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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행 기 (2) - 양무리 천국을 찾은 양무리 목사

관리자 2018-12-06 (목) 12:52 5년전 1433  

제4 일째(10.31)는 피지를 떠나, 두 번째 여행지인 뉴질랜드로 향했다. 

 

뉴질랜드의 입국은 북섬인 오클랜드 공항에서였는데, 우리 일행들에게는 정말 긴장감이 컸다. 입국심사가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나라다웠다. 우리 부부도 출국 전, 여행사로부터 먹는 약들도 의사와 약사가 영어 표기로 써준 처방전이 있어야 했고, 심지어는 누룽지를 비롯한 어떤 음식물이나 계속 먹고 있었던 한약들로 단속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입국 신고서에 거짓된 것들이 나타나면, 추방내지 벌금으로 2,000불 정도도 부과될 수 있는 곳임을 예고 받았기에, 긴장도가 무척 높았다. 

 

그래서 비교적 철저히 대비하였지만, 입국장 심사는 정말 많은 시간이 걸렸다. 우리 부부는 신고 품목으로 가져 온 처방된 약들 꾸러미를 내어 보여주고, 영자 표기까지도 보여 주었다. 주의 깊게 본 검사관이 나에게 물은 것은 한마디였다. ‘이 모든 약들이 의사들이 처방해 준 것이냐’. 그것만 확인하고 통과시켜 주었다. 마치 터널을 지나온 느낌이었다. 일행들이 세 나라 입국 중, 가장 오랜 시간이 소유된 것이 바로 그곳이었다. 왜 그들은 그리도 까다로울까?

 

나중에서야 뉴질랜드의 정체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첫 관문이 바로 공항의 입국심사장이라는 말을 들었다.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세계 대부분의 나라의 입국 심사관(審査官)들은 누군가? 대부분 무엇을 살피려는가? 세금이다. 고가의 명품과 밀수품, 그리고 불법 반출물이나 각종 허가되지 못한 물건들을 가려서 압수 내지 세금을 부과하려 한다. 그러기에 그 분야에 정통한 관료들이 자기 나라의 입국 심사장을 지킨다. 

 

그런데, 이곳 뉴질랜드는 아예 다르다. 곧 농축산부(農畜産部) 직원들이 그 업무를 관장한다고 한다. 제일 관심하는 부분은 자기들 나라의 환경과 생태계를 파괴하거나 변질시킬 씨앗이나 곡물이나 음식물이나 의약품 따위를 가장 불꽃같은 눈으로 가려낸다는 것이다. 거기에 조금만 문제가 되면, 입국을 저지하거나 엄중한 부담을 준다는 것이다. 매우 놀라운 모습이었다. 돈이나 재력보다는 자연 생태계와 그곳에 사는 모든 고유한 생명체들의 안전을 보전하는 일을 최고의 가치로 둔 곳이기 때문이다. 이 얼마나 우리와 가치관이 다른가? 왜 그곳 뉴질랜드가 아직도 세계의 제1의 청정(淸淨)지역으로 존재하는가에 대한 결정적인 답을 얻은 것 같았다---. 

 

공항에서의 새 가이드와의 미팅 후, 우리는 중식을 즐겼다. 재미있던 것은 남성 화장실 안에 붙어있던 조그만 사진이었다. 프럼프와 김정은이 각각 로켓을 타고 서로를 겨냥하면서 다음과 같이 나눈 대화의 내용이었다. ‘How big is your rocket?'(트럼프)-’How big are your hands?'(김정은). 힘과 힘을 겨누는 두 정상들의 코메디 같은 모습을 이곳 화장실에서까지 보면서, 북한과 미국의 대결이나 대화가 이곳에서까지 관심거리가 되어 있음을 보았다. 

 

점심 후, 오클랜드 시내 명소관광에 나섰다. 구름이 제법 드리웠고 날씨도 얼마 전 비가 온 듯하여 약간의 한기도 없지 않았다. 저 멀리 그곳의 자랑인 하버브릿지가 오클랜드 남쪽과 북쪽을 연결하는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우리는 그곳 오클랜드에 처음 선교사가 입항해 들어왔다는 곳이라 하여 이름 붙인 미션(mission)베이 광장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명소(名所)가 분명했다. 남녀노소 수많은 사람들이 그곳에 있었다. 해변에서는 그 날씨에도 수영하는 이들도 있었다. 공원에 널려 있던 크리스마스나무를 비롯해서 오래 된 나무들의 위용도 대단했다. 

