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2일째(11.8)의 일정은 아침에 시드니를 떠나 브리즈번에 도착하면서 시작되었다.
호주 국내선 Virgin 913편을 타고 시드니를 떠나 아침 8시에 브리즈번에 도착했다. 2박3일의 브리즈번과 골드코스트의 여행에 들어간 것이다. 본 우리 여행 과정의 마지막 코스이기도 했다. 잠시 돌이켜 보면, 이번 두 주간의 남태평양 3개국 여행은 상당히 빡빡한 일정 속에서 진행되어 왔는데, 그런데도 피곤을 거의 느끼지 않았던 것은 그만큼 자연 환경과 낯선 세계가 주는 신선한 임펙트(impact)가 우리에게 컸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육체에는 자연스럽게 피곤이 쌓여가고 있었다고 본다.
그래서 그런지, 그곳의 가이드가 우리의 마음과 몸을 헤아리는 안내를 하나 해주었다. ‘이곳 브리즈번은 관광도시가 아니라, 휴식(休息)을 위한 도시입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의 여행의 대미를 이곳 브리즈번에서 넉넉히 쉬면서 풀고 가십시오.’ 그 말을 듣다보니, 도시도 특성과 개념이 다르게 형성된 것이 있음이 새롭게 들렸다. 관광용이 아닌 휴양용 도시라----~!
사실 호주 대륙은 3대 도시권으로 형성된 곳이었다. 위도상 제일 아래쪽으로 있는 수도 멜버른과 시드니와 브리즈번이었다. 모두가 무역항으로 번영한 이 세 도시들은 거리도 대략 1,000km정도를 두고, 동부 해안 쪽으로 나란히 위치하고 있었다. 인구 23,000,000명의 소수가 그 세 개의 대도시들이 해변을 중심해서 분점(分店)하고 있다는 것도 이채로웠다. 한국에서와의 거리가 약 8,000km가 되는 호주는 전국 일주도로가 약 14,500km정도로서, 일주하려면 3개월 반이 소요된다고 했다. 캥거루와 코알라로 유명한 곳이며, 보라색 자카랜드 나무를 뽐내는 곳이었다. 지금의 국화(國花)는 노란 아카시아였다. 사회보장제도 및 노인들 위한 복지정책도 매우 훌륭한 곳이었다.
사정상 수도 멜버른에 들리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지만, 우리는 여행의 종착지인 브리즈번을 즐기기 시작했다. 브리즈번 시내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휴양도시답게 깨끗하고 여유로움을 보이고 있었다. 사우스 뱅크라고, 브리즈번 강을 마주보고 조성된 시민들의 휴식처가 매우 편안해 보였다. 도심지인데도, 모래사장이 형성되어 있었고, 주변의 꽃길과 함께 맑고 깨끗한 물결이 잔잔히 흐르고 있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날씨는 제법 쌀쌀한 데에도, 그곳 휴식처 공원의 물속에서는 아이들과 함께 어른들도 즐기는 모습이 좋게 보였다.
시내에서 잠시 체류한 우리는 호주 최대의 휴양 도시인 골드코스트로 이동하였다. 약 1시간 소요되는 곳이었는데, 도중에 우리는 호주의 전통 농장을 자랑하는 파라다이스 컨츄리에 들렸다. 점심 차 들린 곳이기도 한데, 그곳의 농장 규모는 대단했다. 특히 호주만이 보여 줄 수 있는 동물들인 캥거루와 코알라 및 이름을 알 수 없는 동식물들이 그곳에 있었기에, 우리는 그들을 집중적으로 관찰하며 상면할 수 있었다.
그 중에서 압권은 가까이서 볼 수 있었던 코알라였는데, 이 녀석들은 그들을 멀리에서까지 찾아 온 우리의 마음을 헤아리지도 못하고, 그저 고부라져 자는 일에만 열심이어서, 우리들 마음을 상당히 애타게 하기도 하였다. 종종 눈뜨고 움직이는 녀석을 본 사람들은 마치 행운이라도 잡은 양 기뻐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내가 찍은 코알라 녀석들 사진들도 온통 잠꾸러기들뿐인 것도 인상적이다. 그래도 캥거루들은 사람들의 접촉을 받아들여 주어서 교제가 가능했다. 그들이 자랑하는 호주의 야생 개 종류의 딩고(Dingo)의 소개는 광고판의 안내로 대처 되었는데, 그 특성과 능력 등은 매우 탁월한 늑대 류(類)로서. 마치 우리의 진돗개와 유사했다.
