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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해] 강림주일(1-2) - " 내 속에 내가 너무 많아 " / 성령강림주일. 도농선교주일 / 신솔문 목사

관리자 2021-05-21 (금) 13:27 3년전 1689  

본문) 행 2:1~13, 신 5:1-21, 요 14:15-31

 

 

 

1.

 

 

처음 출간된 책은 ‘초판’이라고 하며 일정 부수가 인쇄됩니다. 찍은 것이 다 팔려서 한 번 더 찍으면 2쇄(刷)가 됩니다. 그 후 책 내용의 일부를 수정하는 정도의 보완을 하면 ‘개정판’, 추가되는 내용이 있으면 ‘개정증보판’이라는 새 이름이 붙습니다. 기본 골격은 유지하되 내용 전체를 새롭게 쓴 책은 ‘쇄신판’이라고 합니다. 책의 정체성은 유지되면서 이런 과정을 통해 책의 완성도는 높아집니다.

 

 

컴퓨터 프로그램은 이러한 변화를 버전(version)이라고 하고 숫자로 표시합니다. 처음 출시된 프로그램은 초판이라는 이름 대신 ‘ver.1.0’이라는 숫자가 붙습니다. 소프트웨어 성격상 계속 보완해야 할 부분들이 생기는데 보완한 정도는 버전 숫자에 담아집니다. 작은 변화이면 ‘1.01’, 더 작은 변화이면 ‘1.001’, 책의 개정판 정도에 해당하는 변화는 ‘1.5’ 정도로 표시하는 식입니다. 쇄신판은 버전 ‘2.0’이 되겠지요. 버전 숫자들의 인접성과 상이성은 각 버전 사이의 연속성과 비연속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성경에도 비슷한 흐름이 있습니다. 이미 “구약”과 “신약”이라는 명칭에 반영되어 있고요. 구약이 초판이라면 신약은 쇄신판입니다. 구약이 ver.1.0 이라면 신약은 ver.2.0 입니다. 구약 책과 신약 책이 드러내는 신앙의 진리들을 평면적으로 나열하지 않고 이러한 구조 속에서 연결 지을 때 그 내용이 충실히 파악되는 이유입니다. 이러한 구조를 신학에서는 “계시의 점진성”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구약 시대의 “성전”은 물리적 대상을 가리키지만, 신약 시대의 성전은 구약 시대의 성전이 지닌 의의를 간직하되 지칭하는 대상은 달라집니다. 신약의 성전은 예수님 자체나 예수님의 몸인 교회를 의미합니다. “복”의 경우도 그렇습니다. 신약 시대에서 말하는 “복”의 의미는 구약 시대에서 말하는 “복”의 의미를 포함하지만, 이보다 훨씬 포괄적입니다[註1].

 

 

2-1.

 

 

“하나님의 백성”과 관련된, 이러한 흐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씀이 오늘 구약의 신명기 본문과 신약의 사도행전 본문입니다.

 

 

하나님의 백성이라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이 점에 대해 확실히 해두고 있는 말씀이 오늘 신명기 말씀입니다. 신명기(申命記)라는 이름은 칠십인 역의 제목을 중국에서 의역해놓은 것인데, 결과적으로는 이 이름은 이 책의 성격을 잘 반영하고 있는 듯합니다. 모압 평지에서 모세가 약속의 땅으로 진입하는 세대들에게 “거듭”(申) “법(命)”을 당부하는 책이든, 법(命)을 “펼치는(申)” 책이든, 법(命)을 “말하는(申)” 책이든, 신명기에서 모세는 시내산 계약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이 받은 “율법”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백성들은 율법 속에서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하나님 백성다운 모습이었습니다.

 

 

하나님 백성의 생활 방식에 “계시의 점진성”이 나타난다면, 신약의 하나님 백성에게는 어떤 생활 방식이 요구되는 것일까요? 신약에서 하나님 백성다운 삶은 어떤 것일까요? 시내산에서 구약의 하나님 백성의 삶을 돕는 율법이라는 선물이 수여되었는데, 이러한 시내산 계약과 같은 성격의 사건을 신약에서 찾아보면 실마리를 얻을 수 있습니다. 신약의 시내산 계약은 바로 오늘 본문의 오순절 성령강림사건입니다.

 

 

