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신 8:1-20, 롬 13:1-7, 마 22:15-22
1) 국가와 법
어제가 제헌절이었습니다. 해방 후 1948년 선거를 통해서 제헌국회를 탄생시키고 국가를 운영하는 기틀인 헌법을 제정하여 공포한 날을 기념하여 7월 17일을 제헌절로 지켜왔습니다. 과거에는 이날을 국경일로 정해 공휴일이었지만 주5일근무가 시행되면서 제헌절은 공휴일에서 제외되었습니다. 1948년 5.10선거를 통해 198명의 제헌 국회의원들을 선출하고 처음 내각제를 근거로 하는 헌법 초안(草案)을 만들었으나 이승만의 강한 반대로 대통령제와 내각제를 절충한 대한민국 헌법을 통과시키고 7월 17일 공포한 것입니다.
그 이후 우리나라 헌법은 그동안 9차례의 개정을 거치는 과정에서 여러 정치집단의 이해관계에 의해 많은 수난을 겪어왔습니다. 지금 우리 헌법은 1987년 6월 항쟁을 통해서 만들어진 헌법입니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법이 개정되어야 할 상황이 되면 시대에 맞게 개정되어야 하겠지만 개정될 때까지는 모든 국가의 구성원들이 그 법을 존중하고 따라야만 국가의 질서가 바로서고 국민들이 법의 보호를 받으며 편안하게 삶을 영위할 수 있습니다.
2) 이스라엘의 법, 율법을 따르라
우리나라 헌법은 국회의원들이 제정하여 국민들의 동의를 받아 확정한 것이지만 이스라엘의 법은 모세를 통해서 하나님이 직접주신 것입니다. 이 법을 율법이라고 하는데 이 율법은 이스라엘이 가나안 땅에 들어가서 살게 될 때 지켜야할 사항을 하나님이 지시해 주신 것입니다. 율법은 하나님이 제정자이십니다. 가나안 땅에 들어가 새롭게 이루게 될 신정국가(神政國家) 이스라엘의 국법이 바로 율법입니다. 하나님은 이 법을 주시면서 이 법대로 살면 이스라엘이 복을 받게 된다는 사실을 신명기서 전체에 걸쳐서 아주 강하게 강조하고 있습니다.
신명기(申命記)는 이스라엘이 출애굽하여 광야 생활 40년을 거친 후 곧 가나안 땅에 들어가 살게 될 새로운 세대를 향해 모세가 다시 율법을 선포한 말씀입니다. 신명기(申命記 ; Deuteronomy)라는 말 속에는 다시 법을 선포한다는 의미가 들어 있습니다. 모세는 가나안 땅에 들어가지 못하고 광야에서 생(生)을 접지만 새로운 땅에 들어가 살 새로운 세대들은 하나님이 주신 율법을 따라 복 받고 잘 살 것을 간곡하게 부탁하는 말씀들입니다.
모세는 먼저 그동안 이스라엘이 어떤 과정을 거쳐 가나안 땅을 눈앞에 둔 그곳까지 이르게 되었는가를 상기시켜줍니다. 지난 40년 동안 하나님이 이스라엘을 인도하시며 여러 번 명령을 지키는지 시험하며 훈련시킨 사실을 말해줍니다. (2절, 3절) 그러면서 “여호와의 명령을 지켜 그의 길을 따라가며 그를 경외할지라.”하며 또 11절에서는 “내가 오늘 네게 명하는 여호와의 명령과 법도와 규례를 지키지 아니하고 네 하나님 여호와를 잊어버리지 않도록 삼갈지어다.”라고 신신당부(申申當付)합니다. 또 가나안 땅에 들어가서 좋은 집을 짓고 살면서 가축이 풍부하고, 은금이 증식되어, 소유가 풍부하게 될 때 마음이 교만해져 하나님을 잊어버리게 될까 염려한다고 일러주었습니다. 하나님이 많은 은혜를 베풀어 이스라엘에게 복을 주셨는데 하나님의 은혜를 저버리고 자신이 노력하여 재물을 얻었다고 하면 하나님이 그동안 멸망시킨 다른 민족들처럼 하나님의 명령을 거역하며 은혜를 저버린 이스라엘도 멸망하게 하실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결국 오늘 신명기 말씀은 하나님의 은혜를 잘 기억하고 하나님이 주신 율법을 잘 지켜 복 받고 살라는 당부입니다. 신명기서에는 이런 말씀이 반복적으로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법을 잘 따르고 순종해야 행복한 나라를 만들 수 있다는 말씀입니다.
