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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해] 주현절(6-1) - " 마지막 주현절의 빛 " / 설주일 / 한성수 목사

관리자 2026-02-13 (금) 09:19 7일전 78  

본문) 14:1-12, 6:2-9, 12:7-12

 

오늘은 주현절의 마지막인 주현절 여섯째 주일입니다. 주현절은 성탄 이후 하나님께서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자신을 드러내신 절기입니다. 독생하신 하나님의 아들이 세상 가운데 생명의 빛으로 오셨고, 그분의 말씀과 삶 속에서 하나님의 나라가 드러났습니다. 그래서 주현절은 빛의 절기, 드러남의 절기라고도 부릅니다. 그러나 주현절은 밝음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생명의 빛으로 충만한 하나님 나라가 이루어지기까지 어둠의 세력이 저항합니다. 빛이 밝을수록 감추어야 할 어둠의 그늘이 더 선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주어진 세 본문은 밝은 빛으로 주현절을 마감하는 것이 아니라, 악한 세력과 충돌하는 모습, 곧 구원의 빛을 거부하는 어두운 현실을 보여줍니다. 구원을 위한 하나님의 의로운 뜻은 세상 속에서 환대를 받아야 마땅하지만, 어둠의 세력은 이를 거부하고 저항합니다. 그러나 주현절의 끝은 고난의 사순절로 이어지고, 수난과 십자가의 길을 거쳐 부활의 승리로 나아갑니다. 세 본문 중 하나인 요한계시록은 어린 양의 피와 증언하는 말씀으로 사탄의 세력을 이기고(12:11), “하나님의 구원과 능력과 나라와 그리스도의 권세가 나타났다고 선포합니다(12:10). 이는 어둠이 결코 빛을 이길 수 없음을 말하는 것입니다. 거짓이 진리를 이기지 못하고, 불의가 의를 이기지 못하는 것입니다.

또한 오늘은 설 주일이기도 합니다. 새날이기에 낯설고, 그래서 조신해야 한다는 뜻을 지닌 설날을 기념하는 주일입니다. 우리는 장차 어떤 일이 펼쳐질지 모르는 미지의 한 해를 앞두고 있습니다. 새로운 계획과 소망을 품고 있다 할지라도, 예측 불가능한 시간을 살아가야 하기에 우리는 여전히 하나님의 능력과 도움에 의지해야 합니다. 하나님이 자신을 드러내는 빛의 절기가 고난의 사순절을 지나 부활의 승리로 완성되듯이, 우리의 삶도 시련의 강을 건너 복된 나라에 이르게 될 것입니다. 주어진 세 본문을 통하여, 선한 의지와 뜻에 반하여 찾아오는 불의한 현실 속에서 성도들이 어떤 믿음의 모습으로 승리의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마태복음 14장은 헤롯의 타락한 권세와 세례 요한의 억울한 죽음을 기록합니다. 예수님의 오심을 예비했던 세례 요한은 헤롯의 불의한 삶을 지적합니다. 세례 요한이 헤롯에게 동생 빌립의 아내 헤로디아를 가로챈 일이 옳지 않다고 말하자, 헤롯은 요한을 옥에 가두어 버립니다. 마침 헤롯의 생일에 헤로디아의 딸이 춤을 추어 잔치 자리를 기쁘게 하자, 헤롯은 그에게 네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주겠다고 약속합니다. 놀랍게도 헤로디아의 딸은 세례 요한의 목을 요구합니다. 세례 요한은 헤롯의 불의를 지적한 의로운 자였음에도, 오히려 그의 목이 요구되었습니다. 이는 헤롯 집안이 총체적으로 부도덕의 늪에 빠져 있었음을 보여 줍니다. 도덕적 감각을 상실한 헤롯은 세례 요한이 의롭고 거룩한 선지자임을 알면서도, 옥에서 그의 목을 베어 헤로디아의 딸에게 주었고, 그녀는 그것을 자기 어머니에게 가져갔습니다.