 

그곳에서 흥미로운 소식은 다름 아닌 경치 좋은 곳들의 주택(住宅) 가격이었다. 그곳의 주택들은 외관상 그렇게 화려하게 보이지 않아도, 위치의 풍경과 조망만 좋으면-, 소위 View만 좋으면, 가격은 쉽게 100-150억원을 상회한다는 것이다! 뷰가 별로(?)면, 가격 역시 별로였다. 그 바람에 그곳의 바닷가나 아름다운 호수가의 집값은 상상을 넘는다고 했다. 그런 점은 현대인들의 특성이긴 하지만, 특히 그 나라는 환경의 가치가 역시 높았고, 집값 단위도 확실히 우리와 차원이 다름을 느꼈다. 국민소득이 우리보다 1.5배 정도 높은 영향도 있음이 분명하고---!

 

우리는 그곳의 20세기 정착에 큰 공헌을 세웠다는 위인 죠셉 세비지 기념공원이면서 잔디 지평선이 활짝 펼쳐져 있는 세비지 가든을 경유하면서, 북섬의 두 번째 휴양도시인 로토루아로 향했다. 오클랜드에서 거기까지는 버스로 약 3시간 소요되는 장거리였는데, 로토루아는 그 나라가 자랑하는 세계적인 휴양지로서, 온 도시가 유황온천으로 이루어진 휴양지였다. 우리는 이미 그곳 로토루아에 대한 TV 시청을 한 바가 있어서, 더욱 기대감이 컸다. 우리를 태운 20인승 버스 뒤에는 우리 일행들이 가져온 짐들을 가득 실은 짐차도 열심히 따라오고 있었다. 그곳에서도 저녁을 우리 한정식으로 받았다. 역시 한국인들의 발길은 여기에서도 활발하였다. 

 

제 5일째(11.1/목)의 일정은 온 종일 로토루아 지역을 탐방하고 관광하는 일이었다. 

 

조식은 로토루아 호수의 아름다운 전경을 감상하며 퀸 쿠르즈 선상에서 약 1시간 정도 즐겼다. 호수는 상당히 넓고 고요했으며, 주변의 경치 또한 아름다웠고 부풰식도 만족스러웠다. 육지 주변 곳곳에는 유황(硫黃)천에서 나오는 연기들이 많았는데, 이곳의 특성을 잘 보여주었다. 입구에는 뉴질랜드 국기 옆에 우리나라 태극기가 개양이 되어서 놀랐다. 사연인즉, 이곳의 교민이 이 지역의 환우들의 건강을 위해 큰 공헌을 해서 얻어낸 결과였다는 반가운 소식이었다. 

 

식후에는 뉴질랜드 전통농장 테마 파크 현장인 아크로돔(AGRODOME) 농장 견학에 들어갔다. 우리에게 뉴질랜드가 왜 ‘양(羊)들의 천국’인지를 본격적으로 습득 받기 시작했다. 우리는 큰 강당으로 인도 받아, 거기에서 양들의 각종 쇼를 관람하게 되었다. 우선은 양들의 등장이 있었는데, 양들은 모두 19종(種)으로서-, 각자가 잘 훈련된 듯, 입장하면서 자기 자리를 잡았다. 모두가 하나인 듯하면서도 달랐다. 지금까지 우리는 모든 양이 그토록 다양한 종(種)인 줄은 정말 몰랐는데-, 그곳에서 비로소 그토록 양들이 나름대로의 특성을 갖은 다양한 가축들인 줄 처음 알았다. 

 

가장 높고 중심적 위치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양은 메리노(merino)였다. 덩치도 우수했지만, 털의 분량과 질량에서 가장 우수한 양으로 공인(公認)된 양이었다. 그래서 양털의 가치도 최고품으로 인정받고 있었다. 그 밖의 양들도 다양한 장. 단점을 갖고 있었다. 새로운 정보들이었다. 19종의 대표적 양들의 소개가 있은 후, 양치기 목동의 양털 깎기 시범이 있었고, 이어진 양몰이 개들의 등장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양치기에서 이 양몰이 개들의 역할이 얼마나 막중한 것인지를 일깨워준 순간이었다. 개 한 마리가 주인의 지시를 받아 수많은 양떼를 몰이하기 때문이었다. 양들을 노려보는 개의 눈동자와 행동, 그리고 그 개에 순응하는 양들의 모습은 이 둘의 상호관계를 잘 이해하게 해주었다. 개의 역할은 양치기에는 가히 절대적이었다!

