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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해] 성령강림후(5-2) - " 하나님과 역사 앞에서 민족화해주일을 맞으며 " / 조성호 목사

관리자 2018-06-22 (금) 16:58 5년전 5010  

본문) 욜 2:1-11, 살전 5:1-11, 막 4:21-34

 

                                                                                                                                                  베를린기독교한인교회  조성호 목사

해솟는 백두산은 내 조국입니다. 한라산도 독도도 내 조국입니다.

백두와 한라가 서로 손을 잡으면 삼천리가 하나 되는 통일이어라

슬기론 우리겨레 한 핏줄입니다. 그리움 안고 사는 한 식솔입니다.

북과 남 형제들 서로 정을 합치면 우리 민족 하나 되는 통일이어라.  (노래 ‘백두와 한라는 내조국’ 가사) 

 

동포 여러분, 형제 여러분 이렇게 만나니 반갑습니다.

얼싸 안고 좋아 웃음이요 절싸 안고 좋아 눈물일세.

동포 여러분 형제 여러분 정다운 그 손목 잡아봅시다.

조국 위한 마음 뜨거우니 통일잔치날도 멀지 않네.

어허허허 닐리리야 반갑습니다 반갑습니다.      (노래 ‘반갑습니다’ 가사)

 

지난 6월 9일 오후, 베를린기독교한인교회에서는 북한 청소년들의 노래 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6.15 공동선언 18주년 및 4.27 판문점선언을 기념하여 열린 이 날 행사는(6.15 공동선언유럽지역위원회 주관) 주 독일 대한민국 대사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대사의 공식적인 회동과 함께 베를린을 중심으로 독일에 거주하고 있는 남과 북의 동포들이 서로 만나 손을 맞잡고 가슴을 부둥켜안는 감격의 현장이었습니다. 

 

특히 북한 청소년들이 울면서 부른 ‘백두와 한라는 내 조국’은 모든 이들의 마음 깊은 곳을 두드리고 파고 들며 분단의 한을 녹였습니다. 주체할 수 없이 뛰는 맥박과 고르지 못한 호흡은 흐르는 눈물을 닦을 수조차 없게 했고, 뜨겁게 달아오른 목젖은 재창, 삼창, 합창의 감동을 안겨주었습니다.

행사가 열린 예배당은 누구보다 가까운 형제를 누구보다 멀리 하면서 살아왔던 지난날들을 돌아보게 하는 야곱과 에서의 얍복 나루터였습니다. 이념의 장벽이 평화의 바람으로 맥없이 무너지고 원한의 골이 형제 사랑으로 메워지는 비무장지대였습니다. 독일인들을 비롯하여 한반도의 화해와 통일을 바라는 각 나라 백성들이 함께 어우러진 지구 마을이었습니다. 평화와 공존의 잔치 마당이었습니다. 마치 작은 통일이라도 이루어진 듯했습니다. 

6.25 전쟁으로 고향을 잃고 부모 형제와 생이별한 이산가족들, 냉전시대 동서독 분단시절 독재정권의 이념공작으로 희생당한 이들의 가족과 친구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는 통일의 현장을 그저 먹먹한 가슴으로 바라보아야만 했던 이방인들, 오래 전 고향을 멀리 떠나 살고 있음에도 분단의 아픔을 그 어느 곳보다 절절하게 느끼면서 살아왔던 베를린의 사람들이었기에 그 날의 만남의 감동은 더하였을 것입니다. 이런 상봉을 가능하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이 날의 소회를 이 자리에서 일일이 말씀드릴 수는 없을 것입니다. 오늘의 본문에 의거해 말씀을 전하고자 합니다.

 

지금 세계인들이 한반도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전쟁과 폭력이 하루도 그칠 날이 없는 지구촌 어느 한 곳에서, 심지어 3차 세계 대전의 위험마저 감지되고 있던 바로 그 곳에서 화해와 평화의 거센 파도가 일고 있기 때문입니다. 베를린에서의 남과 북의 만남도 외세에 의한 분단 70년 만에 비로소 우리 민족 안에서 주체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도도한 역사 흐름의 한 줄기일 것입니다.

 

오늘 본문은 역사의 주인이 누구이신지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이 어느 때인지를 분별하는 지혜를 갖고 종말의 날, 하나님의 나라가 이루어지는 그 날에 이르기까지 그리스도인들이 지키고 행하여야 할 바를 경고와 함께 알려주고 있습니다.

 

요엘 예언자는 ‘여호와의 날’(Day of the Lord)을 선포합니다. 당시 이스라엘은 가뭄에 시달리고 있었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상상을 초월하는 메뚜기 떼가 나라 안의 모든 경작지를 습격합니다. 요엘은 일련의 재앙을 하나님의 심판이 임박했음을 알리는 경고로 봅니다. 그리고 온 이스라엘에 퍼져있는 물질적, 종교적 타락과 우상숭배에서 돌아설 것을 촉구합니다.