그리스도 예수의 오심을 예비한 마지막 선지자, 요단강에서 회개와 죄 사함의 세례를 베풀며 광야에서 약대 털옷을 입고 메뚜기와 석청을 먹으며 오직 의의 길만을 걸어온 세례 요한은, 위선과 형식에 빠진 바리새인들과 사두개인들을 향해 회개를 촉구했습니다. 그들을 향해 독사의 자식들이라고 일갈하며, 회개에 합당한 열매 없이는 아브라함이 우리 조상이라고 생각하지 말라고 하였습니다. 이러한 요한의 눈에는 왕의 자리에 앉은 헤롯의 불의와 불륜 역시 결코 비켜 갈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요한은 비극적인 순교로 생을 마감합니다. “자기 행위가 악한 자는 그 행위가 드러날까 하여 빛을 미워하고 어둠을 더 사랑한다”(3:19-20)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처럼, 탐욕에 물든 어둠의 세력은 요한의 생명을 삼켰습니다. 의로운 길을 걷는 자에게 도전과 시련이 먼저 닥쳐옵니다. 그러나 요한의 죽음은 예수님의 공생애의 본격적인 전개로 이어졌고, 하나님의 빛의 사역은 중단되지 않고 계속되었습니다.

출애굽기 6장의 말씀 역시 이스라엘 백성을 애굽의 종살이에서 이끌어 내시려는 하나님의 구원이 큰 저항에 부딪히는 장면을 보여줍니다. 모세는 바로를 찾아가 우리 하나님께 제사를 드릴 수 있도록 허락해 달라고 요청합니다. 그러나 바로는 감독들을 시켜 더 이상 짚을 주지 않으면서도 같은 수의 벽돌을 만들게 했습니다. 감독들은 수를 채우지 못한 이스라엘 백성을 때렸고, 벽돌 수를 기록하던 기록원들은 모세와 아론을 원망합니다. 당신들 때문에 바로의 미움을 받아 우리가 죽게 되었다고 말입니다. 백성의 원성을 들은 모세는 하나님께 주여 어찌하여 이 백성이 학대를 당하게 하셨나이까라고 하소연하며, “주께서는 내 백성을 구원하지 아니하셨나이다라고 탄식합니다. 이에 하나님은 그들을 애굽의 종살이에서 건져 내어 조상들에게 약속하신 땅을 주시겠다고 말씀하셨으나, 이스라엘 자손은 마음의 상함과 가혹한 노역으로 말미암아 더 이상 모세의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모세가 이와 같이 이스라엘 자손에게 전하니 그들의 마음의 상함과 가혹한 노역으로 말미암아 모세의 말을 듣지 아니하였더라”(6:9)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불의가 승리하고 의인이 고통받는 모순된 현실처럼 보입니다. 세례 요한은 감옥에서 허무하게 목숨을 잃고, 이스라엘 백성은 하나님의 약속 앞에서도 가혹한 노역으로 인해 마음이 꺾였습니다. 의로운 선지자 요한의 목을 벤 헤롯과 이스라엘 백성을 학대한 바로는 어둠의 세력이요, 불의한 권세입니다. 그들은 생명과 진리의 빛을 두려워하기에 하나님의 정의를 거부합니다. 더욱 강하고 거친 방법으로 믿음의 백성을 괴롭히고 학대합니다. 우리는 어떻게 두렵고 위험한 세력을 물리칠 수 있겠습니까? 마지막 본문인 요한계시록은 어린 양의 피와 증언하는 말씀으로 이길 수 있다고 말합니다.

 

또 우리 형제들이 어린 양의 피와 자기들이 증언하는 말씀으로써 그를 이겼으니, 그들은 죽기까지 자기들의 생명을 아끼지 아니하였도다”(12:11)

 

하늘에 전쟁이 있었습니다. 천사 미가엘과 그의 사자들이 큰 용과 싸웁니다. 싸움에서 패한 큰 용은 땅으로 쫓겨났습니다. 땅에서는 쫓겨난 큰 용은 옛 뱀이라고도 하고 사탄이라고도 하였는데 그는 천하를 미혹하였습니다. 그러나 믿음의 백성은 어린 양의 피와 자기들이 증언하는 말씀으로 사탄을 이겼습니다. 사탄을 이기자 하나님의 구원과 능력과 나라와 그리스도의 권세가 나타났습니다.

