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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해] 창조절(7-2) - " 예수님의 길과 세상의 길 " / 이태영 목사

관리자 2019-10-11 (금) 16:04 4년전 1784  

본문) 수24:14-28, 요15:18-27, 행3:22-26

 

요한복음은 하나님의 사랑을 증언하는 책이라고 말해도 될 정도로 ‘사랑’(아가페, 아가파오, 아가페토스)에 대한 말씀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요한복음에서 언급하는 사랑은 모두 44회가 사용됩니다. 마태복음 12회, 마가복음 8회, 누가복음 14회에 비하면, 복음서 중에서도 요한복음에서 사랑을 상대적으로 많이 강조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공관복음서에 사랑이라는 단어 자체가 적게 나온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 예수님께서 하나님의 아들이시며 그리스도가 되신다는 믿음을 전하는 강조점이 다를 뿐입니다. 사도행전에도 사랑이라는 말은 단 한 번(행 15:15) 나오지만, 사도행전은 우리를 구원하신 하나님의 사랑에 대해서 그 어느 성경 못지않게 증언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요한복음서가 초대교회 당시 사랑이라는 단어를 하나님과 예수님, 그리고 제자들의 관계를 증언하는 특별한 용어로 사용했다는 것입니다. 요즘은 사랑이라는 말 자체가 보편화되어 있지만, 아마도 요한복음을 처음 접했던 초대교회 시절의 유대인들이나 기타 헬라지역의 사람들은 사랑이라는 단어를 보면서 조금은 생소하게 여겼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오늘의 본문 말씀인 요한복음 15장에서는 사랑이라는 말 못지않게 또 다른 단어를 사용합니다. 그것은 바로 ‘미움’(미세오)입니다. 이 ‘미워하다’는 말 역시 다른 복음서에 비해 요한복음에서 상대적으로 많이 쓰이는 단어입니다. 요한복음서에서는 12회 사용되는데, 이에 비해 마태복음 5회, 마가복음 1회, 누가복음 7회 사용됩니다. 사도행전에서는 한 번도 사용되지 않는 것에 비하면 요한복음서에서 ‘미움’이라는 말을 ‘사랑’이라는 말 못지않게 매우 특별하게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본문 말씀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사랑’이 하나님과 예수님의 속성을 증언하는 말이라면, ‘미움’은 세상의 속성을 나타내는 말로 쓰인다는 것입니다. 하나님과 예수님께서는 세상을 사랑하지만(요 3:16), 세상은 하나님과 예수님을 미워한다는 것입니다(요 15:23, 24). 

이러한 사랑과 미움의 관계는 성도들에게까지 확장됩니다. 예수님께서는 “아버지께서 나를 사랑하신 것 같이 나도 너희를 사랑하였으니 나의 사랑 안에 거하라.”(요 15:9),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요 15:12)고 말씀하심으로써 사랑이야말로 성도들이 마땅히 지켜야 할 “새로운 계명”(요 13:34)이라고까지 강조하셨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세상은 하나님과 예수님을 미워할 뿐 아니라, 제자들과 성도들까지도 미워합니다(요 15:18, 19).

 

세상이 하나님과 예수님, 그리고 성도를 미워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요한복음에서 세상은 어둠의 권세를 상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둠은 빛을 미워할 수밖에 없습니다. 어둠은 악을 행하므로 그 행위가 빛에 의해서 드러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요 3:20). 거짓이 진리와 공존할 수 없고, 불의가 공의와 나란히 할 수 없으며, 무지가 깨달음과 함께 있을 수 없는 것처럼, 어둠은 빛을 받아들일 수 없는 것입니다(요 1:5). 어둠의 권세를 나타내는 세상이 하나님을 미워하고, 예수님을 미워하며, 참된 성도를 미워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요한복음은 ‘사랑’과 ‘미움’에 대한 분명한 대조를 통해 우리 성도들의 앞에 어떠한 길이 있는지를 선명하게 말합니다. 미움의 길이 있고, 사랑의 길이 있습니다. 미움의 길은 세상에 속한 길이며(요 15:19), 사랑은 하나님께 속한 길입니다.

오늘의 말씀을 통해 예수님께서는 세상을 향해 하나님을 증언하고, 예수님을 고백하는 일은 세상으로부터 미움을 받는 일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말씀하시고 있습니다. 성경은 참된 성도가 세상으로부터 미움을 받는 일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니 이상하게 여기지 말라고 증언합니다(요일 3:13). 이처럼 요한복음은 우리에게 사랑의 길과 미움의 길, 하나님의 길과 세상의 길, 빛의 길과 어둠의 길, 깨달음의 길과 무지의 길, 생명의 길과 사망의 길이 있음을 분명하게 보여 주고 있습니다. 

 

애굽에서 나온 이스라엘 백성에게도 두 가지의 길이 주어졌습니다. 모세는 광야길을 다 걸은 후, 요단 강을 앞두고 온 백성에게 강조합니다. 모세는 “내가 오늘 생명과 사망과 복과 저주를 네 앞에 두었은 즉 너와 네 자손이 살기 위하여 생명을 택하고 네 하나님 여호와를 사랑하고 그의 말씀을 청종하며 또 그를 의지하라.”(신 30:19-20)고 마지막 유언을 합니다.