‘이제 곧 여호와의 날이 임한다. 회개하라, 하나님께로 돌아서라. 돌이키지 않으면 그 날은 구원의 날이 아니라 메뚜기 떼가 휩쓸고 지나간 들판처럼 끔찍한 재앙의 날, 멸망의 날이 될 것이다.’

 

그렇습니다. 요엘은 이스라엘의 역사에 먹구름이 드리워진 것을 알았습니다. 파격적인 변화가 필요한 때였습니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요구하신 변화는 회개였습니다. 오늘 본문 바로 다음 구절의 말씀이 그것입니다. 

“지금이라도 너희는 회개하여라. 진심으로 회개하여라. 나 주가 말한다. 금식하고 통곡하고 슬퍼하면서 나에게로 돌아오너라. 옷을 찢지 말고 마음을 찢어라. ... 주님께서는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많으셔서 뜻을 돌이켜 재앙을 거두기도 하신다.”(욜 2:12-13). 

 

요엘의 예언과 경고는 오늘 우리에게도 해당됩니다. “지금이 어느 때인지를 분별하여라. 마음의 눈, 영의 눈을 뜨고 보아라. 역사의 게기판에 적색 경고등이 들어 온 것이 보이지 않느냐? 이대로 가다가는 남과 북 모두 파멸이다. 물질과 탐욕, 이념과 권력, 폭력과 전쟁의 우상을 버려라.” 

오늘, 남과 북의 백성들에게 하나님께서 요구하시는 것은 분단과 대립의 자리에서 일어나 화해와 공존의 방향으로 돌이키는 것입니다. 대전환의 역사에 한 뜻으로 참여하는 일입니다. 

 

분단 이후 통일과 관련하여 남한과 북한이 합의하여 공동으로 성명을 발표한 일이 3차례나 있었습니다. 1972년 박정희 정부시절, 남한과 북한이 분단 이후 최초로 합의하여 발표한 7·4 공동성명을 필두로, 2000년 김대중 정부시절 남북정상회담 후 발표한 6·15 공동선언, 2007년 노무현 정부시절 남북정상이 합의한 10.4 공동선언 등이 그것입니다. 공동선언의 한 구절씩만 읽어봅니다.

-사상과 제도의 차이를 초월하여 하나의 민족으로서 민족적 대단결을 도모하여야 한다(7·4 공동성명 중).

-남과 북은 통일문제를 그 주인인 우리 민족끼리 서로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해결해 나가기로 하였다(6·15 공공선언 중).

-남과 북은 현 정전체제를 종식시키고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종전을 선언하는 문제를 추진하기 위해 협력해 나가기로 하였다(10·4 공동선언 중).

 

선언문 내용이 현실로 옮겨졌다면 벌써 통일이 되었을 법도 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였습니다. 남과 북은 서로를 인정하면서 평화와 통일을 이루기 위해 대화하고 협력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서로의 체제를 비난하고 부정하였습니다. 공존상생共存相生을 외면하고 유아독존唯我獨尊의 길만을 고집하였습니다. 그런 점에서 과거 3차례의 남북공동선언이 마음은 찢지 않고 옷만 찢는 회개이지 않았는가 평가한다면 지나친 편견일까요?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1945년 일제로부터의 해방은 외세에 의한 분단으로 이어졌습니다. 1948년, 삼천리 반도 금수강산에 두 개의 정부가 수립되었습니다. 2018년, 올해는 남한과 북한에 따로따로의 정부가 들어선 지 70년이 되는 해입니다. 바꾸어 말하면 분단 70년입니다. 

성서적 의미로 70은 특별한 수입니다. 7은 완전을 뜻하고 10은 충만을 뜻합니다. 완전에 충만을 10번이나 곱한 수가 70입니다. 주전 586년 바벨론제국에 의해 솔로몬 성전이 파괴되고 포로로 잡혀갔던 이스라엘 백성들이 기적같이 고향으로 돌아와 새 성전을 지은 때가 주전 516년입니다. 주전 586년부터 516년까지 70년, ‘하나님의 때’가 차기까지의 이 70년을 이스라엘의 ‘바벨론 포로기(유수)’라 합니다.

 

분단 70년! 이제는 한반도의 ‘바벨론 유수幽囚’에 종언을 고해야 할 때입니다. 분단과 전쟁의 노예살이에서 탈출하여 자유인으로 살 것인지, 아니면 70년을 섬겨온 이념과 권력의 우상에게 여전히 붙잡혀 노예로 살다가 인생과 역사의 종말을 맞이할 것인지 선택하고 결단해야 할 때가 온 것입니다. 

 

남한에는 부패한 권력과 자본의 우상이, 북한에는 세습 절대 권력과 핵무기의 우상이 나라와 민족을 파탄과 멸망으로 몰고 가고 있었습니다. 역사의 황충들(메뚜기떼)이었습니다. 자본과 권력과 폭력에 희생당하는 국민과 인민의 절규를 보시고 들으신 하나님은 우상의 뿌리를 흔드셨습니다. 지난 4월 27일 판문점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열렸습니다. 그리고 공동선언문이 발표되었습니다. 

