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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해] 사순절(6-1) - " 사랑의 증언자 " / 종려주일 / 제주 4.3기념주일 / 김진철 목사

관리자 2023-03-31 (금) 09:33 1년전 595  

본문) 삼하 7:1~17 19:11~16 19:17~22

 

주님의 평안.

오늘은 종려주일이며 제주 4.3기념주일입니다.

작가 한강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4.3사건울 소재로 다루었습니다. 그 작품을 보고 신형철은 이런 소감을 남겼습니다.

작가가 소재를 택하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강은 하게 만든다. 5월 광주에 이어 제주 4.3에도 한강의 문장을 통해서만 표현될 수 있는 영역이 있었다고 믿게 된다. 학살 이후 실종된 가족을 찾기 위한 생존자의 길고 고요한 투쟁의 서사가 있다. 공간적으로는 제주에서 경산에 이르고 시간상으로는 반세기를 넘긴다. 폭력에 훼손되고 공포에 짓눌려도 인간은 포기하지 않는다. 작별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 모든 것이 딸의 눈과 입을 통해 전해진다. 폭력은 육체의 절멸을 기도하지만, 기억은 육체 없이 영원하다. 죽은 이를 살려낼 수는 없지만 죽음을 계속 살아 있게 할 수는 있다. 작별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아벨의 피를 시작으로 예수의 십자가 처형에 이르기까지 의로운 자들의 고난과 죽음, 그리고 억울한 학살에 대해 누가 증언할 수 있는가? 한강의 이야기에 나오는 것처럼 <생사를 넘나드는 고통을 겪은 사람이거나 생사를 넘나드는 고통을 감내>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해줍니다.

요한복음 19:17-22의 말씀을 중심으로 예수의 처형에 대한 하나님의 증언에 대해 말씀을 나누고자 합니다.

 

1. 빌라도와 유대 지도자들의 음모

골고다 언덕에 세 개의 십자가가 섰습니다. 예수님과 두 사람이 그 십자가에 못 박혔습니다. 다른 복음서에 보면 예수의 좌우에 달린 사람들은 강도라고 했습니다. 예수와 두 강도의 십자가 처형은 똑같은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여기에 빌라도와 유대 지도자들의 음모를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예수께서 강도들 사이에서 강도와 똑같이 죽어가는 모습을 통해 그들은 예수를 그들 중의 하나인 것처럼 보이게 만든 것입니다. 하나님의 아들이요 유대인의 왕이라고 하던 예수는 실제로 나사렛 사람이요 강도와 함께 강도처럼 처형당해 마땅한 사람이라고 선전한 것입니다. 우리는 역사에서 이런 광경을 종종 목격하였습니다. 악한 권력자들은 제주 4.3 사건에서는 빨갱이라고 5월의 광주에서는 폭도라고 명명하며 자기들의 폭력을 정당화했습니다.

 

2.음모자들의 분열

빌라도가 패를 써서 십자가 위에 붙이니

나사렛 예수 유대인의 왕이라 기록되었더라(19:19)

당시 죄수를 십자가형에 처할 때는 죄수의 이름, 직책, 혹은 죄명을 쓴 패를 십자가 위에 부착하게 되어 있었습니다. 예수의 패는 빌라도가 직접 썼습니다. 그 내용은 나사렛 예수, 유대인의 왕이었습니다. 여기 못 박힌 나사렛 예수는 유대인의 왕이요, 유대인의 왕이기 때문에 십자가 처형을 받았다는 뜻이었습니다.

그 패를 본 유대 지도자들은 당황하고 분노했습니다. 그들은 유대인의 왕이 아닌 예수가 스스로 유대인의 왕으로 칭했다고 주장하며 예수를 죽인 것입니다. 그런데 빌라도가 쓴 패는 예수가 유대인의 왕이라는 것을 로마 총독이 증언한 셈이 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들은 빌라도에게 가서 패를 수정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이에 대해 빌라도는 이렇게 대답을 했습니다.

 

유대인의 대제사장들이 빌라도에게 이르되

유대인의 왕 이라고 자칭 유대인의 왕이라 쓰라 하나 빌라도가 대답하되 나는 쓸 것을 썼다 하니라(19:21-22)

 

빌라도는 유대 지도자들의 요구를 단호하게 거절했습니다.

