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출 19:1~6, 벧전 2:4~10, 마 16:13~20
1. 하나님의 소유(출 19:1~6)
주현절 마지막 주간의 출애굽기 본문은, 이스라엘이 특별한 지위를 차지하는 그 근거가 되는 말씀으로, 모세를 통해 전달되는 장면입니다. 모세는 오직 백성을 섬기는 자로서의 역할을 다할 뿐입니다. 그는 이 백성을 자기 아래 두지 않았고, 자기 소유로 여기지 않았으며, 자기 위상의 높고 낮음과 무관한 여호와 하나님의 메시지를,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신실한 메신저였습니다. 이 점에 있어서 먼저 말씀 앞에 선 목회자들은 자기 성찰 계기가 될 것입니다. 우리는 아직도 사람들에게 인정받기를 원하고, 대접 받기를 기대하며, 이름이 알려지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성도들의 ‘바르게 됨’보다 더 큰 교회로의 이동을 염두에 둔 ‘교회 키우기’에 몰두하는 우리는 먼저 모든 민족들 가운데 이스라엘을 선택하신 이유가, 이스라엘의 특별함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주권에 있음을 보게됩니다. 이스라엘은 그들을 ‘보배’(전 2:8=소유)로 여기시는 하나님께 복종함으로 거룩한 백성, 제사장 나라임을 입증하는 주체가 되어 갑니다. 세상과 교회의 관계는 ‘커짐’에 있는 게 아니라 ‘다름’에 있음을 대대로 자손들에게 전해야 할 것(19:6)입니다.
2. 반석위에 세운 교회(마 16:13~20)
1931년 7월, 조선일보 장춘 특파원이 “중국 만보산에서 조선인과 중국인 사이에 물길 문제로 분쟁이 일어나, 조선인 한 명이 중국 관헌이 쏜 총에 맞아 죽었다”는 거짓 기사를 송고했습니다. 당시 이 거짓말을 사실로 믿은 조선인들은 보이는 대로 중국인을 폭행, 학살하고 그들의 상점을 약탈했습니다.
이 사건 두 달 뒤, 일본군은 중국을 침략했고 조선인 상당수가 이를 지지합니다. 일제가 중국인에 대한 혐오감을 자극한 것은, 바로 조선인을 침략 전쟁에 동원하기 위해서였지만, 일제에 부역한 신문사와 기자에게 속아 넘어간 사람들이 저지른 사태의 대가로, 중국에 살던 우리 독립운동가와 동포들, 그리고 죄없는 이들이 중국과 조선에서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와같이 미태복음에 등장하는 ‘베드로의 고백’과 ‘베드로’를 혼동(16:18)함으로써, 우리는 ‘믿음의 고백과 삶’이 아닌, ‘인물’을 더 추앙하는 전통을 세웠습니다. 개교회마다 특별한 인물이 부각되는가 하면, 천국 열쇠(19)와 같은 기적과 신비를 열과 성의를 다해 좇으며 부추겼습니다. 마치 가짜 뉴스를 곧이 듣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걸 알았을 때, 반석(petros, petra)의 무너짐을 목격해야 했습니다.
‘베드로의 고백’은 하나님의 소유된 거룩한 백성, 제사장 나라인 우리가 담당할 역할과 수행으로 입증될 것입니다.
3. 만민 제사장(벧전 2:4~10)
과거 대학생들이 노동현장에 뛰어들어 위장취업이란 걸 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때 노동자들과 함께 땀을 흘리는 과정에서 한 가지 논란이 벌어진 적이 있습니다. 운동권 학생들이 노동자들을 교화와 계몽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것입니다. 노동자들을 이해하고, 대화하면서 서로 성장할 생각을 하지 못하고, 오로지 착취 당하는 무지한 백성 취급을 한 것이 문제였던 겁니다.
정반대의 현상도 있었습니다. 민중의 생각을 절대시하고, 민중은 모두 옳다는 흐름입니다. 이것이 ‘민중신학’에서는 "민중 그리스도론"으로 발전하기도 했습니다. 예수가 민중이었고, 민중이 예수라는 그 주장은, 한동안 굉장한 설득력을 얻었으나. 그러나 이 역시도 암울한시대를 깨치고 나온 목소리였지만, 신학적으로 여물지 못하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돌이켜 보면 노동자든 민중이든 이 세상의 그 어느 누구든, 일방적인 교화나 계몽의 상대가 될 수도 없고, 역으로 절대시할 대상도 없습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배우고 함께 같은 길을 가는 동지적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교회의 경우에도, 성도들은 신학적으로 무지하고, 훈련이 덜 되어 있고, 성경을 비판적으로 읽을 줄도 모르는, 그렇기 때문에 지도와 편달을 받아야 하는 대상으로만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세상에서 버린 바가 되었으나 보배로운 산돌이신 예수께 나아 온, 우리 모두(2:4)는 ‘자라남’(2:2), ‘신령한 집으로 세워짐’(5), ‘거룩한 제사장’(6)이 되는 것을, 서로 돕는 ‘하나님 백성’입니다(10).
성도들 중에는 목사의 스승 같은 분들이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보내주신 것 같은 분들입니다. 그분들이 나를 가르치고, 깨닫게 해주는데도, 제 설교를 듣고 저에게 배우십니다. 하나님 나라에 가면 분명 그분들이 나보다 더, 하나님 보좌 가까운 곳에 계시리라 확신합니다.
주의 말씀을 따라 신실하게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택하신 족속이요, 제사장이요, 거룩한 나라요, 그의 소유가 된 백성인줄로 믿습니다. - 이 한주도 주님안에서 샬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