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출 12:1-14, 고전 5:6-8, 요 6:48-59
오늘은 전 세계교회가 세계 성만찬 주일(World Communion Sunday)입니다. 이 땅의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주님의 성찬(聖餐)에 참여함으로써 온 그리스도인들이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 됨을 확인하는 주일입니다. 1982년 페루의 수도인 리마(Lima)에 세계교회협의회총회(WCC)가 열렸고 그곳에서 개신교와 가톨릭을 포함한 전 세계의 교회의 일치를 위한 중요한 문서 하나가 발표되었습니다. “신앙과 직제위원회”가 50년 동안 전 세계교회들과 협의하여 발표한 “세례, 성만찬, 사역”이라는 소책자입니다. 이를 계기로 세계의 전 교회가 매년 10월 첫째 주일을 성만찬 주일로 지키기 시작했습니다. 성만찬은 무엇입니까? 성만찬은 왜 해야 합니까? 그리고 성만찬을 통해 어떤 일이 일어납니까?
성부 하나님의 구원의 은총에 대한 감사(출12:12-14)
성만찬은 우리를 구원하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찬양하는 것입니다. 유월절은 어린양을 잡아, 그 피를 문설주와 인방에 바름으로부터 시작됩니다. 그날 밤, 하나님이 애굽 땅에 있는 모든 처음 난 것서 쳐서 죽이셨지만 문설주와 인방에 피가 발라진 집은 넘어가셔서 구원하셨습니다. 다 죽어야 하는데 오직 하나님의 말씀을 믿고 양의 피를 바른 집은 살았습니다. 이것이 하나님의 구원의 은총입니다.
“12 내가 그 밤에 애굽 땅에 두루 다니며 사람이나 짐승을 막론하고 애굽 땅에 있는 모든 처음 난 것을 다 치고 애굽의 모든 신을 내가 심판하리라 나는 여호와라 13 내가 애굽 땅을 칠 때에 그 피가 너희가 사는 집에 있어서 너희를 위하여 표적이 될지라 내가 피를 볼 때에 너희를 넘어가리니 재앙이 너희에게 내려 멸하지 아니하리라 14 너희는 이 날을 기념하여 여호와의 절기를 삼아 영원한 규례로 대대로 지킬지니라”(출12:12-14)
그러므로 성만찬은 우리의 죄악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께서 우리를 구원하셔서 하나님 나라를 완성하실 모든 것에 대하여 성부께 드리는 큰 감사입니다. 우리는 성만찬을 보통 '유카리스트'(Eucharist)라고도 하는데, 이 말은 '감사'를 뜻하는 말입니다. 성찬을 받는 성도들에게 먼저 있어야 할 것은 우리를 위해 베푸신 하나님 아버지의 모든 일에 대하여 진정한 감사를 드리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 유명한 2세기의 순교자 저스틴은 그의 글(제1 변증서)에서 초대교회 성만찬의 모습을 소개했습니다.
"기도를 마치면 곧 우리는 서로 입맞춤으로 인사한다. 그리고 나서 (우리 모두는 각각) 빵과 포도주 섞인 물 한잔을 형제들의 인도자에게 가져간다. 그는 이것을 취하여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우주의 아버지에게 찬양과 영광을 돌리며 우리가 그로부터 이것들을 받기에 합당하도록 기도드린다. 인도자가 감사를 드리고 전 회중이 아멘으로 응답할 때 부제(副祭)로 불리는 이들이 참석한 사람들 각자에게 신성한 빵과 포도주 섞인 물을 나눠주고 또 그들은 불참자에게 그것을 가지고 간다"
초대교회들은 주님의 만찬을 대할 때마다 하나님의 은총 앞에 감사와 찬양을 드렸습니다. 그래서 칼빈은 "주님의 만찬은 감사함으로 받아야 할 하나님의 은사"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리스도에 대한 기념(아남네시스/ 재현, 출12:5-10)
출애굽을 앞두고 이스라엘 백성은 어린양을 잡은 고기로 유월절 식사를 했습니다.
