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요11:47~57, 레16:1~10,20~22, 히9:11~15
1. 대제사장으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히9:11~15)
사순절 다섯째 주일에 읽는 서신서는 히브리서 말씀입니다. 히브리서는 유대인 중 기독교인으로 개종한 이들을 대상으로 쓰여진 성경으로 구약성경에 대한 해박한 지식뿐만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분명하고도 탁월한 신학적 고백을 하고 있는 사람이 저자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히브리서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눠서 볼 수 있는데 오늘 본문은 대제사장이신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오늘 본문을 이해하려면 앞의 내용들에 대한 몇 가지 지식이 필요합니다. 첫째는 제사장은 레위 지파만 할 수 있는데, 예수님은 유다지파 출신이었기에, 율법에 따른 레위지파 출신의 제사장 직무가 아닌 새로운 제사장 직을 예수님께서 맡으셨다는 점입니다. 둘째는 모세를 통해 주신 율법에 따라 제사장들은 성소에 들어가기 전 매년 염소와 송아지의 피로 속죄제를 드려야 했지만, 예수님은 흠없는 자기의 피로 영원한 속죄를 이루셨다는 것입니다. 셋째는 이로 말미암아 예수님은 하나님께 부르심을 입은 자로 하여금 영원한 기업의 약속을 얻게 하는 새 언약의 중보자로 오셨다는 사실입니다.
이 말씀은 왜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피흘려 죽으셔야 했는지에 대한 이유를 명확하게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예부터 지금까지 ‘피는 곧 생명’을 의미합니다. 그것은 의미적으로뿐만 아니라 의학적으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것은 예수님께서 온 인류를 위해 피흘리신 속죄의 희생제물이 되어 주셨음을 말하는 것이고, 구약의 본문에서도 이를 증거하고 있습니다.
2. 율법은 예수 그리스도가 오시기 전까지의 예표입니다.(레16:1~10,20~22)
오늘 구약의 본문인 레위기 말씀을 보면, 하나님께서 모세를 통하여 속죄일에 대한 규례를 아론에게 말씀합니다.
“성소의 휘장 안 법궤 위 속죄소 앞에 아무 때나 들어오지 말라...... 이는 내가 구름 가운데에서 속죄소 위에 나타남이니라.”(레16:2)
그러면서 속죄소 앞에 나올 때에 아론과 그 자손인 제사장들이 지켜야 할 규례에 대해서 말씀하십니다. 먼저 대제사장 자신을 위한 속죄제로 수송아지를 드리되 자기와 집안을 위하여 속죄하고, 두 염소를 가지고 와서 제비 뽑되 하나는 여호와를 위하여 속죄제로 드리고, 다른 하나는 그 염소의 머리 위에 안수하여 이스라엘 자손의 모든 불의와 그 범한 모든 죄를 아뢰고 그 죄를 염소의 머리에 두어 광야로 보내게 하셨습니다. 광야로 보낸다고 하여 아사셀염소라고도 불렀습니다.
이것은 인간의 관점에서 죄가 멀어졌다는 것을 받아들이게 합니다. 또한 우리의 죄가 하나님께 용서받았고, 그 속죄의 예배를 하나님께서 받아주셨다는 사실을 인식하도록 만들었습니다. 레위기를 비롯하여 구약의 율법, 특히 절기와 제사는 우리를 사랑하셔서 우리를 죄와 사망에서 구원하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대속의 은혜를 미리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새로 짓는 아파트를 청약하기 전에 모델하우스를 통해 미리 보고, 입주하기 전에 실내 구조를 미리 보는 구경하는 집이 있습니다. 그것을 통해 앞으로 내가 살 아파트와 집 내부가 어떻게 되겠다는 것을 미리 알 수 있습니다. 그처럼 구약 특히 율법은 오실 메시야, 예수 그리스도의 모델입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하나님의 말씀을 볼 때, 구약과 연결하여 읽으면, 훨씬 더 풍성하게 하나님의 뜻을 알 수가 있습니다.
3. 대제사장들과 바리새인들이 공회로 모이다.(요11:47~57)
그런데 정작 죄에서 우리를 속량하려고 죽으신 예수 그리스도를 직접 보고 경험한 당대의 대제사장들과 바리새인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그들은 산헤드린이라고 불리는 공회를 모으고 예수님에 대한 대책회의를 갖습니다.