모세의 유언은 훗날 여호수아의 유언으로 이어집니다. 가나안 땅 분배를 모두 마친 후에 여호수아는 당시 이스라엘의 신앙 중심지였던 세겜에 모든 백성을 모으고 모세가 했던 것과 똑같은 유언을 하게 됩니다. 여호와를 섬기든지 이방신을 섬기든지 둘 중의 하나를 택하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오직 자신과 자신의 집안은 하나님을 섬기겠다는 것입니다(수 24:14-15). 

여호수아의 준엄한 유언을 듣고 백성들은 하나님만을 섬기겠다고 약속합니다. 그것도 세 번씩이나 반복합니다(수 24:18, 21, 24). 사사 시대에 접어들면서 이들의 약속은 후손들에 의하여 산산이 깨집니다. 그러나 적어도 이스라엘 백성이 여호수아가 사는 날 동안과 여호수아 뒤에 생존한 장로들 곧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위하여 행하신 모든 일을 아는 자들이 사는 날 동안에는 하나님을 섬겼다고 성경은 증언합니다(수 24:31).

 

예수님께서 승천하신 이후, 다락방에서 마음을 같이하여 오로지 기도에 힘쓰던 제자들에게 성령께서 임하셨습니다. 성령께서 내리신 날은 오순절로서 유월절에 해당되는 날입니다. 이는 초대교회의 출발이 모세의 출애굽 사건의 연장선에 있음을 분명하게 증언하는 것입니다.

성령으로 거듭난 제자들은 생명의 길로 갈 것인가, 아니면 죽음의 길을 갈 것인가, 복의 길을 갈 것인가, 아니면 저주의 길을 갈 것인가를 분명하게 고백하고 결단하라고 했던 모세의 음성을 새롭게 듣게 된 것입니다. 제자들에게 있어서는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그리스도이시며, 하나님의 아들이심을 고백하는 일이야말로 성령의 길이며, 성령의 길이야말로 하나님께로 가는 생명의 길이고 복된 길이었습니다. 

 

베드로의 오순절 설교(행 2:14-36)와 솔로몬 행각에서의 설교(행 3:12-26)는 유대인들과 예루살렘에 사는 모든 사람들에게 두 가지의 길을 분명하게 제시합니다. 베드로는 사망에 매여 사는(행 2:24) 이들에게 생명의 길(행 2:28)을 말합니다. 어리석음에 매여 예수님을 죽인(행 3:15, 17) 이들에게 회개의 길과 새롭게 되는 길(행 3:19)을 강조합니다. 베드로는 두 설교를 통해서 죽음에서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그리스도이시며 하나님의 아들이심을 고백하는 일이 생명의 길로 가는 일이며 하나님께로부터 복을 받는 일임을 역설합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 진실로 회개할 것을 외쳤습니다.

 

그러나 사랑과 진리를 외친 예수님의 제자들은 모두 무서운 핍박을 받았습니다. 하나님을 미워하며, 예수님을 미워하고, 사랑을 미워하고, 빛을 미워하며, 진리를 미워하는 이들로부터 모진 박해를 받았습니다. 돌에 맞아 죽고(행 7:54-60), 칼에 맞아 죽었습니다(행 12:2). 그리고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성도들이 피를 흘리며 십자가를 지신 예수님의 뒤를 따랐습니다. 요한계시록은 큰 환란에서 나오는 자들이 흰 옷을 입고 있는데, 그들이 어린 양의 피로 옷을 빨아서 희게 되었다고 증언합니다(계 7:13-14).

 

다른 때도 그랬지만 오늘의 시대 역시 많이 혼탁합니다. 참된 믿음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세상은 의례히 그렇다고 하지만, 교회마저 세상과 결탁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거짓 예언자, 거짓 교회, 거짓 말씀이 온 세상을 뒤덮고 있습니다. 말씀 안에서 참되게 살고자 하는 이들은 세상으로부터 미움을 받습니다. 

오늘 우리 기독교인들도 빛의 길, 진리의 길, 생명의 길로 갈 것을 요구받습니다. 정직하게 살아가면서 받을 고난과 고통이 적지 않지만, 주님께서 가신 진리의 길이기에 우리는 그 길을 가야 합니다. 어둠이 짙을수록 빛은 더욱 밝게 빛날 것입니다. 거짓이 심할수록 진리는 더욱 큰 힘을 낼 것입니다. 사망의 권세가 강할수록 생명은 더욱 놀라운 이적을 행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성경은 분명하게 예수님의 말씀을 전합니다. “세상에서는 너희가 환난을 당하나 담대하라 내가 세상을 이기었노라”(요 16:33) 이 말씀이 여러분과 함께 하시고, 여러분을 지켜주시기를 바랍니다. 세상의 길을 가지 마시고, 예수님의 길을 택하심으로 하나님께 기쁨과 영광을 올려드리시는 성도님들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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