“3 너희는 이스라엘 온 회중에게 말하여 이르라 이 달 열흘에 너희 각자가 어린 양을 취할지니 각 가족대로 그 식구를 위하여 어린 양을 취하되 4 그 어린 양에 대하여 식구가 너무 적으면 그 집의 이웃과 함께 사람 수를 따라서 하나를 취하며 각 사람이 먹을 수 있는 분량에 따라서 너희 어린 양을 계산할 것이며 5 너희 어린 양은 흠 없고 일 년 된 수컷으로 하되 양이나 염소 중에서 취하고 6 이 달 열 나흗날까지 간직하였다가 해 질 때에 이스라엘 회중이 그 양을 잡고 7 그 피를 양을 먹을 집 좌우 문설주와 인방에 바르고 8 그 밤에 그 고기를 불에 구워 무교병과 쓴 나물과 아울러 먹되 9 날것으로나 물에 삶아서 먹지 말고 머리와 다리와 내장을 다 불에 구워 먹고 10 아침까지 남겨두지 말며 아침까지 남은 것은 곧 불사르라”(출12:5-10)
구약시대의 출애굽 백성들은 유월절식사를 통해 장차 우리를 위해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우리를 살리실 예수 그리스도를 앞서서 기념했지만 우리들은 2천 년 전에 우리를 위해 십자가에서 죽으신 예수 그리스도를 기념(아남네시스)합니다. '기념'이란 말은 과거의 어떤 일을 회상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한 사건을 하나님 앞에서 재현함으로써 과거 사건을 지금 여기에서 다시 그 효력을 발하게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성만찬은 그리스도의 죽음에 대한 ‘기념’입니다. 성령님은 그리스도에 대한 그 ‘기억’을 지금 여기에 살아계신 그리스도를 만나는 체험이 되게 하십니다. 우리는 이 빵 안에서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 그리스도를 바라봅니다. 베어지고, 타작되고 빻아져 부수어진 밀알처럼 우리를 위해 괴로움과 고통당하신 그리스도를 보는 것입니다. 이 포도주 안에서 우리는 십자가에 피 흘려 죽으신 주님을 만납니다. 성찬 상에 놓인 빵과 포도주는 죄인을 위한 희생제물이 되신 예수 그리스도 자신이십니다. 우리를 위해 도살되신 분, 죄인을 위한 희생의 제물이 우리 앞에 있습니다. 우리는 믿음으로 이 빵을 먹음으로 생명의 양식으로 내려오신 사랑의 주님을 만나고, 포도주를 마심으로 주님의 피로 사죄하는 은총과 거룩하게 하는 은총을 받습니다.
성만찬은 그리스도의 부활에 대한 ‘기념’입니다. 우리는 성만찬을 먹으면서 지금 살아계신 부활의 주님을 만납니다. 갈보리의 십자가에 계셨던 분이 이 빵과 포도주를 통해 우리에게 오시며,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살아있는 생명을 이 성만찬을 통해 먹고 마십니다. 성령의 능력으로 이 성만찬을 통해 우리가 주님과 연합하게 되고 이제는 우리가 주님 안에 주님이 내 안에 거하게 하십니다. 또한 우리는 그분의 애절한 사랑의 표이신 이 성찬의 음식을 받아먹음으로 하늘로부터 임하시는 힘을 받습니다. 우리는 성만찬을 통해 예수의 신비한 몸을 먹으며 성육신 하나님을 생명의 음료로 마시는 것입니다. 우리는 믿음으로 우리는 그분의 몸을 먹고 성령을 통해 우리의 영혼을 살아있는 떡으로 채우며 우리 마음에 그분의 피를 채웁니다.
옛 생활을 완전히 버리는 성만찬(고전5:6-8)
성만찬을 통해 우리가 먹고 마시는 예수님의 살과 피는 거룩한 생명입니다. 더러운 죄와 허물로부터 우리를 정결하게 하십니다. 바울은 음행하는 자들을 교회가 치리하지도, 출교하지도 않는 것을 책망하면서 유월절을 상기시킵니다.
“6 너희가 자랑하는 것이 옳지 아니하도다 적은 누룩(음행)이 온 덩어리에 퍼지는 것을 알지 못하느냐 7 너희는 누룩 없는 자인데 새 덩어리가 되기 위하여 묵은 누룩을 내버리라(출교) 우리의 유월절 양 곧 그리스도께서 희생되셨느니라 8 이러므로 우리가 명절을 지키되 묵은 누룩으로도 말고 악하고 악의에 찬 누룩으로도 말고 누룩이 없이 오직 순전함과 진실함의 떡으로 하자”(고전5:6-8)
하나님은 어린양을 잡아 죽여 죽음에서 건짐 받아 출애굽한 백성들에게 누룩 있는 떡을 먹지 말고 누룩 없는 떡을 먹으라고 하십니다. 누룩 있는 떡을 먹는 것은 음행하고도 부끄러워하지 않는 애굽의 잔재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니까요! 그렇습니다. 우리에게 주신 예수님의 생명은 거룩한 생명, 누룩을 제거한 떡이십니다. 이 떡을 먹기 전에 우리는 우리 안에 있는 더러운 누룩을 제거해야 합니다. 우리의 욕심으로 가득한 누룩, 우리 안에 분노와 미움과 우상숭배로 가득한 누룩을 버려야 합니다. 우리 안에 있는 죄의 누룩을 버리지 않고 이 떡과 포도주를 마시는 것은 주의 성찬을 더럽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새 생명을 주시는 성만찬(요6:48-59)
유월절, 문설주와 인방에 바른 어린양의 피는 이스라엘을 사망으로부터 보호했고 어린양의 고기는 새로운 삶으로 출발하는 이스라엘 백성의 생명과 힘이 되었습니다. 유월절 어린양 예수님의 생명인 성만찬은 오늘 우리에게도 은 우리를 죄에서 건지시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생명의 힘이 되게 하십니다.