 

뉴질랜드는 한국의 1.5배 크기인데, 인구는 400백만을 조금 넘는 나라이다. 그런데, 양들은 무려 1,200백만 마리가 넘어서, 양들이 그 나라의 실질적인 주인인 듯 했다. 실로 양들의 천국이었다. 게다가 소떼들 역시 엄청났고, 사슴 농사도 대단한 나라였다. 이들의 규모를 듣다보면, 더 놀라운 현실을 목격할 수 있었다. 그 나라에서 모든 가축은 거의 방목(放牧)하고 있었는데, 그 중에 양 1마리가 차지하는 땅은 평균 150평이었다. (참고로 소 1마리는 1,200평을 차지하였고-!) 그런 모습은 북(北)섬보다도 남(南)섬으로 가서, 더욱 뚜렷이 확인할 수 있었다. 

 

그들은 넓게 주어진 그 땅 위에서 여유롭게-, 깨끗한 공기와 맑은 태양의 혜택을 마음껏 받으며, 거의 4계절 자라는 잔디 풀들을 먹으며 집단으로 살고 있었다. 거기서 낳고, 자라고, 생산하고, 거기서 마감한다. 그러기에 그런 양들에게서 얻게 되는 것은 깨끗한 고기와 따뜻하고 우수한 양질(良質)의 털이다-! 품질에서 워낙 탁월하기 때문에, 뉴질랜드는 한정된 목축 산업으로도, 세계에서 잘 사는 나라가 된 것이다. 굴뚝 있는 산업시설이나 공장 유치 등에는 아예 마음을 두지 않았고, 오직 천연 자원보전과 깨끗한 양질의 목축 산업을 통한 건강한 생명 보호에 그 나라가 전력하고 있었다. 

 

우리나라 같이, 돈만 되면 무엇이든 뛰어드는 산업구조가 전혀 아니었다. 일종의 맞춤형이랄까-, 그들은 자신에게 맞는 옷(산업)으로, 세상에서도 얼마든지 잘 살 수 있음을 지구촌에 생생히 보여주고 있었다. 지금의 그 나라는 국민소득이 40,000만불 선을 훨씬 넘어섰다고 했다. 우리보다 한발 앞선 형국이었다. 그곳을 찾는 지구촌의 사람들은 바로 그들의 그런 탁월한 자존심의 현장에 매료되어 온 사람들이었다. 세계인들에게 없는 것을 보여 줄 자원들을 든든히 갖고 사는 그들이었다. 그것이 나에게는 그렇게 신선하고 놀랍기 짝이 없는 대목이었다. 

 

양들 쇼 관람 후, 우리 일행은 준비된 마차로 광대한 목장(Farm) 투어에 나섰다. 소개된 각종 양들이 그룹지어 초창에서 지내고 있었고, 소떼도 다양하게 사육되고 있었다. 사슴도 있었으며, 타조도 있었고, 심지어 돼지 떼도 그렇게 지내고 있었다. 그런데, 또 다른 볼거리가 있었다. 바로 알파카(Alpaca) 목장이었다. 알파카는 본래 남미 고원(高原)지대에서 지내던 짐승이었는데, 언젠가부터 뉴질랜드가 수입해서 자기들의 가축으로 정착시킨 새 가축 품종(品種)이었다. 

 

생김새는 사슴과(科)이면서, 동시에 양(羊)의 모습도 담아 있는 매우 묘한 짐승이었다. 어찌보면, 사막의 낙타나 타조라고도 할 수 있는 포유류 짐승으로서, 매우 복합적 감정을 갖게 하였다. 남미에서는 라마와 비슷한 동물로 본다. 그런데 이들이 인간들로부터 특별히 우대받고 있는 까닭이 있었다. 양질의 긴 털 때문이었다. 추운 고원지대를 이겨내는 알파카의 털은 분명 평지의 양모보다도 강하고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아 직물산업에서 최고의 우대를 받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성질은 제법 고고한 듯했다. 

 

우리가 준비된 먹이를 갖다 대자, 많은 알파카들과 양들이 함께 몰려와서 즐겁게 먹으며 우리와 어울렸다. 예의를 갖추어서 그들을 상대했다. 알파카들은 기분 나쁘면, 침을 뱉기도 하는데, 그 침의 냄새 후유증이 아주 좋지 않다는 정보(?)까지 받았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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