산헤드린은 로마의 지배하에서 유대인들이 종교적으로 보장받았던 최고의결기구였습니다. 유대인들 사이에서는 절대적인 영향력과 법적 구속력을 행사할 수 있었던 조직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들이 예수님으로 인해 모인 이유는 요11:47 말씀처럼 예수님이 많은 표적을 행함으로 많은 이들이 예수님을 믿고 따르는 것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행하신 표적 중에 이들이 모일 수밖에 없었던 가장 결정적이고 최근의 표적이 바로 죽은지 나흘이나 지난 나사로를 무덤에서 살아나오게 하신 것이었습니다. 공회원들은 로마인들이 와서 이스라엘 땅과 민족, 그리고 자신들의 기득권도 빼앗길 것을 염려했고, 그 중에 그 해의 대제사장인 가야바는 한 사람이 백성을 위하여 죽어서 온 민족이 망하지 않게 되는 것이 유익하다는 선언을 합니다. 그리고 예수님을 잡기 위해 예수님께 현상금을 걸어 놓습니다.
요한은 복음서를 기록하면서 대제사장 가야바의 발언이 스스로 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말하게 하심이라고 증언합니다. 51,52절에 보면, 이스라엘 민족을 위할 뿐 아니라, 흩어진 하나님의 자녀를 모아 하나가 되게 하시기 위해 죽으실 것을 그가 미리 말한 것이라고 증언합니다.
4. 율법이 예표하고, 복음서가 확증하고, 서신서가 설명한 예수님의 대속의 죽음.
예수님은 이렇게 해서 율법에 예표하고 있는 것처럼, 그러나 자기 자신을 직접 흠없는 속죄제물로 하나님께 드리셨습니다. 그것도 한 번에 영원한 속죄의 제물이 되셔서 다시는 인간 때문에 흠없는 동물이 죽지 않아도 되게 하셨고, 모든 사람이 제사장과 같이 다른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고, 직접 하나님 앞에 나아갈 수 있도록 영원한 중보자가 되어 주셨습니다. 그래서 이제 하나님께서 예수님의 십자가의 거룩한 피흘림으로 온 백성과 새롭게 언약을 맺으셨습니다. 율법이 아니라, 오직 성령으로 인해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과 순종함으로 영원한 하나님 나라의 백성이 되게 하셨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구원받았다고 고백합니다. 영원한 기업을 얻었다고 말합니다.
욕심이 잉태하고, 죄가 장성하여, 사망을 향해 가는 인간의 눈에는 예수님이 그저 자신들의 기득권과 무리들을 위태롭게 하는 사람으로 보였을지 몰라도, 하나님의 눈에는 예수님은 첫 언약때 지은 죄에서 속량하려고 죽으신 하나님의 아들이셨습니다. 또한 하나님께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 영원한 기업을 얻게 하시는 새 언약의 중보자이셨습니다. 아담과 하와 이래 빠졌던 죄의 결과, 사망으로부터 온 인류를 구원하시기 위해 대신 속죄의 죽음을 예수님께서 대신 짊어지셨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대신 사는 은혜를 입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우리가 예수님을 믿을 수밖에 없고, 하나님을 신뢰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5. 사랑하는 성도여러분, 오늘 히브리서 본문 13~14절에서는 이렇게 확증합니다.
율법에 따른 짐승의 피뿌림도 그 육체를 정결하게 하여 거룩하게 하는데, “하물며 영원하신 성령으로 말미암아 흠없는 자기를 하나님께 드린 그리스도의 피가 어찌 너희 양심을 죽은 행실에서 깨끗하게 하고 살아계신 하나님을 섬기게 하지 못하겠느냐?”
예수 그리스도의 피흘림은 하나님의 형상을 닮은 우리의 선한 양심을 깨워 우리의 삶을 죽은 행실에서 깨끗하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그 보혈의 은혜를 믿고, 하나님 앞에 나아가는 사람은 구원의 능력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또한 하나님을 섬기고 예배하는 기쁨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 사순절기를 통해 이 은혜와 기쁨이 우리 모두에게 충만하시기를 축복합니다. 할렐루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