시내산 계약과 오순절 성령강림사건의 유사성은 신약성경 내에서 입증될 수 있습니다[註2]. 시내산에서 모세는 산 위로 올라갔습니다. 하나님은 바람과 불 속에서 하나님 백성의 삶을 위해 율법이라는 선물을 주셨습니다.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부활하신 예수님은 하늘로 올라가셨습니다. 하나님은 바람과 같은 소리와 불의 혀와 같은 현상을 통해 하나님 백성의 삶을 위해 성령님이라는 선물을 주셨습니다. 두 사건 사이의 이러한 유사성은 우연이 아닙니다. 두 사건의 성격이 같기 때문에 유사성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같은 종류의 물건들이 유사한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 성격이 잘 알려진 시내산 계약을 참고하여 오순절 성령강림사건의 성격 세 가지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첫째, 오순절 성령강림사건은 하나님과 그분의 백성인 교회 간의 계약식(언약식)입니다. 시내산 계약이 하나님과 그분의 백성인 이스라엘 민족 간의 계약인 것과 유사합니다. 오순절 성령강림사건을 교회의 본격적인 시작으로 보는 근거입니다. 둘째, 오순절 성령강림사건은 시내산 계약의 2.0 버전입니다. 2.0 버전 속에 1.0 버전이 갱신되고 흡수되듯이, 오순절 성령강림사건에 시내산 계약은 흡수되고 갱신됩니다. 이렇게 시내산 시대가 끝나고 오순절의 시대를 시작되었습니다. 셋째, 성령 안에서 살아가는 것은 신약의 하나님 백성인 성도들의 생활 방식입니다. 율법 안에서 살아가는 것이 구약의 하나님 백성인 이스라엘 민족의 생활 방식이었던 것과 유사합니다. 이스라엘 백성에게 율법 안에서의 삶은 하나님 백성의 의무였지만 권리이기도 했고, 과제였지만 행복과 보람이기도 했습니다.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성도들이 성령 안에서 살아가는 것은 의무이자 권리이고, 과제이자 행복입니다.

 

 

 

2-2.

 

 

오늘 요한복음 본문은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유언(고별 강화)처럼 당부하신 말씀입니다. 성령을 통해 하나님 백성을 다스리시는 시대를 여신 예수님은 여기에서도 당연히 성령과 동행하는 삶을 강조하십니다. 새 언약의 시대를 살아가는 하나님 백성의 생활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시내산 사건 이후 하나님 백성들은 율법과 동행하였습니다. 그러나 오순절 사건 이후 하나님 백성들은 성령과 동행하는 삶을 살아가게 됩니다.

 

 

이 땅에서 우리를 “보호하시고 혜택을 주시고 가르치셨던”(보혜사, 保惠師) 예수님께서는 초림과 재림 사이를 살아가는 성도들을 고아처럼 버려두지 아니하시고 또 다른 보혜사이신 성령님을 붙여주시겠다 약속하십니다(16절, 18절). 구약의 하나님 백성들이 율법의 특권을 누렸듯이 이러한 성령 안의 삶은 신약의 하나님 백성들이 누리는 특권입니다(17절, 19절). 예수님과 연합된 존재로서 하나님과 통하고 성령이 동행하시는 신령한 복을 누립니다(20절, 21절).

 

 

또한 “성령 안에서의 삶”은 신약의 하나님 백성들이 율법을 지키는 획기적인 방식입니다(15절, 21절). 시내산의 율법은 오순절 사건으로 폐기되는 것이 아니라 계승됩니다. 도대체 성령 안에서 율법을 지키는 방식은 무엇일까요? 가장 요긴한 비유는 이것 아닌가 싶습니다. 성도들이 학생이라면, 율법은 교칙(校則)이고, 성령님은 선생님입니다. 선생님의 가르침과 보살핌과 격려를 통해 학생들이 학습 과정을 이수하고 교칙을 지키듯이, 새 언약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성도들은 위로자(Comforter/ KJV), 변호자(Advocate/ NRSV; NEB; JB; NIV), 상담자(Counselor, HCS), 돕는 자(Helper, NASB; ESV) , 스승님(한국 성경)이신 성령님과 함께 진리와 생명의 길을 가고 있는 것입니다.

 

 

3.

 

 

이러한 신앙의 진리에도 불구하고, 예수님께 이미 받은 성령의 선물을 부정하거나 무시하거나 소홀히 하는 성도들이 많습니다. 근본적인 원인 중의 하나는 우리들의 자의식이 너무 세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을 심지어 주님까지도 자기 생각으로 재단(裁斷)을 하는 것이 우리 성도들, 우리 인간들입니다. 하덕규 목사님(옛 시인과 촌장)은 노래 “가시나무”에서 우리 성도들의 이러한 현실을 참회하고 있습니다.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당신의 쉴 곳 없네”

 

 

오늘은 성령강림주일입니다. 쓰레기 집처럼 내 심령을 온갖 잡동사니로 채우지 마시고 먼저 성령님이 머무시는 곳 내어드리고 그분께 조율되면서 인생길 가는(갈 5:16) 성도 여러분 되시길 소망합니다.

 

 

 

 

[註1] 다만 책이나 프로그램과는 달리, 성경의 업그레이드에는 매우 중요한 특징이 있습니다. 신약성경이 최종판 또는 최종 버전이라는 것입니다. 신학에서 이것을 “계시의 완결성”이라고 합니다. 신약성경이라는 쇄신판, ver.2.0의 핵심인 예수 내구주 신앙에서 이탈하는 ver.3.0이 있다면 그것은 “기독교”가 아닙니다. 이단이고 사실상 다른 종교입니다.

 

 

 

[註2] 『성령』 (싱클레어 퍼거슨 저, 김재성 역), IV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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