미혹하는 악의 세력을 이기게 한 어린 양의 피증언하는 말씀은 무엇입니까? 먼저 어린 양의 피는 출애굽 구원의 결정적 계기가 된 구원의 핵심 요소입니다. 아홉 가지 재앙에도 끝까지 완악했던 바로를 굴복시킨 것이 어린 양의 피였습니다. 그 피가 뿌려진 집은 구원을 받았고, 피가 없는 집은 장자를 비롯한 모든 초태생이 죽는 재앙을 당했습니다. 바로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바로의 장자로부터 가축의 처음 난 것까지 모두 치시니, 그는 이스라엘 백성을 놓아 주었습니다. 출애굽 구원을 기념하는 유월절은 어린 양의 피로 이룬 구원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린 양의 피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보혈로 완성됩니다. 하나님은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를 십자가에 내어 주심으로 죄 사함과 구원의 역사를 이루셨습니다. 세례 요한은 예수님을 가리켜 보라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 양”(1:29)이라고 하였는데, 어린 양의 피로 악의 세력을 이긴다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보혈로 죄와 사망의 권세를 이기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어 자기들이 증언하는 말씀으로 이긴다고 하였는데, 여기서 증언은 헬라어 마르튀리아’(μαρτυρία)에서 온 말로, 훗날 순교자’(μάρτυς, martyr)라는 단어의 어원이 됩니다. 증언은 단지 말로 전하는 언어가 아니라 삶으로 드러나는 행동의 언어입니다. 계시록은 그들은 죽기까지 자기 생명을 아끼지 아니하였도다”(12:11)라고 말하며, 어린 양의 피로 얻은 승리를 죽기까지 입술로 선포하고 삶으로 증거하였음을 보여 줍니다. 그리스도 예수의 죽음은 죽음으로 끝나지 않고 사흘 만에 부활로 이어졌기에, 믿음의 백성은 어린 양의 피의 능력을 확신했습니다. 그들은 십자가와 부활을 증언하는 말씀으로 사탄의 세력에 맞서 싸웠고, 죽기까지 자기 생명을 아끼지 않으며 복음의 증인으로 살고자 했습니다. 이렇게 도미티안 황제의 잔혹한 박해 아래 기록된 요한계시록은, 어린 양의 피와 승리를 증언하는 말씀으로 이겼다고 합니다. 당장에는 악의 권세가 세상을 지배하고 어린 양처럼 연약한 백성이 패배하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어린 양의 피를 믿고 그를 증언하는 말씀으로 사는 자가 결국 승리하는 것입니다.

사도 바울은 질그릇처럼 깨어지기 쉬운 연약한 자일지라도 그 안에 예수라는 보배를 지닌 자는 사방으로 우겨쌈을 당해도 싸이지 아니하며, 답답한 일을 당해도 낙심하지 아니하며, 박해를 받아도 버림받지 아니하고, 거꾸러뜨림을 당해도 망하지 아니한다고 말합니다(고후 4:7-9). 이는 곧 어린 양 예수의 피와 그를 증언하는 말씀으로 악의 세력을 이기는 삶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바울은 우리가 항상 예수의 죽음을 몸에 짊어짐은 예수의 생명이 또한 우리 몸에 나타나게 하려 함이라”(고후 4:10)라고 고백합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하나님의 의로운 일을 행하다가 시험을 만나더라도 낙심하지 마십시오. 어둠의 세력은 빛을 미워하기 때문입니다. 십자가 죽음을 이기고 다시 사신 어린 양 예수의 피와 그를 증언하는 말씀을 붙드십시오. 설날, 새로운 출발을 합니다. 앞을 예견할 수 없는 낯선 시간을 살아갈 때에도, 생명의 빛이신 주님과 함께 의와 평강의 길을 걸어가는 믿음의 백성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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