 

1. 남과 북은 남북 관계의 전면적이며 획기적인 개선과 발전을 이룩함으로써 끊어진 민족의 혈맥을 잇고 공동번영과 자주통일의 미래를 앞당겨 나갈 것이다

2. 남과 북은 한반도에서 첨예한 군사적 긴장상태를 완화하고 전쟁 위험을 실질적으로 해소하기 위하여 공동으로 노력해 나갈 것이다. 

3. 남과 북은 한반도의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하여 적극 협력해 나갈 것이다. 

 

이전의 선언이 옷을 찢는 회개였다면 4.27 판문점 선언은 마음을 찢는 회개가 되기를 바랍니다. 이전의 회개가 생각과 말로 하는 회개였다면 이번의 선언은 몸과 행동으로 하는 회개가 되기를 바랍니다. 

 

오늘은 민족화해주일로 지킵니다. 판문점이란 지명의 유래가 그러하듯, 이제는 분단과 단절의 임진강에 화해의 널빤지와 소통의 다리를 놓아 남과 북의 백성들이 함께 평화 통일의 산하로 건너가야 할 때입니다. (板門店 : 임진왜란 당시 선조의 피난을 돕기 위해 백성들이 임진강에 대문 널빤지로 다리를 만든 것에서 유래한 ‘널문리’를 한자로 고친 것이다: 출전 위키피디아)

분단에서 전쟁으로 가더니만 형제를 원수로 여기면서, 역사의 재앙을 재앙인지도 모르고, ‘괜찮다 괜찮다’(렘 6:13-15)하면서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살고 있는 우리를, 공멸의 길로 가고 있는 우리를, 하나님께서 불쌍히 여기시고 살 수 있는 길을 알려주셨습니다. 마음을 찢는 회개의 길입니다. 그 길에 빛을 비추어 주셨습니다. 용서와 사랑의 빛입니다(욜 2:12-13).

 

하나님이 다시 허락해 주신 이 기회를, 또 묻어두거나 놓쳐버린다면 우리 민족 앞에 다가올 역사의 앞날은 요엘의 예언처럼 “짙은 구름이 덮인 어둡고 캄캄한 날(욜 2:1-2), 두려운 날, 당할 자가 없는 심히 크고 두려운 날(욜 2:11)이 될 것이고, 바울의 경고처럼 우상의 그늘에서 거짓 평안과 안전을 추구하고 누리며 살다가 도둑 같이 오는 마지막 날에 변명할 수 없고 피할 수 없는 멸망에 이르게 될 것입니다(살전 5:1-3).

 

우리가 저질러 놓은 역사 앞에서 회개합시다. 그럼에도 베풀어주시는 하나님의 은혜 앞에서 회개합시다. 회개를 위해서는 깨어있어야 합니다. 깨어 정신을 차립시다. 다시 생각하고 이전과는 다르게 생각합시다. 바뀐 의식은 다른 방향으로 몸을 움직이게 할 것입니다. 믿음과 사랑을 가슴 막이 갑옷으로 입고, 구원의 소망을 투구로 쓰고 하나님이 비추어 주시는 살림의 빛, 구원의 빛을 따라 앞으로 나아갑시다. 이것이야말로 행동하는 믿음, 말씀을 삶으로 실천하는 그리스도인의 모습입니다(살전 5:6-10).

 

주님은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생각하는 믿음, 행동하는 믿음으로 평화의 씨앗을 내 삶의 자리에, 분단의 철조망에, 폭력으로 더럽혀진 역사의 현장에 뿌려라.” 격려하시고 재촉하십니다. 

마음으로는 원하지만 몸이 따라가지 못하는 우리, 여전히 죄의 본성에 사로잡혀 있는 우리가 뿌리는 평화의 씨앗은 겨자씨만도 못할 것입니다. 그러기에 뿌리면서도 불안하고 미덥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키우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자라게 하십니다. 백두에서 한라까지 남과 북 팔천만 동포가 함께 그 열매를 먹고, 함께 그 그늘에서 쉼을 누리는 평화의 나무로 자라게 하실 것입니다(막 4:21-34). 

 

그리하여 우리는 ‘그 날’, ‘여호와의 날’, ‘추수의 날’, ‘하나님의 나라가 도래하는 날’에 이렇게 고백하게 될 것입니다. 

“어떻게 우리가 이처럼 복된 평화와 기쁨을 누릴 수 있게 되었는지, 우리는 알지 못합니다. 주님 덕분입니다. 모두 주님이 하셨습니다. 주님이 역사를 다스리십니다” 

그리고 하늘의 천사들과 함께 이런 찬양을 하게 될 것입니다.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요 땅에서는 하나님이 기뻐하신 사람들 중에 평화로다”(눅 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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