빌라도와 유대 지도자들은 예수를 죽이는 데는 공모했지만 그들의 생각은 각기 달랐기에 분열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빌라도는 예수를 심문하고 그가 죄가 없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러나 유대 지도자들이 유대인들을 선동하고 빌라도에게 예수를 사형에 처하지 않으면 당신은 로마 황제의 충신이 아니라고 압박했습니다. 이 일로 시끄러운 분쟁이 일어나는 것을 원치 않았던 빌라도는 그 요구에 굴복했습니다. 로마 총독으로서의 권위가 실추되는 굴욕을 맛보았습니다. 그래서 빌라도는 십자가에 달린 예수의 패를 쓰면서 소심한 복수를 한 것이었습니다. 빌라도는 로마 총독으로서 로마 황제의 공인을 받지 않은 유대인의 왕을 처형한 것이므로 나사렛 예수, 유대인의 왕이라고 쓴 것은 틀린 것이 아니었습니다

사실 빌라도가 어떤 이유에서 이렇게 쓴 것인지를 정확하게 알 수는 없습니다. 분명한 것은 빌라도가 그렇게 씀으로써 예수가 유대인의 왕이라는 것을 모두에게 공인한 것이 되었습니다.

 

3. 하나님의 증언

예수를 죽이는 일을 공모했던 악인들과 그들 사이에 갈등과 분열이 만들어 낸 이 패 사건은 악인이 만든 모든 판을 뒤집어 놓으시는 하나님의 개입이었습니다.

그 패가 없었다면 예수는 두 강도 사이에서 강도처럼 죽은 사람으로 치부되었을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로마 총독 빌라도의 손을 통해 패를 쓰게 하고 붙여 주었습니다, 그리고 십자가에 달린 예수가 누구인지를 증언해주셨습니다

그는 유대인의 왕 곧 하나님의 아들이요, 만인의 구세주라고 말입니다.

그 사실이 온 세상 가운데 선포된 것임을 20절 말씀에서 보여줍니다. 놀랍고도 놀라운 일입니다.

 

예수의 못 박히신 곳이 성에서 가까운 고로

많은 유대인들이 이 패를 읽는데

히브리와 로마와 헬라말로 기록되었더라

예수의 십자가 위의 패는 세 개의 언어로 쓰였습니다. 히브리어는 유대인의 언어이고, 로마어는 정복국가 로마의 공용어이고 헬라어는 헬라 문화권에서 폭넓게 쓰이는 언어였습니다.

 

이것은 하나님의 놀라운 증언이었습니다.

골고다언덕 십자가 위에서 못 박힌 예수가 온 인류의 죄값을 대신 치르신 만인의 구세주이심을 만방에 공포하신 것입니다. 그 일은 부활을 통해 다시 확증하게 될 것입니다.

여기 유대인의 왕은 단순한 유대 국가의 왕이 아니라 영원하신 하나님 나라의 왕이심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4. 사랑의 증언자 - 자기 십자가를 지고

저희가 예수를 맡으매 예수께서 자기의 십자가를 지시고

해골(히브리말로 골고다)이라 하는 곳에 나오시니(19:17)

 

이제 우리는 이 문장에 주목해 보아야 합니다.

예수의 십자가 사건의 과정은 악인들의 시나리오대로 진행되는 것처럼 보이고 그들이 일을 주도적으로 끌고 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이 말씀에서 예수께서 자기 십자가를 능동적으로 지고 가고 계십니다. 주석가들의 연구에 따르면 지셨다, 나오셨다하는 단어들은 다 능동사로 쓰였다고 합니다.

예수는 유대 지도자들이 고발했기 때문에, 빌라도가 사형선고를 했기 때문에 로마 군병들이 폭력으로 십자가를 지우고 끌고 갔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십자가를 지고 가신 것이 아니었습니다. 때가 되어 하나님의 계획하심에 따라 자기 십자가를 지고 그 길을 가셨습니다. 그 길이 인간을 구원하는 하나님의 뜻이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길을 가신 예수를 하나님은 인류의 구세주라고 증언하시고 선포하셨습니다.

 

역사의 주는 하나님이십니다.

악인들이 세상을 주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모든 것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가는 것은 하나님의 손길입니다. 그 역사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응답해야 하는가? 예수의 십자가는 그것을 우리에게 정확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자기 십자가를 지고 가는 것입니다.

우리의 십자가는 하나님의 증언을 따라 증언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증언할 것은 십자가에 죽으신 예수는 만왕의 왕이요 만인의 구세주임을 증언하는 것입니다. 요한계시록19:11~16에 그 예수는 심판의 주님이시기도 합니다. 그 길은 십자가의 고난과 하나님의 뜻에 죽기까지 충성하는 선한 싸움을 통해서 이루어졌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증언하고, 또한 그 길을 가야 합니다.


그 길은

<생사를 넘나드는 고통을 겪는 일이고 생사를 넘나드는 고통을 감내하며 가는 길입니다. 그래서 사랑이 없으면 갈 수 없는 길입니다. 오직 주 예수 그리스도와 하나님의 의를 사랑하는 사랑으로 가는 길입니다. 우리는 사랑의 증언자입니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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