3) 선을 베푸는 권세에 양심을 따라 복종하라
서신서 말씀로마서 13장은 국가의 공권력에 대한 복종을 가르쳐주는 말씀입니다. 로마서에서 바울 사도의 이 말씀은 많은 당시 교회가 박해에 직면하여 세속정부와 맞설 수박에 없는 상황에서도 이란 말씀을 쓴 바울의 의중(意中)을 헤아려 보아야할 말씀입니다. 그래서 교회의 생존전략의 하나로 이런 말씀을 쓴 것이 아닌가하는 판단을 할 수도 있습니다. 일종의 정치적 현실주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로마제국 치하에서 교회가 사라지고 나면 하나님나라운동의 근거 자체가 없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이런 판단을 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오늘 말씀은 위에 있는 권세는 하나님이 주신 것이기 때문에 복종하라는 것입니다.(1절) 따라서 그 권세를 거스르는 것은 하나님의 명(命)을 거스름이니 거스르는 자들은 심판을 받게 된다고 했습니다.(2절) 그래서 국가에 대한 국민적인 의무인 세금을 바치는 것과 공권력을 두려워하고 존중하라고 했습니다.(7절)
그런데 우리가 여기서 눈여겨 보아야할 말씀은 그 공권력이 4절 말씀에 있는 것처럼 “하나님의 사역자가 되어 선을 베푸는 자”에게라는 것입니다. 또 하나는 권세에 대한 복종을 진노 때문에 할 것이 아니라 양심을 따라 하라는 것입니다. 양심에 따른 자율적 순종을 의미합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도 하나님나라에 속한 사람들이기는 하지만 발을 땅에 딛고 살고 있는 한 세속정부의 지배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세상의 정부가 패악무도(悖惡無道)한 집단이 아닌 한 국가의 법질서에 순응하여 국가의 평안을 위해 협력해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에를 들면 지금 코로나 사태에서 많은 감염환자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현실에서 정부의 방역지침을 거슬러 부주의한 행동을 하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닙니다. 지금 정부도 어떻게 해서라도 조기에 이 사태를 종결시키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고 있는데 이에 협력하지 않고 교회가 조직적으로 국가의 방역지침을 위반한다면 그것은 바로 오늘 본문 말씀을 거스르는 것이 됩니다.
하지만 국가권력이 과거의 독재 시절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많은 백성들을 괴롭힐 때는 ‘하나님의 사역자가 되어 선을 베푸는 자’가 아니라고 하는 판단이 설 때는 양심을 따라서 저항할 수도 있습니다. 사실 요한계시록의 말씀들을 보면 국가 권력이 교회를 짓밟고 박해할 때 믿음을 지키기 위해 국가 공권력에 맞서서 싸운 흔적들을 그대로 담고 있는 것을 보여줍니다. ‘저항과 복종’의 선택은 우리의 신앙양심의 판단에 따라야 할 것입니다. 과거 우리는 로마서 9장 말씀을 폭력적이고 부당한 공권력이 국민들에게 자행한 폭력의 자기정당화의 구실로 활용한 사례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는 이 말씀의 뜻을 크게 오해한 것이고 대단히 자의적인 성경해석입니다.
4)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에게
복음서 말씀은 세상나라와 하나님나라 사이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이 지혜롭게 처신할 수 있도록 가르쳐주신 말씀입니다.
예수님을 적대하는 바리새인들이 예수님을 시험하기 위해 가이사에게 세금을 바치는 것에 대해 질문했습니다. 예수님은 바리새인들이 파놓은 함정을 잘 알고 계셔서 거기 빠지지 않고 아주 명쾌하게 답을 주셨습니다.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께 바치라”는 놀라운 답을 주셨습니다. 그런데 이 가르침 속에서 우리들은 세상 나라와 하나님나라 사이에 살아가는 이중성을 가진 자들로서 어떻게 살아야할지를 알 수 있습니다.
계몽주의 철학자 로크는 “국가의 목적은 개인의 자연적인 권리인 자유와 평등의 실현을 보장하는데 있다고 말하며 국가의 주권자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개인의 자유와 평등을 실현하는 도구가 되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국가는 바로 국민들의 안전하고 평화로운 삶을 보장해주려는 통치 행위에서만 정당성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정당성을 가진 국가 권력 혹은 주권에 복종하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그래서 세상 나라에 속해 있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국가의 법질서를 따르면서 납세를 하고,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는 것입니다.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신 예수님의 말씀은 바로 이런 뜻입니다. 이 말씀을 따라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모두 ‘모범 국민’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또한 하나님 나라의 백성으로서 하나님 나라의 질서에 순응하여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며 살아야 합니다. 또 하나님 나라의 법인 하나님의 말씀을 지키며 따라야 합니다. 우리가 세속 정부의 법을 잘 따르는 것처럼 하나님나라의 법인 성경 말씀에도 순종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런 태도가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에게’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제대로 잘 받드는 것입니다.
5) 맺음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교회가 정부당국의 지침을 위반하고 정부의 정당한 명령을 따르지 않는 것은 성경의 가르침에 맞지 않는 것입니다. 하나님나라의 백성들인 우리들도 세상나라에서도 다른 사람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법질서를 잘 지키며 살아가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