우리 숙소는 골드코스트 멘트라 레전트 호텔이었는데, 매우 아늑한 고층 호텔이었다. 주변에는 다양한 고층 호텔들과 아파트들이 숲을 이루고 있었는데, 다행이 남태평양 해변 쪽이 다소 열려 있어서 좋았다. 우리는 오후 일정의 여유가 생겨서, 호텔에 있는 사우나와 수영장을 찾기도 했다. 휴양 도시 다운 분위기가 제대로 반영된 모습이었다. 저녁에는 주변의 거리의 다양한 모습도 찾아보았고, 가벼운 쇼핑도 할 수 있었다. 듣기로는 그곳 어느 고층 아파트에 한국의 유명 배우 부부가 그곳에 와서 반년 정도 상주한다는 말도 들렸다. 그 정도로 그곳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세계적인 휴양도시로서 높은 위치를 점하고 있었다. 일정도 여유로웠다.
제 13일째(11.9일)의 일정은 스카이 포인트 77 전망대 Q1 타워(Tower)를 찾으면서 시작했다.
좀 일찍 일어난 우리는 가까이 있는 남태평양 해변가를 향했다. 거기까지 와서 해변의 경치를 감상하고 모래사장을 밟아보지 못하고 가면, 많이 후회스러울 듯해서, 서둘러 해변을 찾았다. 일출의 아름다움도 대단했을 터인데, 일기가 밑받침을 못해주는 바람에, 해변 자체 둘러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천연적 해변의 광대함과 바다의 웅장함과 푸르름, 그리고 쉼 없이 밀려드는 파도의 물결은 정말 황홀했다. 그런데 그 시간에도 일부 용감한 이들은 바다에 뛰어 들어가 파도와 놀고 있었다. 바다와 그 파도를 친구처럼 지내는 그들을 본 것이다.
스카이 포인트 77층 전망대에 올랐다. 그 높이에서는 우리나라의 123층 롯데 빌딩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곳은 나름대로의 위용과 전망대로서의 효용성은 엄청났다고 본다. 검푸른 남태평양을 낀 42km의 세계최고의 해변 중에 하나인 골드코스트 해변을 한편으로 하고, 질서 있게 잘 지어진 높은 빌딩들과 다양한 건물들의 모습, 그리고 저 멀리 펼쳐 보이는 아름다운 산야들-, 모두가 그곳이 아니면 볼 수 없는 놀라운 것들이었다. 이 모든 것들이 360도로 맑고 투명(透明)하게 확인되기도 하는 황홀한 모습들이 마치 화보(畵報)와 같아서, 우리는 사진에 담기에 바빴다.
이런 모습을 대하면서, 현재 우리의 자랑거리인 송파 롯데 빌딩인 123층이 미세먼지로 시달리면서, 관광객들에게 서울 주변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안타까운 모습이 오버렙(overlap) 되어, 또 다른 아픔을 느꼈다. 층수가 높은 것보다는 환경이 맑고 투명한 상태가 더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는 생각이 들게 하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꿈을 꾼 듯한 관광을 마치고 내려 왔을 때는 입구 한쪽에 또 다른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은 그 스카이 빌딩을 유리창 밖에서 등정(登頂)하려고 모인 무리들이었다. 그들은 참 놀라운 도전들을 하고 있었다.
