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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해] 강림절(1-2) - " 우리가 어찌할꼬 " / 환경주일 / 이훈삼 목사

관리자 2023-06-02 (금) 11:25 1년전 890  

본문) 2:37~42

 

1. 돌을 들었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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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블레이크, 간음하다 잡힌 여인, 35*37cm, 1805, 보스턴

 

살벌하던 현장이 쥐 죽은 듯 잠잠해졌다. 주님은 허리를 굽혀 손가락으로 땅바닥에다가 무슨 말씀인지 쓰고 있다. 뭐라 쓰신 걸까. 성경대로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쳐라일 수도 있고.

 

아침부터 갑자기 성전에까지 끌려와 치욕과 죽음의 공포 속에 빠져 있던 여인, 헝클어진 머리에 허리 뒤로 두 손이 밧줄로 묶인 채 무심하게 주님의 손가락을 바라본다. 볼은 불그스레 상기되었고 슬픔을 띠고 있지만, 얼굴 전체는 오히려 차분하다, 체념의 차분함인 건가? 화가는 이 부정한 죄인을 깔끔하게 그렸다. 여인만 별도로 보면 그리스 여신 같은 느낌이다. 하나님 앞에서 진짜 죄인은 따로 있다고 말하는 걸까.

 

가장 부끄러운 죄인 앞에서 세상 죄를 지고 거룩한 희생자가 될 메시아가 90도 허리를 굽히고 있다. 이게 기독교의 본질 아닐까. 흠 없으신 주님이 죄투성이인 우리를 섬기셨다. 유대교는 정죄하고 군림하려 했지만, 주님은 오히려 죄인을 정죄하기보다는 품고 섬김으로써 전혀 새로운 하나님을 보여주셨다. 새 종교가 시작된 것이다. 정작 오늘 우리는 주님의 이 길을 따라갈 수 있을까.

 

손에 돌을 들고 당장이라도 가엾은 여인을 현장 처단함으로써 자신의 의로움을 확인하고 예수님을 곤란에 빠트리려던 무리가 돌아서 우르르 성전을 빠져나가고 있다. 주님의 말씀에 양심의 가책을 느꼈기 때문이다. 타인의 죄를 통해 자신을 성찰하는 시대는 아직 빛의 세상이다. 심판을 은혜로 변경할 가능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님 말씀에 찔려 아픈 사람은 행복하다. 그는 죄에서 돌이켜 새로운 삶으로 옮길 수 있다. 몸이 썩어 문드러지는데도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시대는 구원의 길이 없다. 이미 깊숙이 들어와 있는 죽음에 무감각하기 때문이다.

 

주님이 우리를 아프게 하신다면 그것은 은총이다.

 

2. 만신창이 지구의 소리

 

우리가 딛고 살아가는 지구가 만신창이가 되고 있다. 우주에서 보면 아주 아름다운 초록별이라고 하는데, 속을 들여다보면 곪을 대로 곪았고 썩을 대로 썩었다. 지구는 그 자체 하나의 생물과 같다. 인간은 지구에서 태어나 땅바다하늘이 내어주는 갖가지 산물을 먹고 살아간다. 지구는 맘씨 좋은 이웃 같아서 인간에게 먹을 것을 풍성하게 공급해 주고, 안전한 거처를 마련해준다. 아무리 미물이라도 자기가 먹고 살아갈 터전을 파괴하지는 않는다. 그럼 굶어 죽을 것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근원이요 삶의 터전이요 안전 장소를 제공하는 지구가 점점 파괴되고 있다. 인간이 파괴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파괴되고 있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인간의 탐욕적 생활방식에 의해 지구 표면에서 심층부까지 파괴한다면 인류는 결국 스스로 멸종하고 말 것이다.

 

지상천국이라 불리던 남태평양의 투발루는 이제 곧 섬 전체가 물에 잠겨 사라질 것이라고 한다. 다른 곳은 괜찮은데 여기만 잠기는 것이 아니라 지구 전체의 해수면이 높아져서 세계 곳곳에서 육지가 줄어들고 있다.

 

그것은 눈과 얼음 형태로 있어야 할 냉대지역의 기온이 올라가 빙하가 녹아내리고 만년설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북극곰이 먹이가 없어서 바짝 말라 죽고 있다.

 

5월 초에 충북 내륙 청풍호와 단양을 가보았는데 호수의 물이 평소보다 1.5m 이상 줄어들어 있다. 가뭄이 이어지고 있다. 반대로 또 지구촌 여기저기서는 폭우와 홍수로 재난을 겪고 있다.

 

땅은 인간이 내놓은 쓰레기로 넘쳐나서 생명의 땅이 아니라 썩어 죽어가고 있다.

 

지구의 허파인 숲은 마구 불타고 사라지고 이제 깨끗한 공기는 산속에 가서야 마실 수 있다. 도시는 이미 매연과 이물질이 가득한 공기가 하늘을 메우고 있다.

 

바다에서는 수많은 물고기가 낚시와 그물에 걸려 죽어가고 있고, 물고기 뱃속에는 플라스틱과 비닐로 채워져 죽어가고 있다.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서 환경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자연을 파괴하고 있다. 무분별한 간척사업, 4대강 사업, 댐 만들기 등으로 생태계가 신음하고 있다.