“53 예수께서 이르시되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인자의 살을 먹지 아니하고 인자의 피를 마시지 아니하면 너희 속에 생명이 없느니라 54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자는 영생을 가졌고 마지막 날에 내가 그를 다시 살리리니 55 내 살은 참된 양식이요 내 피는 참된 음료로다 56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자는 내 안에 거하고 나도 그의 안에 거하나니 57 살아 계신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시매 내가 아버지로 말미암아 사는 것 같이 나를 먹는 그 사람도 나로 말미암아 살리라”(요6:48-59)
이제 성만찬의 떡과 포도주는 새 생명의 양식이 되어 참 생명(조에)을 얻게 하십니다. 유혹을 이기고 고난을 이기며 거룩한 열매를 맺게 하십니다. 우리는 날마다 양식을 먹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먹는 것이 우리를 지배합니다. 독이 든 것을 먹는 사람은 생명을 잃고, 병든 것을 먹으면 병이 듭니다. 그러나 생명의 에너지가 충만한 양식을 먹으면 우리를 고치고 살리고 건강하게 합니다. 우리는 예수를 먹어야 삽니다. 하늘보좌 버리시고 인간이 종의 모습으로 오신 예수, 병든 자를 고치시고 죽은 자를 살리시는 예수, 우리를 위해 십자가에 죽으신 예수 생명을 먹어야 사랑할 수 있고, 섬길 수 있고, 어떤 고난에도 충성하는 생명을 얻을 수 있습니다.
성만찬은 주님과 함께 한 식탁에서 먹어야 합니다. 한 장소에서 하나의 빵과 하나의 잔을 나눈다는 것은 어느 때 어느 곳에라도 거기에 참여하는 자들이 그리스도와 하나 되고 성찬에 동참하는 자들과 하나 되었음을 말합니다. 이제 우리는 그리스도 안에서 한 몸이 되었고 우리 혈관에는 예수 그리스도의 피가 흐르게 된 것입니다. 성만찬을 통해 우리는 한 피 받은 한 몸이 됩니다. 네 기쁨이 내 기쁨이 되고 너를 헤하는 것은 곧 나를 찌르는 것이 됩니다. 이것이 성찬입니다.
하나님 나라의 식사
무엇보다 성만찬은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 나라가 도래함을 축하하고 예상하는 축제입니다.
“너희가 이 떡을 먹으며 이 잔을 마실 때마다 주의 죽으심을 그가 오실 때까지 전하는 것이니라” “그러나 너희에게 이르노니 내가 포도나무에서 난 것을 이제부터 내 아버지의 나라에서 새 것으로 너희와 함께 마시는 날까지 마시지 아니하리라 하시니라”(고전11:26, 마26:29)
그러므로 성만찬은 이미 현현된 하나님 나라와 장차 올 하나님 나라에 대한 비전을 열어 주고 하나님이 통치하는 종국적 왕국의 잔치를 미리 경험케 하는 식사입니다. 우리는 성령 안에서 하나님이 구원과 생명의 잔치인 성만찬에 동참함으로 이미 세상의 종말에 이루어질 하나님 나라의 임재를 체험합니다. 어둠의 권세는 무너지고 악은 심판을 받으며 오직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며 에수그리스도의 제자 된 삶을 살아온 백성들이 최후 승리를 얻으며 하나님의 식탁에 초대되어 영광스런 잔치에 참여하게 됩니다. 성만찬은 하나님 나라의 완성을 지금 여기에서 경험하는 잔치입니다. 어떤 고난 중에도, 위기와 절망 중에도 우리는 이미 이루어진 승리를 바라보며 힘을 얻습니다. 오늘 우리에게 주시는 성만찬을 통해 이러한 큰 은혜가 넘치시기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