다음에 우리가 찾은 곳은 <Tropical Fruits World>였다. 트랙터를 타고 광대한 농장을 견학하며 호주 특유의 생태 환경을 견학하는 프로그램이었다. 호주 여섯 번째 세대에 이른 한 가족이 지난 40년간 공들여 가꾼 농장으로 유명한 곳이었는데, 그곳에는 아보카도, 망고, 파파야 등의 열대 과일을 시식할 수 있는 환경을 잘 갖추고 있었다. 아름다운 정원과 우아한 연못과 캥거루를 비롯한 다양한 짐승들과 가축들을 돌보는 목장들이 사람들의 시선을 모으고 있었다. 리버(river)크루즈를 타는 정글 길 투어도 흥미로웠다. 배에서 떨어뜨리어 주는 먹이를 먹으려고 몰려드는 새떼들의 열성도 장관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곳 숲속에서 기억에 남았던 장면 하나는 뱀의 습격을 받은 어느 새의 슬픈 모습이었다. 한순간에 방심하다가 뱀의 습격을 받은 새가 발버둥치는 가련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는데, 그런 장면에 또 다른 놀라운 모습이 추가되었다. 아마도 그 새의 동료로 보이는 또 다른 새 한 마리가 뱀 곁에 와서, 옥조인 동료 새를 풀어주도록 역공세를 펼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뒷발로 먼지를 일으키며 뱀을 괴롭히고 있었던 것이다. 가련한 짐승 세계에서도 그토록 합세하여 위기를 극복하려는 모습이 적잖은 감동을 주었다. 끝까지 그들의 혈투(?)의 모습을 지켜볼 수 없었으나, 정글에서의 생존을 위한 사투와 고통하는 동료를 위한 그들 공동체의 협력하는 소중한 모습들도 그들 동물 세계에게도 엄존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계속하여 우리는 ‘마리나 미라지’를 찾았다. 그곳은 세계 최고의 갑부들의 요트들이 정박되어 있는 항구였다. 그들의 숙소 역시 일반인들이 출입을 못하도록 단속되고 있었으며, 입구 쪽의 환경도 매우 호화스러웠다. 우리 일행들 대부분은 개인적으로 요트 체험을 하기로 하고, 일정한 참가비를 내고 호화 요트를 1시간 경험하고 돌아오기도 했다. 갑부 중의 하나가 자기 개인 요트로 개인 섬에까지 안내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이다. 우리 일행 중 고참들 세 부부 그룹만 불참하고, 대신 지역을 돌아보는 시간으로 대체하기도 했다. 해변을 낀 주변 정원들도 매우 아름다웠는데, 각 가지 꽃들과 나무들이 이국적 정취를 한없이 뽐내고 있었다.
마지막 방문한 곳은 ‘울스킨(Woolskin) 오스트렐리아’라는 한국인이 경영하는 양모 사업처였다. 이곳은 양모와 알파카로 침실 용품을 제작하여 세계에 판매하는 곳이었는데, 그 세계에 대하여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었던 곳이었다. 특히 침구용 매트에 관심이 많이 가서, 큰 결단을 하고 침구 한 세트를 구매하기도 하였다. 건강한 잠자리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 말이다.
양들 중에 메리노가 최상급 양모라는 점은 앞에서도 언급한 바가 있었다. 알파카는 그 위의 위치를 점하고 있는 양모이고--! 그런데, 이들의 특징 중 하나는 메리노 중에서도 1년 이전의 털이 가장 부드럽고 높은 가치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양모 침구가 환영 받은 이유는 이것이었다. 겨울의 추위를 이겨내는 보온의 능력도 갖추었고, 여름에는 뜨거운 태양의 더위를 이겨내게 하는 시원함도 동시에 갖추어 있는 것이 바로 그곳의 양모라는 것이다. 그러기에 좋은 양모 침구는 춘하추동 사계절에 언제나 사용이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는 것이다. 관리만 잘하면, 좋은 양모 침구는 잠자리 건강에 상당히 유용할 것 같았다.
제 14일째(11.10)는 브리즈번을 떠나 KE 124편으로 우리의 땅 인천 공항에 도착하는 일이었다. 오후 5:40분에 우리의 땅을 밟았다. 마치 꿈나라에서 현실로 돌아온 순간이기도 했다.
지난 두 주간 동안 잠시지만 서로의 동지와 가족이 되어, 서로 돌보고 우의를 나누면서 동행한 일행 하나하나가 모두 소중히 여겨졌다. 좋은 분들 만나 뜻 깊은 남태평양 페키지 여행을 무사히 마친 일이 무척 감사했다. 안전히 귀국하여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돌아오게 하시고, 많이 배우고 생각하며 견문을 넓히도록 일깨워 주신 우리 하늘 아버지께 감사드리고, 부모님 은퇴기념과 70세 고희(古稀)맞이 기념으로 이렇게 좋은 일정에 참여하도록 힘써 지원해 준 우리 아들 부부와 딸의 응원과 헌신에 마음 깊이 고마움을 표하고 싶었다.
헤어지면서, 포항에서 온 친구가 나에게 던진 이런 덕담(德談)이 생각난다. ‘최 선생님은 지금처럼만 늙어 가시기 바랍니다.’ 여행의 맛과 멋이 무엇인지를 잊지 않게 한 나들이 두 주간이었다. 참, 이 여행기 마지막 회인 여섯 번째 글도 사실은 춥고 미새먼지로 고통 하는 조국 한국을 잠시 떠나 태국의 아름다운 북부도시 치앙라이에 와서 휴양하면서, 쓰고 있음을 밝힌다.
여행은 좋은 것이다! 지금까지 읽어주신 독자들 모두에게도 마음을 다하여 감사드린다. 모두들 건강하시고 행복한 생애를 누리고 사시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