 

조금 더 편리하기 위해 핵발전소를 만들었는데 거기서 나오는 중금속을 처리할 수가 없어서 일본은 바다로 오염수를 방류하려고 한다. 핵 오염 물질이 얼마나 무섭고 잔인한가를 알면서도 일본 정부는 방류를 강행하려 한다. 바다는 서로 통하고 있기에 전 세계가 그 폐해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데, 최대 피해자가 될 우리나라 정부는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있다.

 

하나의 생명체인 지구가 하늘바다강 모든 곳에서 죽음의 세력이 암세포처럼 확대되고 있다. 이유는 딱 하나다. 지구의 어떤 생명도 이렇게 할 수 없고 오직 인간만이 자기 집을 파괴하고 있다. 인간의 탐욕과 폭력이 지구 전체를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으며 그것은 결국 인간의 미래까지도 파탄 내고 말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신음하며 고통스러워하는 많은 생물과 지구를 보면서도 정작 이 사태의 주범인 인간은 별로 마음에 찔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찔림을 잃은 시대에는 구원의 은총이 들어설 자리가 없는데 말이다. 

 

3. 생명을 살리는 영

 

초대교회에 구원의 바람이 불었다. 초대교회에서 시작한 구원의 바람이 2,000년 동안 전 세계를 새롭게 했다. 그 출발은 오순절 성령 강림 후 예루살렘의 모임에서였다. 제자들이 십자가에 죽은 예수님이 바로 그리스도임을 증언했다. 이 증언에 대해 예루살렘 사람들은 이렇게 반응했다.

 

그들이 이 말을 듣고 마음에 찔려 베드로와 다른 사도들에게 물어 이르되 형제들아 우리가 어찌할꼬 하거늘 (37)

 

유대인들이 십자가에 매달아 죽인 예수님이 세상의 구세주라는 사실을 듣고 사람들이 마음에 찔렸다. 그래도 여기 모인 사람들은 양심이 살아있었다. 이 증언을 듣고도 아무런 가책이나 찔림이 없던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증언을 듣고 마음에 찔린 사람들은 미안하고 죄스러운 마음으로 이렇게 물었다 ; 우리가 어찌할꼬!

 

복음을 듣고 도대체 우리가 어떻게 해야 심판을 면하고 구원에 이를 수 있겠느냐고 간절하게 묻는 사람이 구원받는다. 십자가에 매달아 죽인 예수님이 하나님의 아들이요 구세라고 들었음에도 아무런 가책이나 찔림이 없는 사람은 구원받을 수 없다.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사람들은 이렇게 묻는다. 그럼 나는 어떡해야 하지?

 

공기가 숨 쉬지 못할 정도로 탁해지고 땅이 쓰레기로 쌓여가고 북극의 빙하가 녹아내리고 바다의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하고 무서운 중금속이 우리 몸에 쌓여서 갖가지 암을 유발해도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마음에 찔림이 없는 사람은 구원받을 수 없다. 그는 북극곰이나 물고기와 똑같은 죽음에 이를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끔찍한 현상이 바로 나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고 찔리는 사람은 이렇게 물을 수밖에 없다 ; 그럼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

 

구원은 이 찔림과 물음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어떻게 죽어가는 지구를 살릴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산과 바다와 땅을 본래 모습대로 회복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내가 지구에 지은 죄를 중단하고 용서받을 수 있을까.

 

베드로가 이르되 너희가 회개하여 각각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고 죄 사함을 받으라 그리하면 성령의 선물을 받으리니 (38)

 

제자들은 어찌할꼬 하는 사람들에게 성령을 받으라고 강권했다. 우리는 어떻게 지구를 살릴 수 있을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우리의 후손들에게 불행이 아니라 행복한 터전을 물려줄 수 있을까. 성령을 받아야 한다.

 

생명의 영인 성령이 임하시면 예수 그리스도가 세상을 구원하셨듯이 죽어가는 지구를 다시 살릴 수 있는 지혜와 능력을 주신다. 여기가 일반 환경운동과 기독교 환경운동이 갈리는 지점이다. 우리는 성령 충만하여 환경운동에 나선다. 성령 받았다고 하면서 지구와 그 안에 있는 생명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성령 받지 못한 사람이다. 성령은 그런 분이 아니다.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보전하고 끊임없이 생명을 창조하는 분이지 마구 생명을 파괴하는 분이 아니다. 성령은 지구를 구원하기 위해 우리의 이익편리함속도를 기꺼이 포기할 수 있는 능력을 주신다.

 

주민교회 생명선교부가 지난 부활주일에 열었던 부활마켓의 수익금으로 환경에 관한 책 착한 소비는 없다왜요 기후가 어떤데요?’ 두 권씩 사서 각 신도회에 나누어주었다. 성령 받은 사람은 이 책을 꼭 읽어낸다. 그리고 다시 한번 우리 시대 성령의 역사는 지구 생태계의 회복과 살림임을 확인하고 마음과 생활과 습관과 가치관을 고치고 생명 중심의 세상 만들기에 나설 것이다.

 

성령강림후첫째주일환경주일을 맞이해서 지구 생태계의 고난을 보며 마음에 찔리고 성령 충만함으로 지구를 구원하는 예수님의 제자 직을 잘 수행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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