고 왔습니다. 완도 어시장에 들려서, 가족을 위한 장보기를 하고, 점심을 취한 후 우리는 특별한 마지막 일정을 소화하기 위한 나들이에 나섰습니다. 

 

진도 팽목 항 방문 길에 나선 것입니다. 그날이 바로 4.16 세월호 참사 5주기 당일이었기 때문입니다. 비록 참사 기념행사들은 안산과 서울과 팽목항 등 곳곳에서 전개되었으나, 우리 부부도 그 날의 의의를 되새기도 싶어서 현장을 방문했던 것입니다. 내 경우는 몇 년 전, 교단 총회장 사역할 때 이곳에서의 몇 차례 크고 작은 행사들을 집행하고 참여하면서, 세월호 침몰지점인 맹골수도 지점까지 들어가 현장기도회까지 한 적이 있었으나, 아내는 한 번도 참여하지 못해서, 이 기회에 꼭 함께 하고 싶었습니다. 많은 감회와 아픔이 따랐습니다. 

 

해남에서 팽목항에 이르는 길은 깨끗하게 뚫려 있어서, 마치 길을 전세라도 내 양, 지체 없이 도착했습니다. 그곳에는 이미 어느 단체가 추모집회를 하고 있었으나, 우리 부부는 등대를 향한 길목을 찾아, 이런저런 애환과 소망을 담은 담벽의 흔적들과 낙수들을 들여다보았고, 특히 아직도 돌아오지 못한 5명의 가족을 기다리는 유족들 마음도 헤아려 보았습니다. 304명의 위패와 영정을 모신 분향소를 찾아 참배하는 중에는, KBS-TV에서 취재 나온 기자들의 집중적인 후레쉬도 받았습니다. 아직도 참사의 책임 규명이 안 되고 있고, 책임자 처벌도 되지 않고 있는 모습에는 분노의 마음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세월호의 문제가 어서 뒤처리되기를 기도하면서, 우리는 잠시 목포 신 항에 안치된 세월호의 참혹한 잔해(殘骸)까지 멀리서 엿보면서 상경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9일간의 역사의 흔적을 찾아서 떠난 사순절 여정을 무사히 지켜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면서, 우리는 다소 피곤하지만 그러나 매우 의미 있는 순례여정을 밤 11시경에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이 순례기를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들께도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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